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토스카니니가 협연해서 1940년에 녹음한 연주가 있는데, 이는 참으로 무시무시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연주다. 이 작품이 이탈리아 여행 후의 즐거운 시기에 작곡된 것이라 하여,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터치를 가볍고 산뜻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호로비츠는 강한 터치로 중후하게 울리고 있어서 우선 피아노의 웅장한 음에 압도되고 만다. 녹음 당시 36살, 젊었을 때부터 거장이라는 칭호를 가졌던 그가 적어도 힘과 기교란 면에서는 최고의 시기였다. 물론 음악성도 만개한 시기이기도 하였다. 이는 그가 3년 후에 역시 토스카니니와 녹음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통해 알 수 있다.  

토스카니니의 지휘도 오케스트라를 강하게 강하게 때로는 어둡게 울리면서 호로비츠의 피아노와 멋진 경연을 벌이고 있다. 최고의 거장들이 빚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은 듣는이로 하여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 협주곡이라기보다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교향곡'이라는 칭호가 더욱 잘 어울릴 것 같다.  

1악장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물결치는 음향에 몸이 떨리며, 4악장이 끝날 때까지 어느 한 곳 허술히 들을 수 없는 최고의 절대적인 명연주다. 이 곡의 대표적인 명연주로 손꼽히는 박하우스, 뵘의 1967년도 연주와는 가는 길이 정반대이지만 우열을 가리기 힘들며, 개인적인 선호로는 가점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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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듣다 보면 내가 쇼팽의 야상곡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이반 모라베츠의 피아노 음색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린다. 그만큼 이 음반은 음질이 매우 뛰어나다. 

여전히 내게 쇼팽의 음악은 병약한 낭만주의 감성이라는 선입견이 지배적이다. 협주곡과 왈츠, 폴로네즈를 제외하면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듣다보면 심신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게 만드는 따분한 음악. 몇번이나 본격적인 감상을 위해 노력했어도 거미줄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우연히 고클 게시판에서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이 음반을 구입하였는데, 이건 뭐랄까 음악을 처음부터 다시 듣는 느낌이다. 첫음부터 예사 연주가 아님을 너무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음악에만 빠져들게 되었다. 피아노의 절묘한 뉘앙스. 야상곡답게 음폭이 넓지 않은데도 전혀 지루함을 자아내지 않는 터치와 템포. 거기다가 숨을 삼키게 하는 여리디 여린 약음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는 탁월한 녹음. 한 마디로 명연주 명반의 요건을 갖춘 셈이다. 

연주자의 대중적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과 음반사가 메이저 레이블이 아니라는 점이 결합하여 일반적인 음반추천서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매니아에게는 컬트적 찬사를 받고 있으며, 그후 나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당초 내가 구입했던 것은 오른쪽 음반인데 2 for 1으로 가격도 저렴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지 품절되고 이제는 왼쪽의 정상가 음반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한밤중이나 새벽, 사위가 고요한 데 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어수선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아름다운 꿈속 세상을 거닐다가 도원경에 들어온 상념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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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듣는다. 역시 좋은 연주다. 루이 프레모는 사이먼 래틀이 맡기 전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을 오래 이끌며 기틀을 다진 실력이 다부진 지휘자다. 그의 대표적 명연 중에 하나가 이 포레의 레퀴엠이다. 인구에 회자 되지는 않지만 뭐 명성과 실력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니까. 존 옥돈이 협연하는 발라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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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명장의 멋진 슈베르트. 초중기 교향곡의 싱그러움과 제9번의 당당함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3번의 명연만 알려진 페터 마크는 너무도 저평가된 지휘자다. 이 음반만 하더라도 이렇게 뛰어난 연주가 그동안 묻혀 있었다니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내게는 첫사랑과 같은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음반을 언제 다시 구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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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들어 뮬로바의 변신이 눈부시다. 전혀 과시적이지 않으며 차분하고 섬세한 음향이 매력적이다. 다만 샤콘느마저 밋밋하게 느껴지는 점은 청자에 따라 호오가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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