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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5월
평점 :
하틀랜드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세라 스마시
《가디언》 《뉴욕 타임스》 《텍사스 옵저버》 《퍼시픽 스탠더드》 등 여러 지면에 사회경제적인 이슈에 관한 글을 기고해왔다. 최근에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조앤 쇼런스틴 펠로우 교수로 임명되었다. 이전에는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의 교수로 일했다. 경제적 불균형에 관해, 혹은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디어의 태도에 관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논평을 하고 있다. 캔자스에 살고 있고, 『하틀랜드』가 첫 책이다.
역자 : 홍한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 『우먼 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달빛 마신 소녀』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바다 사이 등대』 『페이퍼 엘레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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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골 여성 빈민층의 가난을 시사화한 이 책의 솔직한 발언과
삶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계층 분리가 더 가속화 되는 산업 구조 속에서
불합리함은 뗄레야 뗄 수 없다.
가난한 계층들의 생활을 정교한 증언으로
생생하게 들려줄 이 책은 가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열심히 일하는 걸 그렇게 강조하는 사람들인데도, 노력한 만큼 반드시 얻는 게 있다는 생각을
다른 미국 중산층보다 훨씬 일찌감치 버릴 수밖에 없었어.
날이면 날마다 동트기 전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쉼 없이 일했으니,
우리가 이렇게 쪼들리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님이 명백했거든.
문제는 공산품 시장, 대기업, 윌스트리트에 있었지.
우리에게서 너무나 멀리 있고 알 수도 없는 것들이라 우리는 그저 고개를 가로젖고,
정부를 욕하고, 우박이 내리기 전에 콤바인을 창고 안에 들여놓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어./p158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엔 너무 곪아터진 부분이 많다.
정치적 지형 변화에서 별개로 동떨어져
제도 안에서 완전 분리되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만 곱씹게 된다.
개인사라고 하기엔 너무 넓은 범위에서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덤덤히 책을 읽기가 힘들었던 건
울분이 폭발하는 요소들이 책 속에 가득히 내재되어 있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너도 그 상처를 느꼈을 거야.
하지만 내 마음속의 영혼인 너는 진실 그 자체처럼 상처 입지 않을 수 있었어.
내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직 그 때문이었을 거야.
나를 지켜주리라 믿을 수 있고 또 마찬가지로 내가 지켜줄 수 있는 목소리가 내 안에 있었기 때문에.
계급은, 사람들을 갈라놓고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인종 따위의 여러 다양한 구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구성물'임을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
우리 식구들은 그런 걸 '개소리'라고 불러.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그런 개소리가 건드릴 수 없는 자리가 있단다./p205
나라는 존재가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숨 쉴 이유도 없는 존재라고 취급된다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쓰레기 같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불평할 수도 없으며
입에 들어갈 게 있다는 이유로 감사하며 살아야 하고,
내가 누리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한다는 걸 강요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의지박약이고 원시적인 가난한 백인'이란 꼬리표가
사회 안에서 만들어진 괴물들의 우스갯소리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맞서고 싶다.
내가 세상에 무해한 존재인지 아닌지
아니면 나라는 존재엔 별 관심도 없을 세상을 향해
내가 원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지 참 암울해 보인다.
가난한 어린 시절, 학대, 방치,
기회가 없는 좌절감, 임신..
삶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고, 한계에 다다른 임계점을 알면서도
삶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던 답답함.
접근 할 수 없는 계급의 축복.
너무도 명확해 보이는 빼앗을 수 없는 권력의 구조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어떻게 맞설지 참 엄두가 나지 않아보인다.
저자의 고통스럽고 비참한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이
참 쉽지 않았을터이지만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의 역설적 구조 속에서 함몰되지 않기 위해
자기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모습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
계급이 대물림되고 빈곤이 재생산되는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현실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 책의 생생한 증언들이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닌 지금의 사회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내 목소리를 잃지 않고 사는 것에 좀 더 용기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