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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 그것처럼 행복한 것도 없다. 쉬는 날이면 여행을 간다던가, 배우자가 좋아하는 캠핑을 따라간다던가, 아니면 조용히 집안에서 책을 읽는다던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는 것이며 자유로운 법이다. 최근의 나는 직장이 끝난 저녁이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 등 널부러져 있다가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다니는 시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결혼 생활과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조금은 체계가 잡힌 것 같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겨 내가 해 오던 대로 생활을 못하게 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그렇다.
김신회 작가의 책이라고는 고작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으로 느리게 산다는 것, 굳이 복잡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보노보노의 책 속 글을 만나는 책이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나만의 행복을 찾는 비법 같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김신회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을 때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또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이다.
때로는 직장을 그만두고 게으름을 피우며 몇 개월 동안이라도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부럽게도 느껴지는 시점인데,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다는 걸 지금은 안다. 어쩔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수입이 없어 부모님께 의지해야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 만큼 부러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로 인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은 어찌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서로는 다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누가 나를 답답하게 할 때, 누군가가 미울 때 그 말을 쓴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는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18페이지)
가족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법인데,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법이다. 아무리 친하게 지냈어도 어느 한순간 사이가 틀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다. 그래서 흔히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사과의 타이밍은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용서하겠다, 다 잊어버리겠다는 결심은 사과를 받을 사람만의 권리다. 사과하는 사람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나처럼 너무 늦게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사과받을 사람이 품고 있는 타이밍의 마지노선조차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152페이지)
소소한 감정들을 다루는 글들이 많았다. 친했던 후배와 있었던 아주 작은 일 때문에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그대로 글로 풀어냈다. 마치 내가 느꼈던 감정들처럼 여겨졌다. 주변에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아주 가깝게 여겨졌다는 뜻이다.
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가 여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럴 때는 그저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세요.' (208페이지)
평소 솔직하게 내 감정을 나타내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나는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불편하다. 싫거나 좋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히 말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이해하지 못한다. 직설화법을 쓰는 나와 간접화법을 구사하는 사람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하고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진짜 불편하다고 느꼈었는데,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말하며 솔직함에 대해 말했다.
성격의 차이겠지만 단순한 사람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친구들에게도 원하는 것이나 불편한 게 있으면 직접 말해달라고 한다. 알아주겠지 라는 말은 본인의 생각뿐이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세상에는 이미 확실한 화법이 존재한다. 미안함을 표현하는 말은 '미안해'이고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은 '고마워'일뿐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236페이지)
김신회의 에세이는 어떤 거창한 말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앞서 밝혔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글이다. 비슷한 감정에 공감하며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