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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체로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기왕이면 얼큰한 찌개나 짭짤한 반찬이 곁들여진 한식이 좋다. 아니면 고소한 중식이나 이탈리아 요리. 반면 빵이나 케이크 같은 단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는데, 그 때마다 커피만 마시거나 치즈 케이크 밖에 못 먹어서 슬프다.
제 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구병모의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책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몇 번이나 읽어보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주 배경이 '베이커리'인지라 '짤주머니 끝에서 조금식 고개를 내미는 머랭이 팬 위에 고운 물결무늬를 그리다가... '라는 둥 빵과 케이크에 대한 묘사가 나올 때면 괜히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머리가 아팠고, 어쩔 수 없이 읽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전 이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먼저 읽은 동생이 '재미있다'며 극찬했고, 거기에 덧붙인 말 'BL 분위기도 나고, 동인지를 읽는 것 같았어' 그 말에 뼛속부터 위험한 女자인 나는 다시 읽어볼 마음이 들었고,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술술 읽혔다. (^^;;;;)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너무 흥미 위주로 읽어서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지 막막했다. 참고가 될까 하여 동생에게 감상을 물었더니, 동생은 '오랜만에 좋은 성장소설을 만났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려진 소년이 타인들의 도움을 통해 어른으로 자라나는 모습이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에 비견될 만큼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어리숙했던 소년이 후반에는 제법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보다 점장이 말했던, '물질계'와 '비물질계'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확률 이론이 발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연이나 기적의 완전한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평소와 다른 힘이 발생하면, 그것과 일상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또 다른 유형의 힘이나 반대 극에 있는 힘이 한편에서 작용하여 지나치게 확산된 에너지의 흐름을 잡아당긴다. 그럼으로써 생성과 소멸의 논리를 이루어나간다. (p.119)
파랑새는 말했다. 마법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모든 요소에 오감이 열려 있는 자. 양극성의 원리에 의해 하나의 힘은 그와 반대 극에 있는 다른 힘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는 거였다. 마법사는 그 자기장 안에서 생동하는 원소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 (p.120)
이제까지 마법이나 주술에 대한 이야기는 늘 특별한 능력이나 신비한 재주로서만 그려졌는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마법사의 특별한 능력은 우주의 순환을 거스르며, 그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제한 점이 신선했다.
마침 듣고 있는 노래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라서 생각난 건데, 소녀시대처럼 예쁜 다리를 가지고 싶다고 바라기만 하고, 실제로는 스트레칭도 안 하고 운동도 안 한다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약을 먹거나 의술의 힘을 빌려 단기간에 살을 빼도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결과가 아니므로 원상태로 돌아가거나 심하게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그저 마법의 힘을 빌리거나 바라기만 하면 안 된다. 거기에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져야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 교훈을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는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균형이라는 말로 대신하지 않았나 싶다.
분명 이 소설은 더 많은 이야기와 교훈을 담고 있을텐데, 내가 발견한 것이 너무 적고 리뷰도 (언제나 그렇듯이) 지엽적인 이야기에만 주목하여 쓴 것 같아 부끄럽다. 시간이 된다면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