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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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불어 원문을 그대로 실어서 원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가끔 영문 번역과 비교를 통해서 번역에 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어린왕자>에 대해 국내 번역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어는 전혀 모르고 번역에 대해서는 더 알지 못하는 입장이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된 소설보다는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의역으로 인한 의미의 변질을 의심해서이다.

 

P.162. 그런데 우리의 번역은 그 '의역'의 범위를 확대해서 이상할 정도로 '해석'에 집착합니다.

 

저자 이정서는 번역도 하지만 자신도 창작을 하는 소설가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직역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의역을 넘어 작품의 재탄생도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의역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생각을 또는 독자의 생각을 번역가가 대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그 색을 어떤 색인지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만약 번역가가 색에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작품을 번역한다면 그 작품의 색은 이미 변색된 것이고 독자는 변색된 작품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그래서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을 통해서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밝히고 있어서 <어린왕자>를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면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는 어린 왕자가 이상해 보일 때도 있었고 너무나 까칠한 장미가 얄미울 때도 있었는데 저자의 Note를 통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Note를 통해서 의역이 심한 국내 번역본과 자신의 직역을 비교하고 오역이나 심한 의역에 주의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Note를 통해서 많은 오류들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도 함께 주는 책이다.

P.362.

Lentement je hissai le seau jusqu'a la margelle.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Dans mes oreilles durait le chant de la poulie et, dans l'eau qui tremblait encore, je voyais trembler le soleil.

 

나는 천천히 우물 전까지 두레박을 당겨올려서 똑바로 세워놓았다. 내 귀에는 도르레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고 출렁대는 두레박의 물 속에서 햇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김**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의 둘레돌까지 들어 올려 넘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나의 귓속에서는 도르래의 노래가 계속 울렸고 여전히 출렁거리는 물 속에서 해가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황**역)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테두리 돌 위로 끌어 올렸다. 나는 균형을 제대로 유지했다. 귓속에서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지속되었고, 아직도 흔들리는 물 위로, 나는 태양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이정서 역)

 

je l'y installai bien d'aplomb. 문장을 빼고 번역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직역을 주장하고 있기에 문장의 마침표가 세 개이니 번역된 문장도 세 개의 마침표를 가져야 하고 다른 문장부호(쉼표)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문장들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미세하지만 느낌의 차이는 클수도 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를 할지 안 할지는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어쩌면 저자는 독자들에게 의역이 주는 느낌과 직역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런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왕자>의 번역들을 비교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저자의 소신을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번역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올바른 번역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더불어 감수성 넘치는 <어린왕자>를 만나보는 즐거움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세계적인 명작이 덤으로 주어진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내용도 많은 특별한 색을 가진 책이다.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색을 제대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은 주위에 스며드는 그런 색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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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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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나머지

전부

<오베라는 남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우리와 당신들>을 만나 보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오베라는 남자>이후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그리고 <베어 타운>까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물해주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과 전작 <베어 타운>의 후속작이라는 점이었다. 작은 도시에 있는 아이스하키 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던 전편처럼 이번 작품도 아이스하키 팀이 중심이 된다. 이야기는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라는 흥미로운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차이차별이 되면 벌어질수있는 아픈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도시에 두 개의 아이스하키 팀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팬덤을 넘어 종교에 가까운 듯하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든 주민들이 아이스링크를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술집에 앉아서 그날의 경기를 이야기한다. 즉 베어 타운이 곧 아이스하키 팀이고 마을 주민들은 모두 아이스하키 플레이어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베어 타운은 그렇게 '우리'가 되었고 또 그렇게 '당신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에 대한 엄청난 사랑이 '당신들'에 대한 커다란 증오로 변질되어가면서 베어 타운의 주민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 혼란의 시작이 <베어 타운>이었다면 혼돈의 정점이 <우리와 당신들>이다.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해서 읽는 내내 창피했다.

P.364.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중략)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P.523.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그리고 불안했다. 작가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결말이 좋지 못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되었고 그 불행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그려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마음 불안한 일이었다. 설마 전편에서 용기 있게 자신의 상처를 들어낸 마야나 아픔을 함께한 마야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이 아닌지 정말 엄청난 불안감을 안고 이야기를 읽었다. 보통 이 작가의 전작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밤을 새웠었는 데 이번 작품은 가슴속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불행의 주인공 찾기는 긴장감을 더했고 불행의 주인공이 밝혀졌을 때 긴장감과 불안함은 뜨거운 눈물과 함께 해소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두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갈 때쯤 불행이 두 남녀의 사랑 사이에 끼어든 것이다.

 

P.31. 레오는 열두 살이고 올해 여름에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사실을 깨달았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사랑스럽다. 부모를 배려하며 자신의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씩씩하게 버티는 마야가 사랑스럽고, 남편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꿈과 능력을 품고 사는 미라도 사랑스러웠다. 검은 재킷 사나이들도 너무 사랑스러웠고 새로 부임한 여자 코치 사켈 또한 사랑스럽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아이스하키 단장의 동창생이면서 이 지역 지역 의원인 리샤르드 테오는 정말 밉고 그냥 막 싫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의 이미지는 대동소이한 모양이다. 그런데 테오는 정치인들 중에서도 정말 나쁜 정치인이다. 의원이라는 작자가 지역 내 갈등을 이용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듯해서 테오가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P.515.이곳에는 좋은 사람들도 살고 나쁜 사람들도 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 둘을 구분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작은 마을 내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에 우리에서 당신들이 되어버려야 했던 한 소녀와 또 다른 한 소년의 이야기가 흐름을 주도한다. 소녀의 우정이 산산이 깨져버리면서 또 다른 사랑이 싹트고 베어 타운 아이스하키 팀은 새로운 후원자를 맡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찾아보라는 식으로 많은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확실한 악인 한 명은 알 것 같은 데 다른 이들의 선악 구별은 무의미할 것 같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손에 잡는 순간 다 먹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팝콘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감동의 눈물을 통해서 마음의 정화를 바란다면 이 책이 지름길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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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년 가게
이인우 지음 / 꼼지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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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가업을 승계해서 백 년이 훨씬 넘는 전통을 품고 앞으로의 백 년을 준비하는 그들의 장인 정신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 전통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 도시들의 역사가 우리 도시의 역사보다 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한양이라는 오랜 전통의 도시를 일본 제국 주의의 침략과 6.25 전쟁으로 잃고 말았다. 그리고 폐허에서 재건된 서울의 역사는 그리 길지 못하다. 그래서 이 책<서울 백년 가게>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지키지 못했던 전통을 이제 서울 속에 새로운 전통으로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전통 부활의 첨병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백년 가게'를 꿈꾸며 지키고 있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았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가게의 역사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의 만남은 그 만남 자체가 설렘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24개 가게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 쌓았던 노하우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에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들을 보여주고 백년 가게의 소중함을,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 책이다. 

 

전통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듯하다. 그 전통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리고 그 전통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전통을 만들고 이으려는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통만큼이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있고 많은 사진들이 함께해서 책을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이 소중한 것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거의 향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무는 전통의 생명력은 그리 강하지 못할 듯하다. 그래서 궁중 비법으로 떡을 만들고 있는 비원 떡집이나 문예인들의 아지트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전통을 잇고 있는 학림다방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욱 기대된다.

 

일본의 오래된 가게들의 전통이 부러워질 때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을밀대나 홍익문고 같은 백년 가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서울에도 전통을 지키며 '백년 가게'를 꿈꾸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가끔은 그런 자랑스러운 가게들을 찾아서 전통을 지키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그곳에서 전통이 주는 무한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서 서울 거리를 거닐고 싶다면 이 책 <서울 가게 백년>과 함께 하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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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바른 습관 - 기본 중의 기본을 담다
문성후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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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 참고 견디는 힘, 특히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쌓이면 그것은 내공이 됩니다.

저자 문성후가 24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는 <직장인의 바른 습관>을 만나보았다. 회사라는 조직은 상하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괴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직장생활을 보다 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주요 내용들도 직장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적게 하고 조직에서 성취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저자가 몸소 체득한 실용적인 방법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24년이라는 직장 생활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직장인이 읽는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다.


이 책은 멘탈, 일머리, 직장 화법, 레벨-업, 생존력이란 타이틀을 단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각 파트에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장 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론들과 그 이론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담겨있다. 소개된 많은 방법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기 효능감'이었다. 새해가 되면 매년 무언가를 다짐하고 계획하며 새로운 한 해를 그려본다. 하지만 그 다짐이 조금씩 무뎌지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런 경우를 줄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셀프 엔진으로 '자기 효능감'을 소개하고 있는 데 처음 접하는 것이지만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호렌소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들을 체득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직장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각 파트의 끝에 자리한 [후선배의 상담코너]에서는 저자가 다양한 질문에 답해주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책의 부록 '24가지 바른 습관 키워드'이었다. 책을 통해서 들려준 저자의 이야기를 한눈에 정리해 놓고 있어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고 있어 좋았다. 이 외에도 많은 매력을 가진 소중한 책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으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하는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관계를 보다 좋게 만들어줄 다양한 방법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직장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주변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에 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저자가 보여주는 직장 내 예절이나 대화법 등은 직장을 떠나서 보다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관계에 서투른 이들에게,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꼭 필요한 노하우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타인과 따뜻한 관계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꼭 한번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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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 - 유라시아 대초원에 펼쳐진 북방제국의 역사와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하다
김석동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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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만나보아도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역사 이야기이다. 역사는 저자가 바라본 시점이나 시대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나타나는데 그런 미묘한 차이가 역사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듯하다. 얼마전 역사적인 경제적 사건으로 세계사를 바라본 책을 만나본 적은 있지만 경제학자가 우리나라 역사를 들려주는 책인 처음이다. 저자의 이력도 신선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곳이 역사이전 선사라는 점은 더욱 더 새롭게 느껴졌다. 기록이 없는 선사문화를 쫓아 한민족의 DNA를 찾아본다니 저자의 발상이 무척 특색있어 보였다. 경제학자가 바라본 우리 선사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를 통해서 시간적으로도 멀고 지리적으로도 먼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을 만나본다. 

 

책의 구성은 역사책인 만큼 무척 심플하다. 제1부에서는 한민족의 DNA를 찾아보고 우리 민족의 특색을 이야기하고 제시하고 있는 데 당연히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우리 민족의 장점들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듯한데 그 이유는 저자의 에필로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제2부은 한민족의 DNA의 원천을 찾아서 실크로드를 종으로 횡으로 답사하고 유라시아 대초원까지 횡단하는 내용을 담고있는 데 많은 사진들을 첨부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긴 여정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있다. 즉 우리민족의 특징들을 알아보고 그 특징들과 북방민족과의 동질성을 확인하기위해서 저자가 10년간 50차례 5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현장답사를 기록한 정말 소중한 책이다

 

저자 김석동은 대한민국이 이룬 경제 발전 기적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세계와 승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수출과 중화학공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민족의 DNA 이다. 저자는 한민족 DNA를 네 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첫째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끈질긴 생존 본능이고 둘째는 경쟁을 두려워하지않는 승부사 기질이다. 그리고 셋째는 강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목표에 몰입하는 집단적인 힘 즉 강한 집단의지이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무대로 '나가서 승부하는' 개척자 근성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의 북방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저자가 그토록 오랜 시간과 열정으로 만난 한민족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였을까? 또 어떤 결론에 이르렀을까?

 

P.405. 이로써 앞서 전원철 박사가 연구하여 밝혀낸 역사, 즉 대몽골 제국의 칭기스칸이 고구려,발해의 후손이라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DNA 유전자 분석, 고고학적 유물 분석, 그리고 역사학자들의 인식과 연구를 종합하여 한민족의 개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첫째, 한민족의 활동과 역사 범위를 현대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 지역과 발해만 일대를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하기보다는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를 거치면서 민족간 융합이 있었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한민족은 유전자 분석, 언어, 고고학적 유물 등을 통해 볼 때 중국 북방과 유라시아 대초원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약해 왔던 북방민족과 혈연.문화적으로 가깝고 이들과 교류.이동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저자가 어떻게 위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이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이른 결론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역사에 최초로 등장하는 기마군단은 BC 8 ~3세기에 활약한 '스키타이'이고 기마군단의 출발지는 몽골 고원이다. 8,000km에 달하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초원의 주인공 기마군단(흉노,선비,돌궐,몽골,여진)이 2500년간 세계사를 써내려간 출발지가 바로 몽골고원인 것이다. 저자는 스키타이를 시작으로 먼 여정을 시작해서 역사속 여러 북방 민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흔적을 찾아 고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민족과의 동질성을 찾아 보았다. 발해만 요하 일대에서 발견된 고대 문화의 유적인 홍산(紅山)문화 (또는 요하문명)는 기원전 6000년경 당시부터 한반도와 중국 동북 지역 일대를 엮는 발해만 연안은 중국의 중원과는 다른 독자적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데 홍산문화가 중국의 자랑 황허문명보다 앞선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국사 시간에 별생각없이 외웠던 북방민족으 특징 빗살무늬토기(중국문화에는 없음),적석총(중국은 토광묘),비파형동검(중국은 동주식 동검문화) 의 의미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옛날 이야기로만 알았던 '단군 신화'가 이 책을 통해서 전설이 아닌 역사로 느껴진다. 세계사는 미국 중심으로 동양사는 중국 중심으로 배운 우리들이 '오랑캐'라고만 알았던 북방민족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려주고 있다. 한민족의 고대사를 다시 볼 수 있는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자가 걸었던 북방민족의 길을 언젠가는 따라 가보고 싶다. 한민족의 고대사 속에 숨쉬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만나보기 바란다. 참 이 책의 말미에 기술한 에필로그를 보면 저자의 직업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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