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에서 산수화는 5세기 남북조시대 화가 종병이 늙어서 더이상 산에 오르기 힘들어지자 산수화를 그려놓고 누워서 보며 즐긴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이를 누워서 노닌다고 하여 와유(臥遊)라고 한다.  나의 답사기가 꼭 현장에 가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독서하는 또 다른 와유가 되기를 바란다.
2015년 9월 유홍준 - P9

남한강의 수맥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산맥은 뼈, 들판은 살, 강은 핏줄이다. 산과들은 국토의 골격을 이루고 강물은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강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유히 흐르면서 국토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며 흐르는강물은 여기에 살던 사람들의 애환을 침묵 속에 증언한다. 그리하여 강은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국토의 향기와 역사의 고동이 일어난다. 압록강·두만강·청천강·대동강 임진강·한강·금강·낙동강·섬진강.....…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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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세월을 보낸다. 이때 도련님은 올라갈 적에 숙소마다 잠 못 이뤄, 보고지고 나의 사랑 밤낮으로 보고지고, 그리운 우리 사랑, 날 보내고 그리는 마음 속히 만나 풀리라. 날이 갈수록 마음 굳게 먹고 과거급제하여 외직으로 나가기를 바라더라. - P93

이때 몇 달 만에 신관 사또가 부임하니 자하골 변학도라 하는양반이라. 문필도 볼 만하고 인물 풍채 활달하고 풍류에 통달하여 외입 또한 좋아하되, 한갓 흠이 성격이 괴팍한 중에 가끔씩미친 듯이 날뛰는 증상을 겸하여 혹 실덕(德)도 하고 잘못 처결하는 일이 간간이 있는 것이라. 세상에 아는 사람은 다 고집불통이라 하겠다.
부하 관리들이 사또를 맞이하러 간다.
"부하 관리들 대령이오."
"이방이오."
"감상 126)이오." - P94

사또 매우 기뻐 춘향더러 분부하되,
"오늘부터 몸단장 바르게 하고 수청을 거행하라."
"사또 분부 황송하나 일부종사(從事) 바라오니  분부시행못하겠소."
사또 웃으며 말한다.
"아름답도다. 계집이로다. 네가 진정 열녀로다. 네 정절 굳은 마음 어찌 그리 어여쁘냐 - P109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요 열녀불경이부(烈女不更二夫)라.  절개를 본받고자 하옵는데 계속 이렇게  분부하시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옵고 열녀불경이부오니 처분대로 하옵소서." - P111

이때 회계 나리가 썩 나서 하는 말이,
"네 여봐라. 어 그년 요망한 년이고, 사또 일생 소원이 천하의 일색(一色)이라. 네 여러 번 사양할 게 무엇이냐?  사또께옵서 너를 추켜세워 하시는 말씀이지 너 같은  기생 무리에게 수절이 무엇이며 정절이 무엇인가?  구관은 전송하고 신관 사또 영접함이 법도에 당연하고 사리에도 당연커든 괴이한 말 하지 말라. 너희 같은 천한 기생 무리에게 ‘충렬(忠烈)‘ 두 자가 웬말이냐?" - P111

춘향이 악을 쓰며 하는 말이,
"유부녀 겁탈하는 것은 죄 아니고 무엇이오?"
사또 기가 막혀 어찌 하시던지 책상을 두드릴 제, 탕건이 벗어지고 상투가 탁 풀리고 첫마디가 목이 쉬어,
"이년을 잡아 내리라."
호령하니 골방에서 수청들던 통인,
"예."
하고 달려들어 춘향의 머리채를 주루루 끄어내며
"급창" 156)
"예." - P113

집장사령 161) 여쭈오되,
"사또 분부 지엄한데 저만한 년을 무슨 사정 두오리까. 이년! 다리를 까딱도 하지 말라.  만일 움직이다가는  뼈가 부러지리라."
호통하고 들어서서는 구호에 발맞추어 서면서 춘향에게 조용히 하는 말이,
"한두 대만 견디소. 어쩔 수가 없네. 요 다리는 요리 틀고 저다리는 저리 트소."
"매우 쳐라."
"예잇, 때리오."
딱 붙이니 부러진 형장 막대는 푸르르 날아 공중에 빙빙 솟아대뜰 아래 떨어지고, 춘향이는 아무쪼록 아픈 데를 참으려고 이를 복복 갈며 고개만 빙빙 돌리면서,
"애고 이게 웬일이여." - P115

춘향이는 저절로 설움 겨워 맞으면서 우는데,
"일편단심 굳은 마음은 일부종사하려는 뜻이오니 일개 형벌로 치옵신들 일 년이 다 못 가서 잠시라도 변하리까?"
이때 남원부 한량이며 남녀노소 없이 모두 모여 구경할 제 좌우의 한량들이,
"모질구나 모질구나. 우리 골 원님이 모질구나. 저런 형벌이왜 있으며 저런 매질이 왜 있을까. 집장사령놈잘 보아 두어라.
삼문三門) 밖 나오면 패죽이리라."
KA보고 듣는 사람이야 눈물 아니흘릴 자 있으랴. 둘째 매를 딱붙이니, - P117

"아무 데 살든지라니. 당신은 눈구멍 귓구멍 없나? 지금 춘향이가 수청 아니 든다 하고 형장 맞고 갇혔으니, 기생집에 그런열녀 세상에 드문지라. 옥결 같은 춘향 몸에 자네 같은 동냥치가추잡한 말 하다가는 빌어먹지도 못하고 굶어 뒤지리. 올라간 이도령인지 삼 도령인지 그놈의 자식은 한번 간 후 소식이 없으니,
사람이 그렇고는 벼슬은커녕 내 좆도 못 되지."
"어 그게 무슨 말버릇인고?"
"왜? 뭐 잘못되었나?"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아무리 남이라고 하지만 말버릇이 너무고약한고."
"자네가 철모르는 말을 하니 그렇지."
수작을 끝내고 돌아서며, - P154

하직하고 한 모퉁이를 돌아드니 아이 하나 온다. 지팡이 막대끌면서 시조(時調) 절반, 사설(辭) 절반 섞어 하되,
"오늘이 며칠이고, 천릿길 한양성을 며칠이나 걸어 올라가랴.
조자룡이 강을 넘던 청총마가 있었다면 하루만에 가련마는 불쌍하다. 춘향이는 이서방을 생각하여 옥중에 갇히어서 목숨이경각이라. 불쌍하다. 몹쓸 양반이 서방은 한번 간 후 소식을 끊어버리니 양반의 도리는 원래 그러한가." - P155

지난 해 어느 때에 님을 이별하였던고
엊그제 겨울눈이 내리더니 또 가을이 되었네
미친바람 깊은 밤에 눈물이 눈 같으니
어찌하여 남원 옥중의 죄수가 되었는고

거세하시군별첩(去歲何時君別妾)
고작이동설우동(已冬雪又動秋)라.
광풍반야누여설(狂風半夜淚如雪)하니
하위남원옥중수(何爲南原獄中囚)라. - P158

금준미주(金樽美酒)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着)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이 글 뜻은, - P175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 P176

"어 추워라. 문 들어온다 바람 닫아라. 물 마르다 목 들여라."
관청색(官廳色)은 상을 잃고 문짝을 이고 내달으니,  서리, 역졸 달려들어 후닥딱.
"애고 나 죽네." - P179

"기생 월매의 딸이온데 관청에서 포악한 죄로 옥중에 있삽내다."
"무슨 죄인고?"
형리 아뢰되, 본관사또 수청 들라고 불렀더니 수절이  정절이라 수정 아니들려 하고 사또에게 악을 쓰며 달려든 춘향이로소이다."
어사또 분부하되,
"너 같은 년이 수절한다고 관장(官長)에게 포악하였으니 살기를 바랄쏘냐. 죽어 마땅하되 내 수청도 거역할까?"
춘향이 기가 막혀,
"내려오는 관장마다 모두 명관(官)이로구나. 어사또 들으시오. 층암절벽 높은 바위가 바람 분들 무너지며, 청송녹죽 푸른나무가 눈이 온들 변하리까. 그런 분부 마옵시고 어서 바삐 죽여주오."
하며,
"향단아, 서방님 어디 계신가 보아라. 어젯밤에 옥 문간에 와계실 제 천만 당부하였더니 어디를 가셨는지 나 죽는 줄 모르는가."
어사또 분부하되,
"얼굴 들어 나를 보라." - P181

이때 어사또는 좌도와 우도의 읍들을 순찰하여 민정을 살핀후에, 서울로 올라가 임금께 절을 하니 판서, 참판, 참의들이 입시하시어 보고서를 살핀다. 임금께서 크게 칭찬하시며 즉시 이조참의 대사성을 봉하시고 춘향으로 정렬부인을 봉하신다. 은혜에 감사드리고 물러나와 부모께 뵈오니 성(聖恩)을 못 잊어 하시더라.  이때 이조판서 호조판서,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 다 지내고 퇴임한 후에 정렬부인으로 더불어 백년동락(百年同樂)할새, 정렬부인에게 삼남삼녀(三男三女)를  두었으니 모두가 총명하여 그 부친보다 낫더라. 
일품 관직이 대대로 이어져 길이 전하더라.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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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남원 땅에서 평생 사실 줄로 알았겠소. 나와 어찌 함께 가기를 바라리오. 도련님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여기서 팔 것팔고 추후에 올라갈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오. 내 말대로 하면궁색하지 않고 좋을 것이요. 내가 올라가더라도 도련님 큰 댁으로 가서 살 수 없을 것이니 큰 댁 가까이 방이나 두엇 되는 조그마한 집이면 족하오니 염탐하여 사 두소서. 우리 식구가 가더라 - P75

서방 없는 춘향이가 세간살이 무엇하며
단장하여 뉘 눈에 사랑받을꼬?
몹쓸 년의 팔자로다
이팔청춘 젊은 것이 이별 될 줄 어찌 알랴
부질없는 이내 몸을
허망하신 말씀 때문에
신세 버렸구나.
애고애고 내 신세야. - P76

"춘향아 울지 마라. ‘남편은 변방인 소관에 있고 아내는 오나라에 있네.‘ 114)란 시처럼 소관에 있는 남편과 오나라에서 타향살이 하는 아내가 님 그리워서 규중심처(閨中深處)에서 늙어 있고, ‘먼길 떠나는 길손이 관산으로  향하는 길이 얼마나 험할꼬.‘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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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것도 나 아니 될라오."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경주의 인경도 되지 말고
전주의 인경도 되지 말고
송도의 인경도 되지 말고
서울 종로의 인경 되고 - P61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방아 구덩이가 되고
나는 죽어 방아 공이가 되어
경신년 경신일 경신시에 강태공이 만든 방아
그저 떨구덩 떨구덩 찧거들랑
나인 줄 알려무나.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춘향이 하는 말이,
"싫소. 그것도 내 아니 될라오."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냐?" - P62

"싫소. 그것도 아니 될라오. 위로 생긴 것이 성질나게만 생기었소. 무슨 원수가 졌기에 일생 한 구멍이 더하니 아무것도 나는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가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어
나는 네 꽃송이 물고
너는 내 수염 물고
춘풍이 건듯 불거든
너울너울 춤을 추고 놀아보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P63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빵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 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 P66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이불 안에서 쌍쌍이 날아드는 비둘기같이 꾹꿍 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쏙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옷까지 훨씬 벗겨 놓았다.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제,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달아올라 구슬땀이 송송실 앉았구나.
"이애 춘향아 이리 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와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추켜올리며, - P67

"네가 그러면 무엇이냐. 날 홀려 먹는 불여우냐?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곱도 곱게 길러내어 나만 홀려 먹으라고 생겼느냐? 사랑사랑 사랑이야 내 간간 내 사랑이야.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생 밤, 삶은 밤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꼭지를 잘 드는칼로 뚝 떼고 강릉에서 나는 좋은 꿀을 두루 부어 은수저로 붉은점 한 점을 먹으려느냐?" - P69

"에라 요것 안 될 말이로다. 어화 둥둥 내사랑이지. 이애 그만 내리려무나. 온갖 일에는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없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이없어 못 없겠소."
"업는 수가 있느니라. 나를 돋워 업으려 하지 말고 발이 땅에닿을 듯 말 듯하게 뒤로 젖힌 듯하게 업어다오."
도련님을 업고 툭 추켜 놓으니 몸이 뒤틀렸구나. - P69

온갖 장난을 다 하고 보니 이런 장관이 또 있으랴. 이팔과 이팔 둘이 만나 미친 마음 세월 가는 줄 모르던가 보더라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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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太古) 시절이라. 아득한 옛날 중국의 임금인  천황씨는 쑥떡으로 왕이 되어 섭제별에서 세상을  일으켰으니 자연스럽게 나라가 태평하였느니라. 
또 형제 열두 명이 각각 일만 팔천세를 누렸다."
방자 여쭈오되,
"여보 도련님, 천황씨가 목덕으로 왕이 되었단 말은 들었으되쑥떡으로 왕이 되었단 말은 금시초문이오." - P36

64 원래는 목덕(木德) 즉 나무의 기운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이 도령이 춘향에 정신이 팔려 이 구절을 쑥떡으로 잘못 읽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양반에 대한 풍자의 의도도 읽을 수 있다. - P36

"도련님 웬 고함이오. 고함소리에 사또 놀라시어 알아보라 하옵시니 어찌 아뢰리까?"
딱한 일이로다. 남의 집 늙은이는 귀 어두운 병도 있더니마는귀 너무 밝은 것도 보통 일 아니로다. 도련님 크게 놀라,
"이대로 여쭈어라. 내가 『논어』라 하는 글을 보다가 ‘아 애석하도다. 내가 늙은 지 오래되었구나. 꿈에 주공을 보지 못하다니.‘ 란 구절을 보다가 나도 주공을 보면 그렇게 해볼까 하여 흥이 나서 소리가 높았으니 그대로만 여쭈어라." - P40

"정승이야 어찌 바라겠나. 그러나 내 생전에 과거급제는 쉽게할 것이고, 급제만 쉽게 하면 육품 벼슬이야 무난하지 않겠나."
"아니요. 그리 할 말씀이 아니라 정승을 못하오면 장승이라도되지요." - P43

단단히 일러 당부하고 춘향 어미가 나오는데, 세상 사람이 다 춘향 어미를 일컫더니 과연이로다.  자고로 사람이 외갓집을 많이 닮는 탓에 춘향 같은 딸을 낳았구나. 춘향 어미 나오는데 거동을 살펴보니, 나이 오십 세가 넘었는데 소탈한 모양이며 단정한 거동이 빼어나고 살결이 토실토실하고 윤기가 있어 복이 많은지라. 수줍고 점잖은 모양으로 신을 끌어 나오는데 가만가만방자 뒤를 따라온다. - P46

봄바람 부는 대나무 운치를 띠었구나
향을 피워 밤에 책을 읽네.

대운춘풍죽(帶韻春風竹)이요
분향야독서(焚香夜讀書)라.

기특하다 이 글 뜻은 남장(男裝)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전쟁에 나갔던 효녀 목란(木蘭)의 절개로다. - P49

춘향과 도련님 마주 앉아 놓았으니 그 일이 어찌 되겠느냐. 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삼각산 제일봉에 봉학이 앉아 춤추는 듯, 두팔을 구부정하게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 꼭 잡고, 옷을 공교하게벗기는데, 두 손길 썩 놓더니 춘향의 가는 허리를 담쏙 안고,
"치마를 벗어라." - P55

춘향이가 이불 속으로 달려든다. 도련님 왈칵 쫓아 들어 누워저고리를 벗겨 내어 도련님 옷과 모두 함께 둘둘 뭉쳐 한편 구석에 던져 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나. 한창 힘을 쓸 제, 삼베 이불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청그렁 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잘 자고 났구나. 그 가운데 재미있는 일이야 오죽하랴.
하루 이틀 지나가니 어린 것들이라 새로운 맛이 간간 새로워부끄럼은 차차 멀어지고 그제는 희롱도 하고 우스운 말도 있어자연 사랑가가 되었구나. 사랑으로 노는데 똑 이 모양으로 놀던 것이었다. - P57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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