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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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낳고 깨달은 게 있다. 부모와 자식 연을 맺을 때 가장 좋을 때는 뱃속에 있을 때라는 것. 나름 계획이 있었다. 최대한 아이를 품고 있으려고 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 몸 상태가 점점 좋지 않다.
오늘은 잠을 자다 아파 깼다. 뒤틀리는 느낌. 이건 진통이다. 가진통이다. 아이가 나올 준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마음에 일단 핸드폰을 들었다. 문학 동네 카페에서 미술관을 다녀온 분 후기를 읽었다. 바다에서 한 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사진. 그 사진에 달린 글을 읽고 아픈 배를 쥐고 한참 웃었다.
“둘째와 셋째는 여자가 입은 게 기저귀다, 팬티다. 그걸로 싸우고 있습니다. 역시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건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가 흰색 바지만 입고 있었다. 사실 그 그림에서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갓 기저귀를 뗀 막내 아들은 여인이 입은 게 예전에 자신이 착용한 기저귀일거라 생각했나 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도저히 이번 주말까지 못 버틸 것 같았다. 친정 근처 병원에 다니기에 일단 친정 엄마에게 전화했다. 그 때 또 다시 아픔이 몰려왔다.
“엄마 배가 아파.”
“어머, 안 돼는데. 나 일요일날 바빠. 약속 있다고 했잖아.”
순간 화가 났다. 아이가 나오는 건 내 의지가 아니다. 그저 병원에 간다고 알리려고 했을 뿐이다. 엄마는 그 말을 ‘엄마 나 친정에 갈 테니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나에게 집중해.’로 해석했다. 내가 바란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내지는 ‘아이가 나오려나 보다.’였다.
항상 내게 뭔가를 해줘야겠다는 강박에서 나온 대답이 내 신경을 자극했다. 화를 냈다.
“진짜 불쾌해. 내가 뭐라고 했어? 그 배가 아프다고. 엄마한테 뭐라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일요일날 바쁘다는 말이 왜 나와? 애가 나오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그렇듯 엄마는 화를 낸 나를 불효녀로 정의내린 후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배가 묵직하게 아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했다. 계획대로 행동하는 바른 첫째는 스티커를 다 받아야 한다며 아빠와 새벽 예배에 갔다. 둘째 딸은 내 침대에 와서 강아지처럼 볼을 비볐다.
“엄마 괜찮아?”

병원에서 받은 입원 안내서에 있는 준비물을 챙기고 집을 치웠다. 가끔 허리가 아프면 앉아 쉬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못 잔 잠을 자기도 했다.
딸들은 친할머니댁으로 갔다.

남편이 장녀와 돌아와 짐을 싸 친정에 있는 산부인과에 갔다.
산부인과 끝나기 한 시간 전이었다. 초음파에 아이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다 내려와 있었다. 아이 크기는 3.8kg 의사 선생님이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으신다. 조만간 낳아야겠다고, 너무 크다고 한다. 내진을 했다. 내진을 한 선생님 표정이 어둡다.
“자궁이 이미 3-4cm열렸어요. 진통 오면 분만합시다.”
분만대기실에 있다가 곧 가족 분만실로 갔다. 진통 간격만 나오면 바로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얘기했다. 역시 예감이 맞았구나.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일까? 계속되던 통증이 사라졌다. 잠까지 잤다. 의사선생님이 빵모자에 평상복을 입고 오셨다.
“진통이 없네요. 그냥 집에 갑시다.”
예전 어두운 얼굴은 어디가고 소년처럼 밝은 얼굴로 들어오셨다.
“이렇게 그냥 가도 되나요?”
“진통 안 오면 그냥 계셔도 되요. 아마 조만간 오긴 하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남편과 나는 입원을 위해 가져온 큰 가방을 들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음, 선생님이 주말을 즐기시고 싶은 것 같아.”
심증만 있던 내 추측을 남편이 그대로 얘기했다.
“어, 나도 느꼈는데. 나 진짜 계속 아파서 못 버틸 것 같았는데 그냥 보내주네. 약속 있으신가?”
걸어가며 골반과 엉치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골프 가시나? 아닌가?”
공부하기 전 토요일마다 열심히 골프연습을 가던 남편. 의사선생님도 그렇게 보였나 보다.

세상은 돈다. 옛날에는 나는 가만히 있고 별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내가 밟은 땅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은 그걸 믿지 못했다. 자신이 가진 생각 안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다.
오로지 아이가 주는 신호와 진통 강도를 통해서만 추측할 뿐이다. 이 때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남편이 아이 밥을 챙겨주고 두 딸을 챙긴다. 가진통이 계속 있어 나는 친정에서 병원에 갈 때를 기다린다.

기다리며 덕분에 난 오롯이 내 시간을 갖는다. 책을 편다. ‘엄마는 페미니스트’란 책이다. 정말 얇다. 알라딘 박스에 여러 권 샘플북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작고 예쁘고 책 안에 글자도 얼마 없다. 그래서 정신없는 와중에 읽기 안성맞춤이다.
이 책은 딸을 어떻게 페미니스트로 키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글이다. 짧지만 강렬하다. 내가 갖고 있던 편견을 더 이상 창피해하지 말고 당당하길. 그걸 보고 딸이 그대로 배우길 권한다.
이제껏 여성과 남성으로 나눠져 생각했던 고정된 생각을 깨뜨리고 평등하고 건강한 관계가 되기 위한 명확하게 제시한 실천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남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가르쳐. 건강한 관계에서는 어느 쪽이든 부양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 부양하는 거야.(96)』

타인에게 희생을 당연시하면 안 된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중심은 나다. 차이는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나는 내 사정이, 의사는 의사 사정이, 친정엄마는 친정 엄마 사정이 있다. 각자가 보는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 안에서 모두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나는 일단 아픔에 익숙해져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일단 아픔 안에 있는 자유를 즐겨야 겠다. 책을 읽고 보면 잠이 오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아파서 잠이 안 온다.) 또 못 들었던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들어야지. 이게 내 뱃속 아이에게 주는 마지막 태교다.

많은 의견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되, 그 의견이 충분한 지식과 인간미와 관대함으로부터 나오길.(103)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남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가르쳐. 건강한 관계에서는 어느 쪽이든 부양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 부양하는 거야.(96)』

많은 의견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되, 그 의견이 충분한 지식과 인간미와 관대함으로부터 나오길.(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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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man 2017-09-1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째신가요? 출산을 앞두시고도 여유가 있으시네요. 순산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책한엄마 2017-09-10 12:41   좋아요 0 | URL
네-^^
양가 도움 덕분에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아무개 2017-09-11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디 순산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책한엄마 2017-09-1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순산했어요.^^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7-09-11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오늘이 셋째 생일인건가요??
(댓글에 순산하셨다고 하셔셔.)
궁금해서 와봤는데, 좋은 소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

책한엄마 2017-09-11 21:16   좋아요 1 | URL
네-^^*
오늘이 셋째 생일이 됐네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이 보내준 꽃 사진으로 태교했어요.

서니데이 2017-09-11 21:21   좋아요 1 | URL
좋은 일이니까 한번 더 축하해도 되겠지요.^^
꿀꿀이님도 오늘 처음 세상의 빛을 본 아이도 모두 건강하고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제가 사진을 보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꿀꿀이님 좋은밤되세요.^^

2017-09-12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2 0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2 0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9-25 18:30   좋아요 2 | URL
네-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메갈리아에 대한 행동도 사실 전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자기 방식대로 개성있게 생각을 펼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죠.^^;;흉내도 못 냅니다.
그렇지만 그걸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각자 자리에서 생각을 펼치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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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추석 연휴를 병원에서 보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끝은 진통실이었다. 산 만큼 큰 배를 움켜진 산모 틈에 나도 나름 아직은 산모라며 배를 앞으로 내세웠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다고. 어차피 끝난 것을.

“터미네이션”

인턴이 피곤한 얼굴로 진통실 간호사에게 건조하게 던진 말이다. 끝. 끝이다. 그랬다. 나는 끝내려고 와 있는 사람이었다. 각종 종이 서류를 받고 설명을 듣고 링거를 꽂았다. 배가 사르르 아파졌다. 생리통보다 더 아팠다. 온몸이 추웠다. 춥다고 말했는데 간호사는 얼음 팩을 가지고 왔다. 정신없이 일이 끝난 후 회복실에서야 이불을 얻을 수 있었다.


‘24주’라는 영화가 내 상황을 그대로 복기했다. 주인공은 유명한 코미디언이다. 첫째 아이가 이미 있고 둘째를 임신한 채 왕성한 활동을 한다. 임신 중기에 아이가 다운증후군임을 알게 된다. 부부는 이를 감당하려 한다. 이후 검사를 통해 태아에게 심장 이상까지 발견된다. 태어나서 행복한 일보다는 괴로운 일이 많을 것임을 엄마는 직감으로 안다. 엄마인 주인공은 고민한다. 그 사람이 정한 결정을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더 이상 뱃속에 아이는 없다. 주인공은 빈 배를 감싸 안고 공허한 눈으로 화면 밖에 있는 나를 바라본다.

이제 가을이다. 더위가 끝났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더위가 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더위 끝은 행복이 아니라 공허다. 더위가 간 자리에는 아팠던 예전 기억이 대신 들어와 앉는다. 여름에 피어있던 꽃이 진다. 낙엽은 색이 변하며 떨어진다. 내 마음도 같이 가라앉는다. 억지로 웃으려 하지만 입꼬리가 무겁다. 힘겹게 입은 웃지만 눈이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손에 잡힌 책이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이다. 흰색 표지에 가을바람 같은 글씨체로 이루어진 표지. 이 책을 펼친다. 저자는 나와 나이가 같다. 서른여섯.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까지 마친 후, 다시 의학 대학원에 진학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전문의가 되기 직전 그는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다. 그가 꿈꾼 삶은 그랬다. 치열한 생과 사를 겪는 의사 생활을 경험한 뒤 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는 두뇌를 고치는 신경외과 의사다. 미래 올리버 색스를 꿈꾸는 전도 유망한 로맨티시스트 의사였다. 그가 그린 삶은 몸이 망가지며 끝난다.

건강했을 시절 저자가 의사로서 산부인과 실습을 했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쌍둥이를 조산한 산모. 급박한 상황에서 제왕절개를 결심하고 결국 아이를 꺼냈지만 쌍둥이 둘은 금방 생명을 잃는다. 과연 다른 선택을 했다면 쌍둥이는 살 수 있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24주에 나온다면 태아는 살 수 있다. 안타깝게도 쌍둥이는 그 정도 주수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사는 태아를 꺼내는 결정을 했다. 앞서 영화 ‘24주’에 나오는 주인공 선택과 같은 게 아닐까? 이 결정을 한 의사는 당당하게 말한다. 내 결정은 옳았다고.

젊지만 그는 죽는다. 죽어가고 있다. 끝이 정확히 보이는 그때, 그는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 낳기를 결정한다. 자신이 죽은 후, 아내가 살아내야 할 미래를 걱정한다. 걱정한다면 과연 자신 유전자를 남기는 일이 의미 있는 걸까? 아내에게 육아에 대한 짐을 맡기고 죽음을 맞이하는 건 오히려 더 큰 짐이 아니었을까? 부부는 결국 딸을 낳았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일. 죽음이 앞에 보이는 사내와 그를 사랑하는 아내가 내린 결정이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새 생명에게 끝을 결정한 ‘24주’ 주인공을 원망할 수 없다. 같은 의미로 죽지만 생명을 책임 지려는 마음을 어느 누구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저자가 가진 암은 점점 작아진다. 덕분에 다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나.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다시 암이 재발한다. 그렇게 죽음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아무리 많은 끝을 준비했다 해도 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놀라웠다. 남겨진 아내는 슬픔을 넘어섰다. 그가 그립지만 슬픔보다 더 소중한 마음이 피어났다고 말했다. 오히려 암이 발견되기 전에 둘은 이혼 위기가 있었다. 암은 그 둘을 다시이어주었고 새 생명을 품을 용기를 주었다. 끝은 다른 시작을 만들었다. 끝이지만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랑을 배우고 간절함을 배우고 생명이 주는 경외를 경험했다. 이 두 명이 경험한 끝은 이렇듯 특별했다.

낙엽이 떨어진 땅만 보길 멈추고 나무 위를 바라본다. 푸른 하늘이 끝없이 높게 펼쳐져 있다. 구름 없는 하늘이 청명하다. 그 옆에 나뭇가지에 감이 달려있다. 점점 붉은빛으로 변해간다. 어느 나무에서는 대추가 달려있다. 낙엽이 끝을 알리고 그 자리를 과실이 대신한다. 열매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2010년 임신을 간절히 바랬다. 의사 말을 잘 들었다. ‘명의’에도 나온 그 의사 말을 신뢰했다. 뱃속에 뛰는 심장이 세 개가 있었다. 빠른 시간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절대 내게 이런 선택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해야 했다. 태아 세 명을 30주 이상 품고 있지 못하리란 엄마로서 직감을 믿었다. 한 아이를 보낸 후 뱃속 세 태아 모두 내 뱃속에서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나머지 태아마저 9월에 모두 보내야 했다.
간사한 내 마음에 수치심이 일었다. 세 아이를 보냈지만 매달 임신이 되지 않아 눈물을 흘렸던 그때보다 덜 슬픈 나를 마주 했기 때문이다. 책 안에서 힘든 몸 때문에 암이 전이가 심해서 수술이 취소되길 바랐던 그 마음과 같았다. 다음에 다시 임신할 수 있는 몸이란 위로가 죽은 아이들에 대한 슬픔을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첫째 딸을 낳고, 늦여름에 둘째를 낳았다. 이제 가을이다. 아이 셋을 모두 보냈던 그 가을. 곧 내 만삭도 끝이 난다. 내 뱃속에서 세 번째 아이가 인생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임신을 종료하기 위해 갔던 진통실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러 간다. 세 아이 생명이 끝난 곳이 다시 내 세 아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이 됐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95)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저자가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던 질문이다.
개구쟁이 딸 둘이 끊임없이 내게 요구한다. 물을 달라고 배고프다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고. 그 요구는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집안 먼지와 빨랫감, 설거지할 그릇들. 해 놓으면 다시 또 어질러진 채 그대로 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다.

인정한다. 이런 일들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아이가 하는 요구를 들어주고 빨래를 하고 집을 청소하고 먹거리를 만드는 일. 이 일이 나를 살아있게 해 준다. 사소한 작은 일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끝은 다시 시작을 만든다. 끝은 더 이상 허무와 공허가 아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일 뿐이다.

더위 대신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가을. 떨어져 있던 마음도 같이 주섬주섬 주어본다. 다시 힘내어 두 아이를 안아 본다. 뱃속에 꿈틀대는 세 번째 아이를 쓰다듬는다. 뱃속에서 밀고 있는 다리를 쓰다듬는다. 내 몸과 이어져 있는 아이. 나와 분리되는 순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엄마만이 아는 뱃 속 아이와 일체감. 이 경험도 곧 끝이다. 새로운 시작 전에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 아마도 다시는 이런 경험은 없을 수도 있다. 끝은 항상 준비되지 않을 때 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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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스콜라 창작 그림책 7
윤여림 지음,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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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정겨운 그림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이 예쁘게 조화를 이룬 책입니다. 표지에 나온 아기가 제 친구 아기랑 많이 닮아서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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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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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쓴 젊은 의사가 남긴 회고록.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쓴 책이라서 체력에 앞선 열정이 보이는 글.안타깝게 미완으로 남긴 원고.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의미있는 책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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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될 거야! 채우리 저학년 문고 27
김선희 지음, 최상훈 그림 / 채우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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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딸에게 들려준 동화랍니다.ㅎ요즘 꿈이 가수라고 하길래요.중간에 부모님이 주인공 때문에 싸우는 부분 읽으며 5,7세 아이가 무서워하더라고요.아무래도 너무 어린데 읽힌 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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