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의 중심은 빈이다. 문화 예술에 한정할 경우 빈은 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수준이 높고 가진 것이 많다. 오랜 세월 합스부르크제국의 수도였고, 19세기 후반 짧은 기간에 낡은 중세 도시에서 벗어나 유럽의 첫손 꼽는 문화 예술 도시로 도약했으며, ‘비엔나커피‘에서 모차르트의 음악까지 다양한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특히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여행자는 빈을 빠뜨리지 않는다. - P5

부다페스트와 프라하는 합스부르크제국의 영향권에 있었던 만큼 정치 · 경제 · 문화 · 역사 등 모든 면에서 빈과 깊이 얽혀 있다. 하지만 도시 공간의 구조와 문화적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빈이 지체높은 귀족이라면 부다페스트는 모진 고생을 했지만 따뜻한 마음을간직한 평민 같았고 프라하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명랑소년‘을 보는 듯했다 - P5

온몸이 부서지는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깨어나 재활 중인 중년 남자라고 해도 될 드레스덴은 프라하에 갈 때들르기 좋은 도시여서 2권에 넣었다. - P6

빈은, 책으로 말하자면, 유명한 인문학 고전과 비슷하다. 명성 높은 인문학 고전은 모르면 교양인이 아닌 것 같아서 읽는 경우가 많다. 대단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 읽어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내게는 플라톤 · 공자 · 단테. 괴테 등의 책이 다 그랬다. 빈에 발을 들여놓았을때 내 심정은 그런 책들을 펴들었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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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 대신 철학고전에 취하겠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가지고 있는 도올의 책들. 읽기 어려움

철학?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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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세종대왕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치열함으로 요약된다.
그의 독서법은 백독백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는 것이었다.
세종은 왜 그토록 힘들게 독서했던 걸까?
나는 그가 백성을 애타게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성호에게 있어서 책은 책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

사랑하라. 영혼 깊이 사랑하라.

나는 술 대신 철학고전에 취하겠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독일 태생의 이론물리학자) - P13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그런데21세기 지구의 대표적인 피지배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진국들은 인문고전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단언하기는힘들지만 어쩌면 그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나타났던지배계급의 ‘의도‘는 아닐까?

지식교육을 버리라니, 이는 우리의 운명을 백인들에게 맡기고그들의 사슬에 묶여 마냥 끌려다니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윌리엄 듀보이스(1868~1963,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 P27

스파르타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른 그리스인들보다 뛰어난 것은지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싸움과 용기로 얻은 것이라고 남에게 인식시키려 하였습니다.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중에서 - P38

국력 신장을 위한일본의 독서 프로젝트
제1고교 학생들은 3년 동안 매주 열 시간 이상 외국어 수업을 들었다.
라틴어가 필수 공통과목이었고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 두 과목이 선택이었다.
서양고전 원전을 국어처럼 술술 읽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 P47

법조인 130명 vs.전과자 96명...
영적으로 『성경』을 삶의 지표로 삼고,
지적으로 인문고전 독서에 힘쓰는 전통을 후손에 물려준 에드워즈와 달리 슐츠는『성경』에 무관심하고 인문고전 독서에 문외한인 전통을 물려주었다. - P54

하버드 교수도 열광한카를 비테식 ‘다른 교육‘
•이제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도두뇌와 삶에 어떤 변화도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 P61

장한나는 왜하버드 철학과를 선택했을까?
...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역사나 철학을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김대식, 공부혁명 중에서 - P68

삼류 학교인 시카고대학이노벨상 왕국이 된 사연...
1929년부터 2000년까지만 봐도 시카고 대학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무려 예순여덟 명에 달한다. 1929년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광신도라고 할 수 있는로버트 허친스가 시카고 대학교 제5대 총장에 취임한 해다. - P74

치원 황상, 연암 박지원, 뉴턴 처칠, 에디슨, 세인트존스 대학, 시카고 대학, 마바 콜린스, 클레멘트 코스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1.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맹을 천재로 만든다.
2.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지능이 낮은 아이를 천재로 변화시킨다.
3.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평범한 학생을 아이비리그 졸업생보다 뛰어난 인재로 만든다.
4.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둔재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다.
5.인문고전 독서교육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지적으로 성장시킨다.
6.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어떠한 희망도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 P82

철학고전 독서가 일으킨 ‘물음표‘ 혁명
놀랍게도 지난 몇 년 동안 수업 시간에
‘왜?‘라는 질문을 단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던 아이들이 ‘왜?‘라고 묻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마치 지식의 끝을 보려고 하는 광적인 학자처럼 굴었다. - P83

논술을 위한인문고전 독서는 하지 마라
조선시대에 과거시험공부의 정석을 깨뜨린 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 족집게 선생님을 붙여주지도 않았고, 여러 책을 짜깁기한 교재를공부하게 하지도 않았고, 기출문제집을 외우게 하지도 않았다. - P89

1. 통독하게 하라.
2. 정독하게 하라.
3. 필사하게 하라.
4.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라.
5.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 P95

‘행복한‘ 천재, 인문고전 독서에 답이 있다...
수업은 늘 가정불화로 끝났다. 나에게 실망한 아버지는 고함을 질러댔고,
어머니는 아버지에 맞서 나를 감싸기 바빴다. 나는 두 분 사이에서 울기만 했다.
노버트 위너(1894~1964, 미국의 수학자) - P99

조지 소로스는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장악했을까?
...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은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나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조지 소로스(1930~ 미국의 금융인) - P107

최초의 철학자는최고의 투자가였다
여러분은 이제껏 속아왔어요. 부자들은 인문학을 배웁니다.
얼 쇼리스, ‘희망의 인문학 중에서1 - P111

자본주의는인문학 전통에서 만들어졌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애덤 스미스를 필두로현대 경제학의 근원이 된 고전경제학파가 탄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문고전 독서광이자 철학 및 경제학의 저자들이라는 것이다. - P116

전 세계 부자들은인문고전을 읽는다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왕안석(1021~1086, 중국 북송 대의 정치가) - P126

貧者因書富富者因書貴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이병철과 정주영의 공통점은?
..
가장 감명을 받은 책을 블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자) - P143

인문학을아는자가세상을 경영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근본은 뜻을 확립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뜻은 오직 고전을 읽음으로써만 확립할 수 있다.
정조(1752~1800, 조선 22대 왕) - P148

세계 최고의 경영인들을 매혹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
...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애플의 창업자) - P157

그들이 손자병법』을다시 읽는 이유
중국 고대의 선철손무는 천하제일이다.
그의 병법은 우리 그룹을 성공의 길로 이끈 법보다.
때문에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모두 『손자병법』을 숭배해야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 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논어』에 이르는16가지 길
번지가 ‘인‘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논어』 중에서 - P175

지금 당신은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돈 없고, 능력 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인문고전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천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해외로 독서여행을 떠나고, 새벽마다 조찬 특강을 듣는 CEO들보다더 열심히 인문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 P183

좌절할 때마다읽는 목적을 묵상하라
자네로부터 탐정잡지를 받아 보는 건 멋진 일이 될 걸세.
탐정잡지 안에는 정신적인 비타민과 칼로리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네.
비트겐슈타인, 친구 노먼 맬컴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 P189

내 방 책꽂이에는 인문고전이 가득하다. 그 책들을 볼 때마다 나는열등감을 느낀다. 읽은 책보다는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는 사실, 어떤 책들은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첫 페이지를 넘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좀 더 내밀한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내가 ‘바보‘라는 사실을 알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자신이 잘났다고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나 역시 그런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독파하는 인문고전이 늘어나면서 저절로 사라졌다. - P195

‘나‘와 싸워야너‘를 만나고 ‘우리‘를 위한다...
그들에게는 ‘열망‘이 없다는 것이다. ‘나‘와 ‘너‘와 ‘우리‘를 아름답고 지혜롭게 성장시켜서세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간절한 열망 말이다.
쉽게 말해서 그들은 가슴이 아닌 머리로 독서하는 사람들이었다. - P202

공감100퍼센트 인문고전 독서 노하우
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읽다가 불현듯 얻게 된,
앞선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
그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 P205

최악의 상황에서도 독서에 몰입하라.….
정약용은 하루아침에 죄인으로 몰려 강진으로 유배됐다.
감옥과도 같은 그곳에서 그는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날 정도로 치열하게 독서했다.
그에게 인문고전 독서는 피난처이자 휴식처였다. - P217

당신이 인문고전에 대해오해하는 것들
아이작 뉴턴은 조폐국장을 지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국회의원, 법무장관, 대법관 등을 역임했다.
존 로크는 의사였다. 볼테르는 세계적인 유명인사이자 파리 사교계의 꽃이었고,
160명이 넘는 하인을 거느린 부자였다. - P222

리딩 리드 1#마음을 다하여 사랑하라
우리 모두 목숨을 버릴 각오로 독서하고 공부하자, 조상을 위해, 부모를 위해, 후손을 위해 여기서 일하다가 같이 죽자.
세종, 집현전 학사들에게 한 당부 중에서 - P235

리딩 리드 2-책장을 뚫을 기세로 덤벼들어라...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스승 암브로시우스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 P240

리딩 리드 3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나는 자질과 능력이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다.
때문에 전심전력을 다해 독서하지 않으면 털끝만 한 효과도 얻기 힘들다.
일두 정여창(1450~1504, 조선 전기의 문신) - P244

리딩 리드 4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다른 사람이 한 번 읽어서 알면 나는 백 번을 읽고,
다른 사람이 열 번 읽어서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
주자(1130~1200, 중국 송대의 유학자) - P248

리딩·리드 5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어떤 책이든 손에 잡으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대목만 가려서 뽑고 나머지는눈길도 주지 말거라. 그러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 P252

리딩 리드 6 통할 때까지 사색하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러면 귀신도 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극치다.
관중(?~BC 645,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 - P259

리딩 리드 7 ‘깨달음‘을 얻어 변화하라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을 만나면 밥과 잠을 잊고서 매달린다. 그러면 언젠가 마음에 깨달음이 온다. 
그때 나의 심장은 뜨겁게 고동치고 내 입술에선흥겨운 노래가 나오고 내 손과 발은 덩실덩실 춤을 춘다.
반계 유형원(1622~1673, 조선 중기의 실학자) - P275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자경문‘ 自警文‘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
율곡 이이, 자경문 중에서 - P290

인문고전 독서 전통의부활을 기대하며
집에 돌아오면 고요한 방에 책이 가득 쌓여 있다.
나는 책상을 당겨서 잠자코 앉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이를 사색한다.
때로 마음에 얻는 바가 있으면 흐뭇한 나머지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
퇴계 이황(1501~1570,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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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는 누가 무슨 말을 허면 장 꺼꾸루 듣는 게 병이데, 급속헌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이만치 향상됐으면 살 만해진 게지이 이상 월마를 더 바란다나? 농사꾼이 장판방에 연탄보일라 놓구 살 중 전 같으면 생각이나 해봤겄남?"
"그러면 농사짓기 챔피하다는 말두 말으야지."
"소득이 향상돼서 짐치, 짠지루 밥 먹던 사람덜이 고기, 우유,
과일루 식생활 개선을 해서 그렇다는 말두 못 들었구먼."
안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얼굴 허연 것들이 저먹고살려고 외운 말인지도 모르고 덤벙거렸다.

"축산 쪽에 책정된 연간예산이 다 해서 구백몇십억인디, 그중에서 육백이십억 원을 쇠고기, 돼지고기 수입허느라구 쓴 것두 생활수준이 높징께 외제 고기만 찾아서 그렇구먼? 내가 육십만원에 산 소를 반년 멕여 오십팔만 원에 줘버린 것두 국산은 맛이읎어 수입 고기만 처먹어서 그렇구? 작년에 수십억어치 수입 마눌을 먹은 사람은 다 워디 갔어? 그새 죽었을 리는 읎구. 그 사람들두 마눌, 꼬추같은 가벼운 푸성가리를 끊구, 고기, 우유, 과일만 찾게 돼서 마눌 한 접이 쓰레빠 한 짝허구 놀구, 풋고추 한 관이 치약 한 통허구 비기는가봐…………."

"자던 구신이 듣구 일어나 보더래두 생활수준이 나아진 건 틀림읎어. 이런 디서두 양말 꼬매 신는 사람 못 보겄구, 십 리 이십리 걸어댕기는 사람 안 보이데. 집이나 내나 즐기밥솥이 읎어, 즉기후라이판이 없어. 믹사에 마호병에, 읎는 게 뭐여? 한갓 냉장고하나 안 갖다 놓은 거 아녀? 이북 갔다 온 소리 말어. 요새는 이런촌구석에 시집오는 색씨 혼수에두 세탁기가 따러오는 판이여."

"다 읎어 비단이여. 시간 읎구 인건비 웁구…………… 도섭 아버지두일읎어보셔. 쇼핑백에 정구채 꽂어메구 근강 찾어나슬 테니. 자배기 구정물에 설겆이허는 년 따루 있구, 펭긴표 씽크대루 개수통허는 년 따루 있간디."
"걸어댕길 때는 십 리 이십 리두 금방이구, 타구 댕길 때는 십분이십분두한참인겨."

강은 자기가 너름새있게 바르집어댄 말휘갑에 안이  직수굿이 듣기만 한 줄로 여겼고, 따라서 계제가 된 것 같아 가져온 말로 뒤를 이었다.

"집은 위에서 허는 일이면 덮어놓구 비각으로 알구 척지러드는디, 그러면 쓰다 못쓰는겨. 집이 말대루 편히 살구 싶걸랑 그 버릇버텀 고쳐야 되여."
하며 벋버듬하게 벋나간 쪽을 흑보기눈으로 어루더듬으려 했다.
"주제모르구 분수없는 소리 시퉁 떨지 말어. 위라는 것은 앉어서 주는 것만 타먹는 사람들이 주는 사람을 두구 이르는 말이여."

"무슨 말인고 허니, 여러 생명을 가꿔먹는 우리네는 곡식, 채소, 짐승 같은 바닥 것이 위라는 말이여. 소가 위면 돼지두 위구,
오이가 위면 호박두 위구, 쌀이 위면 보리도 위구, 그런 게 위면땅두위구, 땅이 위면 하늘은 그 위구………."

"보릿고개가 있을 적에는 비누두 읎이 세수허던 것들이, 한 고등 넴기구 나닝께 논두렁에서 곁두리를 처먹구 앉어서두 낮짝에찍어바른 걸 고치구 자빠졌으니 화장품 값이 안 뛰어? 방앗간이노는 것두 요새 젊은 여편네들이 보리를 안 쳐다봐서 그런다구."

"푸줏간마다 비계 쟁이는 것만 봐두 알쪼 아녀. 작것들이 서양년들마냥 살결 오래간다구 허천난 걸구처럼 허발대신 걸터듬어처먹을 적은 원제구, 인저는 청바지 입으면 폼 안 난다구 돼지고기 밀어놓구 개고기를 즘잖은 것으로 치니, 세상에 똥개가 살림부주헐 중 누가 알었어."
배운 것이 허름하여 생각도 의젓하지 못한 아내는, 돼지보다개가 세나는 것까지도 아녀자들의 간사한 식성 탓이라고 우겼다.
강은 물정없이 소가지만 남은 아내가 딱해 속이 터져도 그대로 다루기가 스스러워 다른 말로 달랬다.

"칠팔월 장마에 오뉴월 소내기 들추지 말어. 보리 묵는 건 아무것두 아녀. 일 년에 두 번 농사가 한 번으로 줄어드니 얘기지. 반짝 허다 말던 농한기가 이듬해 더울 때까장 가구, 줄창 부려먹어두 좁던 땅을 반년이나 놀리게 됐으니, 아무리 농사꾼 일 년이고생 반년 걱정 반년이라기루 이게 말이 되는 소리여?"

"물 보면 목 마르구 술 보면 입 마르는 승질이, 두 가지를 하냥보니 몸이 마르네그려."
정승화가 멍석에서 자리를 잡으며 조태갑을 건너다보았다. 입이 한둘이 아니므로 혼자 돈을 쓰기에는 누구라도 쉽지 않을 터였다.
"먹구 보는 농사꾼 팔구 보는 장사꾼인디 오이상헙시다."

"색대잡이가 싸가지없어서 내장탕 안 끓이는 사람이 읎던디,
이장이 여기 이러구 있으면 워쩌자는겨. 믿다 말 것이 동창 많은여편네허구 칠월 구름인디, 이러다가 비라두 한줄금해서 보리 불면, 겉보리니 엿지름을 지르겄나, 밀 같어 누룩을 디디겄나……….‘
유가 메지구름으로 으등그러진 하늘 자락을 보며 증정뜨는 소리를 하자 변이 들던 잔을 놓고 일어섰다. 남들이 점심 전에 입고시키려고 다리가 떨어지게 설쳐대니, 눈치가 보여서도 홀게 늦은사돈처럼 술만 축내고 앉았기가 거북하던 모양이었다.

강이 말했다.
"그렁께 그 뜻을 말루 옮긴다면, 읎는 늠은 자동적으로 관제 불효자가 되거라… 그렇게 되는 개뷰?"
"누가 듣겄슈. 모르구 오해허면 알어두 오해받는 세상이래유."
"나는 오해받어두 이해해 주는 사람유.
"관광회사가 덕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 봉사단이랑 농민들이회사덕을 보는 심인디, 워뜌, 하나 가져가실류?"
그녀가 비닐봉지 속의 울긋불긋한 파이렉스 접시를 건네는 대로, 강은 포갬포갬 받아들며 접시 한가운데의 천연색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법주사 팔상전, 백마강 낙화암, 광한루오작교, 불국사 백운교,설악산 신흥사………… 안 가본 곳은 달력이나 성냥갑 같은 데서 물리도록 보아온 그림이었다. 그림 테두리는 ‘우리 가정 충효정신 우리 부모 효도관광! 새마을운동으로 자연보호, 새마음운동으로 노인보호! 앞장서자유신과업, 뒤따르자 효도관광!‘ 따위의 영업 구호가 반을 두르고, 천동 새마음여성봉사단 기증이라는 글자로 아랫도리를 가려놓았는데 접시 전두리에 수술 노끈을 꿴 것으로 보아 벽걸이로 만들어진 꼴이었다.

"저 자식이 나로 하여금 총정리를 허게 허구 있어. 야, 그런 면허겄다. 당장면장자리 내놔라. 오늘 날짜장은 내 막내아들루 내놔."
강이 막말을 해대자 면장이 곁에 있던 직원더러 물었다.
"저런 아들 앞세울 인간보게, 저거 워디서 뭐 허는 거여?"
"하늘 하나 믿구 사는 사람이다. 왜?"
강이 대답했다.
"믿는 하늘이 보리 적셔놨는디 왜 내게 포달을 부려?"
면장이 구경꾼을 갈라 한 무리 달고 가면서 호령했다. 강도 변에게 잡힌 채로 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여름 천둥에 농민 맞어죽구, 가을 천둥에 양반 맞어죽는다. 두구 봐라. 올 가을에 큰늠 하나 안 죽구 배기나…………."
"이 사람아, 면장 으른더러 무슨 말버릇이 그려. 떠들 저를 있으면 가서 보릿가마나 끄어들이잖구설랑은이……….."
그 말에 강은 비로소 눈을 바로 떴다. 비는 눈앞이 십리 밖에물러가 있도록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조와 정은 그 비를 맞으며 경운기에 보릿가마를 들어올리고, 유는 경운기에 매달려 시동을 걸고 있었다.

시집오고 처음으로 서방 같아 뵈는지, 그녀 눈에는 별러서 밤일할 때나 가끔 비치던 물기까지어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먹는장사치구 허리 들어간 늠 구. 물장수치구 물렁한 늠 읎더먼. 워디 가서 개장국을 끓이면이만 못헐깨미."
그녀는 다시 들은 풍월로 말밑을 두었다.
"공자가 이런 세상에 나왔으면 배운 것 우려 남을 뜯어먹는 늠보다 빈 대가리 테매서라두 제 손속으루 사는 늠이 군자라구 했을 게구먼."
아쉽고 서운함이 조금도 배어나오지 않던 그녀의 표정은 장으로 하여금 오히려 섭섭함이 일게할 정도였다.
"백 년에 한 번 보기 어려운 일두 있었구 해서세상이 이럴 때두 있나 부다 했더니, 그러구두 정신 못 차려 한통속 것이 층층이 투그리구 있으니당최 사위스러워서 워디…………."

"늦게 새끼라구 하나 본 것이 이다지 가슴필 중을 누가 저거했겄나. 평석이 말일세, 달소수 전버텀 농성을 허느니 데모를 허느니 진정을 허느니 허구 들랑대며 가용할 것까장 죄 털어가잖겄남.
게 공장 구만두면 주저앉혀 놓구 생일이나 가르치려 했더니, 접때버터는 집에두 안 들르구 저거허는 게 좀 누꿈해진 것 같더란 말여. 해서 인저 공장이 제대루 돌아가나 부다 허구 저거했더니, 알구 보니 그것도 아니구 저거라는 거여."
평석이가 나가서 공장에 있다는 것은 동네가 다 알고 있었다.

"그 묵은 소리 말어.잡화공단이와야 공장에, 기숙사에, 미끈헌 건물이 나라비 스고, 그와 동시에 농축산물 구매력이 신장되어야 농촌이 사는겨. 주인 보태는 나그네 읎다구, 왔다갔다 허는 학생 것들이 열무 한 단이나 사줄 중 알어? 잡화공단이 돼야 웬만한물건이면 지금의 반값에두 살 수 있구, 그뿐인감, 자연히 접객업소두늘지.핵교 많이 몰려 있는 공주를 보면 몰라? 게 무슨 발전이 있어? 접객업소나 유흥시설이 읎어봐. 우리 생전에는 천동읍내 발전하는 것 다 볼 테니."
시르죽은 줄 알았던 아까 것이 엽찻잔을 들었다 놓으며 다시우겼다.

"그럼 대학이 얼른 생겨야 쓰겄구먼, 누가 알어, 사위라두 대학물 먹은 늠이 차례 올는지………….
"불쌍허구먼. 똑똑허던 사람이 워쩌다가 저리 된구."
"불쌍은 불알 두 쪽이구.‘
장은 무슨 소리가 있었다 싶어 얼핏 고개를 들었다. 계산대에앉았던 마담이 손짓하여 보니 전화수화기가 내려져 있었다. 장이나가 수화기를 드니
"여기여."
하는 것이 득종이였다.

그새 철이 겨워 된내기가 있을 마련인지 바짓가랑이로 오른 이슬이 달빛에 살아난 사금파리보다도 찼다.
풀떨기가 얼데쳐져 길이 난 논두렁 위로 싸게 내닫던 것들은얼핏 보아도 햇곡에 살이 올라 둥실해진 메추리들이었다. 아직도안 간 뜸부기가 있어 둠벙에 팔매 떨어지는 소리로 저수지 갈숲에서 물안개를 걷으며 울었다.

볏모개가 숙은 뒤로 한 파수나 잊었다가 들른 셈인데도 새떼는듣기보다 덜해, 동살이 오르고도 한것은 넘었으련만 본 지 오래이게 한갓진 들이었다. 뜸 뜸 뜸부기는 늦들잇들에 아무도 없는싹을 봤는지 제법 통크게 울었다.
조태갑(趙太甲)은 끔, 밭은기침을 하며 보고 있던  두렁에서  하릴없이 나왔다. 마른 봄에 골채 두 배미를  갈바래질하던 날부터 있던 놈이니 잡아서 약이나  했으면 하다가 단념한 거였다.

"얘기 대충 끝났으면 일어나지 뭘 그래. 우리 여편네 눈이 빠지겠구먼. 이왕 해줄 거 저녁에 해줘야지. 새벽에 해보니께 아침이늦어 못쓰겄어."

김이 말했다.
"내가 헐라는 말은 저기여. 벨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구 땅만 믿구 사는 우리찌리는 여전히 경우가 있구, 이웃두 있구, 우정두 있구 이런 것 저런 것 다 분별이 있는디, 직업이 사람을 상대루허는 직업은 우리가 마소나 들풀이나 돌멩이 같은 다른 저기들과다름없이 뵈는 모양여. 우리가 있음으로 해서 각기 직업두 생긴겐디, 그 직업을 한번 붙잡었다 하면 우선 인심부터 내버리구 저기허더란 말여, 직업을 권세루알기루말헐것 같으면 하늘을 입구 흙을 먹는 우리네 위로 올러스 것이 없을 텐디두…… 그러나우리를 업신여긴 것치구 오래 안 가데나는 배움이 없어서 지난역사를 저기할 수는 없지만 아마 사람 위에 올러스려구 버둥댄 것치구 저기헌 적이 읎을겨. 그랬으니께 오늘날에 우리가 있는 게구, 우리는 또 자식들이 사는 걸 저기하면서 저기허는 게구・・・・・.."
김은 하던 말을 남기고 일어설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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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휘갑. 이책에서 젤 많이 나오는 단어
이리저리 말을 잘 둘러맞추는 일.

그곳에 오래 머물기가 죄스러워 말휘갑으로 형님의 안부만 묻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아마 이렇게 남의 말휘갑으로나마 여러 사람 앞에서 소리를 질러 본 것은 난생처음이었을 것이다.
출처 <<송기숙, 암태도>>
: 국립국어원 표준어대사전

이희승 박사의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엔 이 단어가 안나온다.ㅠㅠ

˝걸어댕길 때는 십 리 이십 리두 금방이구, 타구 댕길 때는 십분이십분두한참인겨.˝
강은 자기가 너름새있게 바르집어댄 말휘갑에 안이  직수굿이 듣기만 한 줄로 여겼고, 따라서 계제가 된 것 같아 가져온 말로 뒤를 이었다.

"살 만해져서 늘었간디, 살맛이 줄어 다른 재미가 읎응께 그쪽으루만 쏠리는 거지."
"집이는 누가 무슨 말을 허면 장 꺼꾸루 듣는 게 병이데, 급속헌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이만치 향상됐으면 살 만해진 게시이 이상 월마를 더 바란다나? 농사꾼이 장판방에 연탄보일라 놓구살 중 전 같으면 생각이나 해봤겄남?"
"그러면 농사짓기 챙피하다는 말두 말으야지.‘
"소득이 향상돼서 김치, 짠지루 밥 먹던 사람덜이 고기, 우유,
과일루 식생활 개선을 해서 그렇다는 말두 못 들었구먼."
안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얼굴 허연 것들이 저먹고살려고 외운 말인지도 모르고 덤벙거렸다.

"걸어댕길 때는 십 리 이십 리두 금방이구, 타구 댕길 때는 십분이십분두한참인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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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3 0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휘갑. 저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네요.
이 책 진짜 사전들고 읽어야 할거 같은데 사전에도 없다니 어이쿠!! ㅠㅠ

대장정 2022-08-13 10:09   좋아요 4 | URL
들어보지 못한 우리말이 많이 나와요. 그리고 이쪽 보령쪽 사투리 익숙치 않으면 그것도 어려울 듯요. 그래도 표준어대사전(네이버 검색)에는 나와요. ~~@

그레이스 2022-08-15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휘갑, 배워갑니다~

대장정 2022-08-15 21:13   좋아요 1 | URL
요 책 모르는 우리말 많이 나와요. 사전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