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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박재은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가장 먼저 이 책의 제목과 표지 사진에 혹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다.
요즘은 편지함에 거의 카드 명세서나 세금 고지서만 가득하기 때문에 편지함을 열면서 기다림이나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나 손으로 쓴 편지를 받는 것은 설렌다.
편지는 느닷없음, 갑작스러움, 궁금함, 설렘 등의 단어를 생각하게 한다.
<어느 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라는 제목을 보면,
잊고 지내던 추억을 문득 떠올리게 되는 느낌을 받는다.
바쁘게 지내다가 나를 추억 속으로 여행하게 하는 계기 같은 것!!!
파리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해지는 건 올 추석연휴에 파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가려고 했지만 가지 못한, 그런 곳.
그래서 요즘엔 파리에 관련된 책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지냈다.
그런데 이번에 <어느 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 라는 책이 나온 것을 보고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박재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낭만제주> 에서였다.
그와 그녀의 닭살행각에 부러움을 넘어 과유불급이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가수 싸이의 누나이자, <낭만제주>의 저자 임우석의 ’그녀’, 프랑스 코르동블루에서 수학한 ’글쓰는 요리사’!!!
’그’의 글을 봤으니 ’그녀’의 이야기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그녀’가 지은 책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눈에 담긴 파리의 모습은 어떻게 묘사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나는 저자가 요리사이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고, 한 권의 책에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야기는 많지만, 넣고 뺄 이야기를 잘 못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파리에서의 멋진 사진들 덕분에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화려하고 멋진 사진들 때문에 저자의 글솜씨가 눈에 띄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사진처럼 강하게, 톡톡튀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을 때, 포장을 벗기고 내용물이 빈약하면 황당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 책을 보며 느낀 점도 그럴 것이다.
너무 포장에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책 속의 사진을 보며 파리를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도 다음 번에는 파리지엥처럼 그 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