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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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순'작품이 너무 좋아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게 된다. 책 읽는 많은 분들의 선택으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책이라 자주 보여서 고른 책이기도 하다. 기대한 만큼 작가의 작품은 부응해 준다. 작품이 집필되고 출간된 시대를 짐작해 보면서 지금 삼십여 년이 지난 한국 사회는 얼마나 변화되었는지도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배를 하는 자와 지배를 받는 자부터 떠올리게 한다.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움을 기대해 보게 된다. 하지만 사회 뉴스를 보면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부부라는 인연이 된 사연들도 심심찮게 보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가학하는 자가 때로는 남성, 때로는 여성인 가정이 등장한다. 두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지켜본 각각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떠올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가 가학적인 남성이며, 여성이 된다. 한 아이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또 다른 아이는 자신들을 모두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가정을 꾸리는 부부가 얼마나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번 부자면 영원히 부자다. 73쪽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존재로 성장한 어른, 백승하. 자신을 향한 폭력에 순간 자신의 어린 시절의 여러 장면들과 인물들을 떠올린 사람의 이야기와 '노랑이'라고 떠올리는 여인이 그곳을 떠날 때 이웃사람들의 냉소적인 반응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장면이기도 하다. '노랑이'의 비명과 매질은 아픈 이 사회의 역사이기에 작품이 매만지는 인물들과 이야기들은 무엇 하나도 가볍지가 않다.

20대 여성이 스스로를 신의 대리인이라고 말하면서 억압과 회유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학이 가지는 가속력까지도 작품에서 만나게 한다. 단단한 가시가 되어 아프게 무장한 인물의 성장 배경은 그녀의 모나고 거친 지성이 되게 한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지 않고 있는 이 여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단단한 가슴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온기가 따스하게 불어올 수 있을까?

굳은살이 배기지 않은 삶... 그런 삶은 가짜다. 역사가 없는 것이다. 144쪽

나는 지금 맹렬하다. 47쪽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대립하고 전쟁같이 사는 것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의 다른 존재를 인정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지금 우리 부부가 누리는 행복과 사랑은 서로가 의식하면서 노력하였음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느끼게 한다. 사육하고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것이 작품에 흘러넘치는 순간이 많이 불편하게 보일 뿐이다. 부부와 가족은 서호가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구조가 아직도 잔재하는 이 나라에서는 아내에게도, 며느리에게도, 딸에게도 부당한 의무들을 부여하기도 한다. 무거운 삶의 짐들을 함께 들고 가는 가족들이 되어야 모두가 행복한 것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이 떠올리는 어린 시절의 절름발이 어른들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은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책 중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 사회를 어지럽히는 인사는 있을지언정 사회를 지도하는 인사는 없다. 86쪽

오지도 않을 행복을 기다리며 긴 세월을 살아온 여자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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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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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나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내 안에 악마가 있기 때문이다. - 샤를 보들레르

책표지 그림이 압도적이다. 눈길이 머무르면서 펼쳐들게 한다. 악마, 사탄. 익숙한 존재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미술사 학위를 받고 서양 회화를 해설하는 전시해설가이다.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박물관에서 8년간 일하였다고 책은 전한다. 저자의 해설을 들으면서 만나보는 <악마>작품들. 기대된다.

이 책에 실려있는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책표지의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다. <루시퍼>라는 작품이다. 악마와 사탄이라고 우리들에게 다가온 존재의 역사적 기원과 종교적 배경, 작품들이 존재하는 공간과 이유들을 듣는 시간이 된다. 적절한 이유가 있었고, 종교적 대립이 있었던 시대의 작품들이 가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악마 모습들을 예술작품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문학작품인 <실낙원>,<파우스트> 등이 소재가 되어 작품으로 작가들이 활동하였음을 설명 듣는 책이다.

불길 속의 기도하는 여자. 머리 깎은 승려 26쪽

끔찍한 미소. 일그러진 미소. 흉측한 괴물. 질투와 시샘, 증오와 혼란. 누군가를 속이거나 중상모략하는 자. 60쪽

판. 디오니소스. 헤르메스. 62쪽

오페라 <악마 로베르> 80쪽

죽음을 가까이에 표현하는 작품들. 승려도, 왕관을 쓴 왕도, 사도들도 죽음이라는 지옥 속의 그림에 그려져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림이 그려진 의도, 이유들도 책은 설명해 주고 있다. 악은 더 이상 인간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것을 16세기부터 작품으로 표현되기 시작한다. 이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이 책에서 연이어 만나볼 수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대립이 녹색 악마로도 표현된다. 이 작품도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데 작품들마다 저자가 설명해 주는 글 덕분에 풍성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안목들을 한 뼘 성장시킨 듯하다.

허영심 많은 인간, 부패한 인간, 공격적인 인간, 색욕이 강한 인간, 교만한 인간, 무지한 인간, 고집이 강한 인간, 수치심 없는 인간, 게으른 인간, 술이 가지는 악한 영향력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예술작품은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도 만나보게 된다. 작품이 대중에게 건네는 강한 메시지를 읽는 시간이 되는 작품들이다.

카인, 맥베스, 사탄 같은 인물은 더 이상 악의 구현이 아니라 좌절과 실패의 상징이 되었다. 42쪽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현대에 이르기까지 악마를 표현한 작품들이 흐르듯이 소개되고 있다. 작품 해설을 들으면서 감상한 시간들은 어느새 마지막 작품에 이르게 된다. 그림이 좋아서 미술작품까지도 관심을 가지는 요즘 만나본 책이다. 종교와 문학이 전하는 삶을 향하는 목소리들을 예술작품에서도 마주하게 된다. 어우러지는 것들의 강한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는 예술작품 책이다.

롯과 두 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까지도 상당히 큰 영향력을 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악마 그리고 악함이 드러나는 유형들을 조목조목 열거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책이다. 인간의 역사가 흐르는 곳에서는 악이 존재하였고 악마가 내 안에 있다고 말하는 강한 샤를 보들레르의 목소리는 우리 모두들에게 향하는 외침이기도 하다. 내면의 악마, 악의 본질을 표현한 예술작품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다. 어떻게 우리가 살아야 할 것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과 해설을 만나는 책이다. 멋졌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저자책을 만나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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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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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 년의 통찰

베스트셀러 명저 800여 권의 글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인생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위로를 받고 치유를 받는 변함없는 명약이 책이기 때문이다. 총 14파트로 나뉘어서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서 펼쳐볼 수 있는 책이다.

두께감은 있지만 책 사이즈가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적절한 크기로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외출할 때 가방에 넣어가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적당한 크기로 출간된 책이다. 책표지의 색감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색이라 호감도가 한 단계 올라간 책이다. 편집도 매우 마음에 든다. 한 페이지에 두세 가지 정도의 글귀들을 담아내고 있어서 깊게 호흡하면서 오랜 시간 독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이 책이 전하는 하나의 베스트셀러의 글귀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800여 권의 책들을 떠올리면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인상 깊게 읽은 책들의 글귀들을 이 책에서 다시금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읽지 않은 책들의 문장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이 책들로 연결되는 고리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독자들의 상황들에 맞추어서 언제든지 이 책을 꺼내어 펼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14개의 파트를 소개하는 글부터 읽었다. 이 한 권을 구성한 글귀들을 하나씩 소개받으면서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과 느낌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귀들부터 읽어보는 것도 추천해 보게 된다. 인생의 곡선들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나온 나날들과 지금의 나, 앞으로 어떤 나날들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까지 떠올려보게 된다. 인생이 무엇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우리 삶과 인간이 가지는 본성까지도 통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책 한 권이다.

실패, 불안, 좌절, 고통, 자존감, 위안, 치유, 극복하는 힘은 파트 1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리, 미니멀리즘, 혼자의 삶, 메모, 덜어내기, 뺼셈에 대한 내용은 파트 2에서 만나보자. 위로의 문장, 공감은 파트 3에서 만날 수 있다. 픽션이 주는 사랑, 용기, 삶, 열정, 인생은 4파트에서 만나보자. 역사, 사회의 흐름, 과거, 반성과 성찰, 교훈은 5 파트에서 만나자. 이외에도 내면, 인간, 인문학, 꿈, 목표, 이상, 도전, 버킷리스트, 자기관리, 시간, 습관, 아침형 인간, 마인드 컨트롤, 얼리버드, 변화, 도전, 미래예측, 실행력, 모험심, 독서법, 공부법, 독서의 힘, 생각의 힘, 주도적 학습, 인간관계, 대화, 화술, 설득, 협상, 타인, 긍정, 부자, 돈, 재테크, 부동산, 주식, 자기계발, 창의력, 상상력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풍성한 열매들이 맺혀있는 책 한 권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삶에 눈을 뜨면서 간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힘을 받기를 희망해 보게 된다. 2022년도 출발하였다. 기회들과 선택들 속에서 내면이 말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귀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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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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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책들이 자주 눈에 들어와서 펼친 시집 한 권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만나는 많은 시들은

시집을 펼치기 전에 마음을 다잡았던 만큼이나 삶을 투영하는 시들이었다.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 환절기 _ 시 ) 49쪽

어렵게 찾은 지물포에서 나는 자투리 벽지를 찾는 일로 미안했고 주인은 돈을 받는 일로 미안해했습니다

( 누비 골방 _ 시 ) 107쪽

재산권을 일부 상실한 저의 호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는 누룩내가 났습니다... 저는 짐을 꾸렸습니다 이번 달은 창이 없는 호실로 갑니다 ( 유성고시원 화재기 _ 시 ) 110쪽

당신의 주름은

무게와 무게가 서로 얽혔던 흔적이라 적어두고

나는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네

보조바퀴처럼 당신을 따라다니네

(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_시 ) 84쪽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재철'이라고

조그말게 적어놓았습니다. ( 낙서_시) 77쪽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넣어 하나하나 반찬을 물으면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 눈을 감고_시 ) 83쪽

 

시 전부를 읽어야 메모한 글들이 더 가깝게 다가오기에 시집의 시들을 한 편씩 만나봐야 한다는 점과 상징적인 '미인'이 자주 등장한 시들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라미드> 세계문학전집의 소설이 떠오르면서 피라미드라는 상징성이 가지는 사회 계급의 위치와 생활들은 삶을 채우고 그려 넣는 겹겹의 한숨과 슬픔과 주름들이 연거푸 떠오르게 하는 시들이기도 하다. 무거운 마음이 압도적이고 답답하다는 그늘진 것들이 채워 넣기도 한다. 삶과 있지만 죽음도 시인은 노래한다. 그래서 그 죽음이 남기는 잔영들을 하나둘씩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시들도 만나게 하는 시집이기도 하다.

생활하는 주거공간이 가지는 상징적인 것들이 자주 등장한다. 땅속의 주거지, 건물의 꼭대기 주거지, 창문이 없는 고시원 주거지. 어디에 살고 있나요? 화려한 건물과 불빛과 경제성장이라는 수치와 그래프, 부의 가치가 많이 낯설어지게 하는 또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그려내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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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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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섬에 있는 서점>에 등장해서 읽게 되었다. 작품의 초반부터 푹 빠져서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이다. 기차와 눈, 남동생의 죽음은 시작부터가 묵직하게 다가서면서 소녀가 훔치는 책 한 권은 이야기의 첫 단추가 된다. 기억조차도 없는 아버지에 대한 조각난 이미지는 공산주의자라는 낱말이 붙어있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이별은 생사조차도 모르는 순간으로 남겨지게 된다. 소녀를 키워주는 양부모들과의 첫 만남도 매우 이색적으로 그려낸다. 매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의 곁에서 밤을 지켜주는 양아버지는 매우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죽음의 신에게도 그러하였듯이 작품을 읽는 모든 순간들에 양아버지가 보여주는 사랑과 말 한마디들은 특별하게 남는 순간들로 기억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들은 그런 파괴를 확대하는데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다. 162쪽

이 나쁜 새끼들... 이 예쁘장한 나쁜 새끼들... 내 속의 찰과상이 보여?... 나를 침식하는 게 보여?...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누릴 자격이 없으니까. 745쪽

독일이 배경이다. 히틀러와 유대인. 제2차 세계대전과 복종과 폭력, 전쟁의 상처들은 이 소녀가 생활하는 이 마을에도 매섭게 할퀴어가고 파괴할 뿐이다. 부자들의 거리와 가난한 사람들의 거리. 노란별과 유대인, 수용소로 향하는 유대인 행렬. 배급제와 지속되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나날이 배고픔들이 넘쳐흐르면서 마을의 배고픈 소년, 소녀가 비밀스럽게 행하는 도둑질도 등장하기도 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녀는 학교에서 조롱과 비난을 받는다.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글을 배우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둘만의 돈독한 사랑은 단단해진다. 그들만의 비밀, 그들만의 의리들. 폭격이 시작되면서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소녀는 책을 소리 내어 대피소에서 읽으면서 함께 공간에 있었던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말이 가진 것, 글이 가진 것, 책이 가진 힘은 위기 앞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명령을 받고 싶은 자, 명령을 하고 싶은 자. 소우주가 적절하게 형성되기도 한다. 작가는 매우 촘촘하게 아이들의 무리에서도 인간이 유지하고자 하는 권력의 성격들을 매만진다. 제복과 행진, 명령까지도 소년단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가난의 냄새, 부자의 사치들을 양어머니의 노동과 소녀의 노동을 통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부자의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고 소녀의 시선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집들은 어여쁘고 혐오스러웠다. 743쪽

전쟁이 가지는 추한 모습들이 이 소설에서도 대면하게 된다. 부상병은 살아서 돌아왔지만 자신의 형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면서 힘겹게 살고자 하는 의지까지도 무너지게 한다는 것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혼자만이 경험한 처절한 경험들은 결국 스스로 죽음의 신을 부르게 한다는 사실 말이다. 더는 못 견디겠어요. (돌아온 병사.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722쪽

전쟁이 자국민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남기는 것인지 작품의 가정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끝이 나는 것일까? 유대인 행렬이 지나갈 때 빵조각을 준 독일인에게도 행하는 폭력적인 군인의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군대가 하는 짓이야말로 도둑질이지. 너희 아버지를 데려가고,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는 거... 저 위의 모든 부자 나치들 692쪽

책도둑이라는 멋진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난 양장본이다. 지루할 틈도 없고, 웃음을 남기는 내용도 있고, 감동을 주는 내용도 자주 만났던 소설이다. 거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양어머니이지만 유대인을 숨겨주는 것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남편이 살아서 전쟁에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그녀의 모습, 학교에 찾아와서 소녀에게 유대인이 깨어났다고 알려주는 센스 있는 장면까지도 모두 떠올리게 하는 여인이기도 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해준 멋진 작품 <책도둑>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만나볼 생각이다.

글쓰기가 무엇인지, 말과 글의 무게와 질량까지도 느끼게 해준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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