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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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들었던 어떤 말이 유달리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있다. 타인에 내게 해준 말속에서 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때로는 기발한 표현을 들었을때는 바로 좋은 표현이라며 추켜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표현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마음속에 풍부한 감정을, 여러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나타낼 수 있는 말이다.

 

언어에도 온도가 있을까, 싶지만, 이처럼 언어에도 온도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말을 하느냐,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언어의 온도는 90도를 넘기도 하고, 어느 누구처럼 영하 1도의 온도를 갖기도 한다.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25페이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어 궁금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처럼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가. 막상 들춰보니 왜 제목이 언어의 온도인가, 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가 알 수 있었다. 말의 따스함이 있다. 마음속으로만 담지 않고 입밖으로 뱉어낸 말들의 고유함을 말했다.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도 긍정의 힘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 그것 또한 말의 힘이 아닐까 싶다. 아래 발췌 문장에서처럼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오늘은 힘들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는 법. 힘든 일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인 것 같아요. 나도 당신 덕분에 버티고 있나 봐요. (109페이지)

 

한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140페이지)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출판인답게 말과 단어에 관한 글들이 많았다. 아는 분에게서도 들은 말이지만 글을 쓸때 몇 번의 퇴고를 했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는 것처럼, 저자도 글쓰기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쓴 글을 읽어보다보면 잘못 쓰여진 표현들이 꽤 있다. 반복된 단어와 매끄럽지 못한 표현을 고치다보면 괜찮은 글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과 글, 행동 세가지 부분으로 나눠 쓰여진 글들에서 잊고 있었던 감정을 만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타인보다는 나에게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싶다. 타인을 바라보다 보면 내 본모습을 살펴볼 수 있음에도 우리는 곧잘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자가 지하철에서 사람을 관찰하며 그들이 나누는 말들을 흘러듣지 않았다. 듣기에 좋은 말들, 들어서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언어의 온도가 올라가는 순간이다.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 (69페이지)

 

인간은 얄팍한 면이 있어서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종종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안도감이지 행복이 아니다.

얼마 못 가 증발하고 만다. (303페이지)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의 자세도 달라질 지 모른다. 저자가 다루는 글들의 표현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잊고 있었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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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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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 정도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물며 호텔에서야 오죽할까.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호텔리어로서 그들은 손님들의 맨얼굴을 목격한다. 목격함에도 아는척하지 않기. 호텔을 찾는 손님이나 호텔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호텔리어로서 그들도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대하는지도 모른다.

 

연쇄살인으로 보이는 사건이 있었고, 의문의 숫자가 쓰여진 쪽지에서 다음 살인 장소로 매스커레이드 도쿄 호텔을 가리켰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호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살인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혹은 살인자를 잡는 것이었다. 경시청은 호텔측에 허락을 얻어 수사본부를 차리라 형사들이 직접 호텔 직원으로 투입되었다.

 

외국에서 살았고 영어 회화가 되며 말쑥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닛타 고스케가 코르테시아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에 발탁이 되었다. 닛타의 호텔리어의 교육을 맡은 사람이 야마기시 나오미였다. 나오미는 깔끔한 일처리와 호텔리어로서 완벽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호텔을 찾는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호텔리어로서의 자세를 닛타에게 가르켜 주는데,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는다던가 하는 행동과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을 지적한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으로 살인 사건을 조사함과 동시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민낯을 볼 수 있다. 물론 시리즈의 새로운 인물의 탄생 또한 즐겁다. 닛타 고스케라는 형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명쾌한 추리와 단서를 놓치지 않으며 함께 일했던 고세 형사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아는 주인공이다.

 

호텔을 찾는 손님들은 각양각색이다. 호텔의 손님이라는 이유로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그 부탁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모습에서 호텔리어로서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체크인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는 손님들을 유심히 살피는 닛타 형사와 다른 형사들의 잠복 근무는 호텔이라는 곳이 얼마나 일하기 힘든 곳이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발견이었다.

 

나오미와 한팀이 되어 일하는 닛타 형사는 어느새 프런트 데스크에서도 실력발휘를 한다. 조금만 다듬으면 호텔리어 못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닥쳐왔을때 절호의 타이밍으로 구해내는 모습 또한 닛타 고스케의 멋진 활약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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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11: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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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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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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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고, 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만큼 작가의 책이 충격적이었고, 풀어가는 방식 또한 새로운 형식을 띠었다. 소설은 중학교 교사인 유코 선생님의 고백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아쉬움과 후련함이 가득한 종업식 날의 1학년 B반 교실. 교사는 자신이 더이상 교사로 재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아이를 죽인 반 아이 두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모두 다 알고 있지만 형식상 A와 B군으로 부르며 홀로 네 살된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아이가 죽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밝힌다. 더불어 네 살 된 딸아이가 익사로 밝혀졌지만 살해당했으며 아이를 살해한 소년들에게 자신 뜻대로의 복수를 했다는 말을 했다. 교사의 말이 끝나는 시점엔 모두들 충격에 빠트릴 정도의 복수였다.

 

다음은 B반의 반장의 고백이 시작된다. 살인자로 낙인찍혔던 아이의 누나, 살인자인 소년, 그리고 다시 유코 선생의 고백이 이어지는데 충격적인 결말을 안고 있다. 많은 범죄자를 볼 때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들 한다. 사랑받고 큰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인격은 이렇게 큰 차이를 나타낼까. 엄마의 재능을 물려 받은 아들과 아들 때문에 자신의 미래가 막혔다는 엄마의 학대, 착한 아이에 대한 기대가 큰 엄마의 보살핌. 이 둘 중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건넨다.  

 

여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 크다. 가해자라고 해서 그 고통이 적지는 않다. 물론 피해자보다 더 크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고통을 놓고 보았을때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고통이 제일 크다고 말한다. 내 자식은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믿고 또 믿는 부모가 받는 고통. 그럼에도 한편으로 엄마의 사랑을 애타게 바라는 소년의 마음이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임에도 다시 읽으니 굉장히 새로운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마치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가 이제 새롭게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소년들이 저질렀던 살해 방식과 살인자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행동들, 교사라고 하나 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복수가 일으킨 파장. 흔히 법상 만 14세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리 살인자라고 하여도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자신이 직접 살인자에게 복수하겠다는 설정이 다르게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또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소설은 분명 그 이유가 있다.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살인자에 대한 시각과 그 속에 얽힌 조절되지 못하는 감정들. 곪아가는 상처는 터트려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인간성을 잃어가는 삶의 한 형태에서 복잡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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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5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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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구엘은 독서는 여행자와 같다고 표현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책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에 이입되어 주인공들의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생소했던 나라나 도시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들이 숨쉬고 살았던 장소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일은 어쩌면 작가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일이다. 작가의 숨결에 속해 그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게 소설 읽는 일이다. 대부분 단편을 읽을 때는 하나의 작품을 천천히 읽는게 옳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궁금해 이어서 읽다보면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이 하나의 장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임재희 작가의 아홉 편의 단편들이 그랬다. 단편들 속의 인물들이 마치 장편소설 속 인물들처럼 다가왔다.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 한국에서 타향에 살고 있는 동생 가족을 만나러 떠난 사람, 남편과 이혼후 새로운 언어를 쓰는 곳에서 조화를 만드는 사람. 감전 사고를 당한 남편이 떠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여성.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었다.

 

 

소설의 제목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곳이 어디든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건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 과감하게 떠난다. 비록 두렵고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알수 없어도 말이다.

 

우리가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향해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동생 부부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일년에 한번씩 가는 그곳의 헌책방에서 한국 사람이 분명한 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가 위안을 받는 일이라는 것을. 외국의 헌책방에서 한국 책과 판소리가 들어있는 LP판을 집어들고 눈물이 나올것처럼 감동을 받았던 일 또한 고향의 것을 발견했기 때문인가.

 

어린 나이에 미국에 입양된 압시드. 그의 영어 이름은 친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스펠링 ABCD로 된. 자기가 아는 모든 영어 단어를 이용해 이름을 지어주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 참 뭉클했다. 아무리 이해못한다고 하지만 이처럼 이해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머나먼 이국 땅에 자식을 보내면서 그곳에서 불릴 이름을 만들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표제작을 읽는데 이 소설집이 가진 주제를 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노동절 연휴기간때 찾아온 한국이라는 나라. 어머니가 한국인이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였다. 잠시 머물다 간 곳이라는 사실 뿐. 스탠바이 티켓을 구매한터라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루 혹은 이틀을 머물러야 했다. 작은 행동 하나에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한 친근함을 느꼈다는 감정이 중요할 것이다. 거부하고자 했으나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 자신이 태어난 혹은 자라온 나라에 대한 감정이 아닐까.

 

투박하지만 느리고 친근한 남자의 목소리가 오래된 것들을 환기시키며 의식을 붙들었다. 좋은 기억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들이었다. 밤인데 밖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이 도시의 어둠은 희미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또 다른 하루였다. (219~220페이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중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결국 어딘가에 속한 삶. 이게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것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찾는 일도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기에 떠나온 여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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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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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산다는 것. 그것처럼 행복한 것도 없다. 쉬는 날이면 여행을 간다던가, 배우자가 좋아하는 캠핑을 따라간다던가, 아니면 조용히 집안에서 책을 읽는다던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쉬는 것이며 자유로운 법이다. 최근의 나는 직장이 끝난 저녁이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는 등 널부러져 있다가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다니는 시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결혼 생활과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조금은 체계가 잡힌 것 같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겨 내가 해 오던 대로 생활을 못하게 되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하는 게 어느 정도 습관이 되어 그렇다.

 

김신회 작가의 책이라고는 고작 한 권을 읽었을 뿐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으로 느리게 산다는 것, 굳이 복잡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보노보노의 책 속 글을 만나는 책이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까, 나만의 행복을 찾는 비법 같은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김신회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을 때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또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이다.

 

때로는 직장을 그만두고 게으름을 피우며 몇 개월 동안이라도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처럼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부럽게도 느껴지는 시점인데, 나름대로의 애환이 있다는 걸 지금은 안다. 어쩔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수입이 없어 부모님께 의지해야하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안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삶을 즐긴다는 것. 그것 만큼 부러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로 인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은 어찌 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서로는 다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우리는 누가 나를 답답하게 할 때, 누군가가 미울 때 그 말을 쓴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가'는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18페이지)

 

가족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법인데,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운 법이다. 아무리 친하게 지냈어도 어느 한순간 사이가 틀어져 버릴 수도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다. 그래서 흔히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법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사과의 타이밍은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용서하겠다, 다 잊어버리겠다는 결심은 사과를 받을 사람만의 권리다. 사과하는 사람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나처럼 너무 늦게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사과받을 사람이 품고 있는 타이밍의 마지노선조차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152페이지)

 

소소한 감정들을 다루는 글들이 많았다. 친했던 후배와 있었던 아주 작은 일 때문에 지금은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그대로 글로 풀어냈다. 마치 내가 느꼈던 감정들처럼 여겨졌다. 주변에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아주 가깝게 여겨졌다는 뜻이다.

 

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가 여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그럴 때는 그저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주세요.' (208페이지)

 

 

평소 솔직하게 내 감정을 나타내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나는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불편하다. 싫거나 좋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히 말해주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이해하지 못한다. 직설화법을 쓰는 나와 간접화법을 구사하는 사람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하고 간접화법을 쓰는 사람이 진짜 불편하다고 느꼈었는데, 저자 또한 그런 경험을 말하며 솔직함에 대해 말했다.

 

성격의 차이겠지만 단순한 사람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친구들에게도 원하는 것이나 불편한 게 있으면 직접 말해달라고 한다. 알아주겠지 라는 말은 본인의 생각뿐이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세상에는 이미 확실한 화법이 존재한다. 미안함을 표현하는 말은 '미안해'이고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은 '고마워'일뿐 다른 무언가가 아니다. (236페이지)

 

김신회의 에세이는 어떤 거창한 말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앞서 밝혔지만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글이다. 비슷한 감정에 공감하며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만날 수 있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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