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올 때가 되면 마음이 먼저 설렌다.

작가의 SNS도 기웃거리고

혹시나 사인본이라도 받을까 싶어 귀를 쫑긋 거리게 되는건 기본이다.

영원한 스테디셀러를 자랑하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작가, 이도우.

언젠가 드라마 PD의 블로그에서보니 이 책도 읽으셨더만

왜 드라마는 안만드시는 건지 의문이다.

드라마 요건이 충분히 되는데 말이다.

 

이도우 작가의 책은 남편도 무척 좋아한다.

서울 출장길에 책을 빌려 줬더니 다음 권 내놓으라고,

신작은 왜 안나오느냐고 나한테 성화다.

나한테 물어봤자 내가 답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인데 말이다.

 

그 이도우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7월 저머너인줄 알고 손 놓고 있었더니 벌써 출간이 되었다는 거.

이 넘의 정신머리하고는.

 

어떤 내용인지, 내 취향에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도우 작가의 책이라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니겠지.

많은 팬들이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작가의 사인본을 얻기위해 줄을 서겠지.

줄 섰다가 뒤돌아와야 했지만, 발표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 아니던가.

 

 

 

 

 

 

 

 

 

 

장마철이 한창이다.

장맛비를 좋아하는데, 일주일 가까이 내리 비 내리는 건 조금 불편하다.

노란 우산을 쓰고 쫑쫑 걸어다니는도 중요하지만

며칠 빨래가 마르지 않으니 이것 또한 불편하더라.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다가온 이도우 작가의 신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 그 기다림을 즐기고 싶다.

설렘 가득, 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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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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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출간한 장편 소설 세 편중 『쿨한 여자』와 『풍의 역사』를 읽었다면 그래도 작가를 좀 안다고 알 수 있을까. 작가의 작품이 나올 때쯤 됐는데 하던차에 만난 작품이 『고민과 소설가』라는 질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에세이다. 질문을 하는 대상이 이땅의 젊은 피, 즉 대학생들이 대상이었다. 대학생들의 주된 고민은 뭘까. 작가는 자아, 사랑, 관계, 미래 라는 네 챕터를 정해 20대 청춘들의 고민에 대한 상담글을 풀어놓았다.

 

여행을 싫어하는 상담자, 웬만한 남자들보다 머리가 큰 여성 상담자,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상담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어 고민이라는 상담자, 가벼운 인간관계가 적응이 안된다는 상담자, 아버지와 어색하다는 상담자,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중이라는 상담자와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상담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상담자 등 청춘들이 가지는 고민들이었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들의 질문을 농담처럼 여기지 않고 본인이 걸어왔던 삶에 비추어 해답을 제시한다. 직장을 다니다 자기가 원하는 부서로의 이동이 아니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작가의 경험담에서부터 지금도 치열한 작가의 삶을 살아오는 인생의 선배로서 그들의 고민에 유머스럽게 해답을 제시했다.

 

 

 

인생에는 리듬이라는 게 있습니다. 도약을 할 때가 있고, 도약을 위해 움츠릴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달리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에너지는 비축해두는 시기입니다. (66페이지)

 

그 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성실함입니다. 때로 지치고 창의력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겠지만, 그때에도 손가락을 움직여야 합니다. 비록 공개하지 않을 글을 쓸지라도, 혼자만의 글이 될지라도, 작가는 꾸준히 써야 합니다. 작가는 단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범작이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18페이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에게 이 책은 약간 유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삼십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치열하게 거쳐오고 있다. 우리가 고민했던 그 시절 이십 대, 삼십 대를 떠올렸다. 미래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자신없었던 때. 무얼 해야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알 수 없었을 때 이처럼 고민 상담을 해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그 고민이 삶의 모든 것이었으니 대답 하나가 커다란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면 결정해야 할 것 천지입니다. 무엇을 살지,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누구에게 화를 내고, 누구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할지 끊임없이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 결정들이 쌓여, 결국 생의 색깔이 정해집니다. 그렇게 나만의 생각과 태도는 내 생의 뿌리처럼 중요합니다. (256페이지)

 

작가의 고민상담 에세이는 비교적 가볍게 읽힌다. 대학생들의 고민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주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자신의 소설을 읽어보라며 슬그머니 광고한다. 그 모습은 사뭇 애교스럽다. 어떤 소설이 2쇄 밖에 찍지 못했다며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돈이 없는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걸 권하기도 했다. 그들의 주머니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처사였다.

 

작가들의 에세이는 각각 느낌이 다르다. 위트있고 유머 넘치는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시종일관 진중한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최민석 작가는 이들 중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작가가 관계에 대해 한 말 중에 와닿는 문장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이라도 굳이 멀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나 지금의 관계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십 년이 지나면 자연히 소실되기도 하는 관계. 좀더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쏟아부어 그 관계가 세월에 으스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였을지라도 무심하다보면 어느새 멀어지기도 하는게 관계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오면 그에게 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으면서 나에게 다가오기만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것. 그게 관계를 잘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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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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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캐릭터로 대표되는 인물을 바라 볼때면 어느 새 그 인물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건 기본이고 마치 실제 인물처럼 여겨지는 게 정설이다. 그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도 소설의 배경이 여행상품으로도 나와있지 않은가. 사와자키 시리즈로 대표되는 하라 료의 추리소설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응원하는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장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와 소설집 『천사들의 합창』으로 이어지는 사와자키 시리즈의 시즌 1과 더불어 새롭게 태어난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사와자키 시리즈의 시즌 2로 다시 시작되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는 꽤 단순한 플롯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경찰이 아닌 탐정으로서 맡은 업무는 경비 역할 같은 비교적 가벼운 일에서부터 사라진 인물 찾아주기와 살인사건에 연루된 일까지 경중을 달리하여 의뢰인들이 찾아온다. 만약 살인 사건이나 실종된 인물을 찾아주었을 때 그가 책정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준다고 해도 사와자키는 받지 않는다. 자기의 목숨이 위협받았을 때도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가 책정한 금액 만을 받는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사와자키는 돈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 인물로 비춰진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맡았을 때 꼭 살인사건과 연결되고, 경찰들과는 비교적 가깝게 지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와자키 또한 경찰의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그가 경찰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의 직업 답게 하나를 받았으면 하나를 준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경찰이 해야 할 일, 탐정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나누지 않고, 궁금한 것들은 살펴보고 조사해봐야 편한 성격이라고 해야 옳겠다.

 

 

소설의 출간 시점이 2004년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사와자키가 수사하고 탐문하는 방식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물론 2004년의 출간시점에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 흔한 휴대폰도 없이 그가 자리를 비웠을때도 여전히 전화 서비스업체에 전화한 내용, 이름들을 듣는다. 한편으로 답답하지만 그 시대가 가지는 상황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총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냥을 위한 공기총도 관의 허락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총기 사용이 흔한 일인가 궁금해지는 참이다.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로 찾아온 방문객과 그 방문객을 경찰서로 태워다 주었다가 총격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게 이 소설의 골자다.

 

폭력단원을 은행앞에서 죽인 남자와 그를 대신해 자수한 남자, 그리고 은행에서 사라진 귀족 출신의 구십 대 노인. 사건의 한복판에 서게 된 사와자키가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 건 당연했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사와자키 또한 일반적인 수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즉 경찰이 하는 식의 수사 방식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수사 방식이 아닌 사와자키만의 수사 방식이 돋보인다. 물론 독자를 사로잡는 트릭이겠지만 작가가 원하는 방식대로 따라가다보면 불안하다. 작가가 숨기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사와자키를 노리는 자는 누구인가. 그에게 매번 이름을 달리하여 찾아온 남자는 누구인가. 사와자키가 차로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 젊은 경찰관은 살아 남았을까. 많은 의혹을 품고 읽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가와 있다. 이게 하라 료가 노렸던 점이기도 할 것이다. 누가 살인범일까 독자들을 의심케 하다가 어느 순간 독자들이 놓쳤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한참 읽다가 하라 료의 트릭이 궁금해 다시 첫 부분으로 돌아가 읽었더니 거기에 해답이 있었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들에게도 감이라는 게 있다. 누군가가 의심스럽다고 여겨진 인물이 꼭 결말 부분에 가서는 드러나기도 하다는 점이다. 떠돌았던 와타나베가 죽고 탐정으로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와자키의 활약이 빛났던 작품이었다. 더불어 전편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니시고리의 등장도 그 반가움을 더했다.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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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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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에서 와타나베 탐정은 이름만 빌려주었다는 것이었다. 시리즈 첫편에서는 와타나베의 활약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바였다. 하지만 알코올 홀릭에 빠진 와타나베는 사와자키가 탐정사무소에서 없을 때 종이 비행기로 아주 간단한 메모만 전할 뿐이었다. 궁금한 것 중 하나가 경찰 출신 와타나베가 마약과 돈을 훔쳐 달아난 뒤로 사와자키는 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가 내심 궁금하던 차였는데, 이처럼 와타나베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 종이 비행기를 접는 습관 때문에 사와자키에게 종이 비행기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다른 탐정 소설과는 다른 점이랄까. 셜록 홈즈도 왓슨 박사의 도움을 받듯 혹은 <탐정>이라는 영화에서 성동일과 권상우가 함께 짝이 되어 탐정 사무소를 이끌어가듯 와타나베가 어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늦깎기로 데뷔한 소설가 하라 료. 하드 보일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설가. 더불어 사와자키 시리즈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어가는 마흔 살의 탐정을 창조해냈다. 소설이 나온 시점이 1988년 답게 휴대폰도 없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해 메모를 받는 식의 아주 구세대적인 시대다. 그가 외출하고 없을 때 전화 서비스 담당이 전화를 받아두었다가 사와자키가 전화해서 물어보면 전화 건 사람의 목소리와 용건을 말해준다.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서비스에 약간의 답답함을 무시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오른 손을 감춘 한 남자의 방문이 있었다. 르포라이터인 사에키를 찾는다. 그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탐정이란 고로 말을 삼가야 한다. 사에키라는 인물을 찾으려면 사건 접수를 해야 했고, 도쿄 도민 은행 전표가 찍힌 20만 엔이 든 봉투를 맡아달라며 건네주고 사라진다. 자신의 이름이 가이후라고 했다. 그리고 사라시나 슈조의 변호사가 전화를 하고 자신의 집으로 방문해 줄 것을 요하고 그곳에서 사라시나 슈조의 딸 사에키 나오코가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게 된다.

 

 

사에키 나오키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에키의 탁상 달력에 와타나베 탐정사무소가 적힌 메모는 누가 가르져 준 것일까. 정식으로 사건을 의뢰받은 사와자키는 사에키의 행방을 좇고 자신에게 20만 엔을 맡긴 가이후를 전화번호부에서 찾는다. 사에키가 머물렀던 집에 가봤으나 사이후나 사에키의 흔적은 없고 경찰 신분증을 지닌 한 거구의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사에키가 무엇을 조사한건지 파악하려고 신문을 뒤적이다가 도쿄 도지사 후보 사키사카의 저격 사건과 연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 가이후라는 이름을 쓴 남자는 누구인가.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하고 그의 가방에 들어있었던 거금과 총기는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 였다.  

 

 

미스테리 소설이 그렇듯 도지사 후보의 스캔들 사건과 이에 대한 괴문서의 정체가 드러남과 동시에 괴문서를 이용한 사람이 있었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돈 때문이었다. 가진 자는 더 갖기를 희망한다. 권력 또한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에 대한 욕망이 큰 법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고 누군가를 끌어내리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진 패를 이용해 얻고자 하는 것이 크다.

 

사와자키 탐정의 추리가 빛나는 시점이다. 하나를 바라보지 않고 여러 개를 짜 맞출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니시고리 경부를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줄 줄도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합법적이지 않다. 반면 일본에서는 합법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공인 탐정 제도 도입를 거론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소설 속 사와자키는 오히려 경찰관보다 더 앞서 간다는 것이 매력이다. 셜록 홈즈에서도 경찰관이 셜록의 도움을 받았듯, 비교적 자유로운 사와자키가 니시고리 경부에게 도움을 주는 식이다. 경찰이 미리 예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식이랄까. 고독한 사와자키의 거친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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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자화상 - 화가의 가슴에서 꺼내온 가장 내밀한 고백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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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궁핍해 모델을 구할 수 없어 자신을 그리는 경우다. 빈센트 반 고흐 또한 동생 테오에게 의지했지만 돈이 없어 주로 창녀들을 그렸고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남겼다. 자화상에는 화가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슬픔이 깃든 표정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초월한 모습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을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보여지길 원해 그 사람의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화가는 신의 모습처럼 그리기도 한다. 화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가가 그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가에게 그림이란 자신의 마음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소설가 또한 그렇지 않는가. 소설 속 문장에 자기 안의 생각들을 담을 수밖에 없다.

 

 

또하나의 이유는 화법을 바꾸기 전 자화상으로 연습해 보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든 그렇지 않든 자기를 그리며 변화를 시킨다. 그림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는 경우는 많았다. 주변 인물들을 그릴 때 슬쩍 자신의 모습을 그려 모델을 최소화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감추었다. 박홍순 작가는 화가들의 자화상과 그 모습에 투영된 한 편의 소설을 대입해 감정의 변화들을 표현해 냈다.

 

 

 

그동안 많은 그림을 보고 그림에 관련된 글을 읽었으나 이상하게 에곤 실레의 <이중의 자화상>은 기억나지 않는다. 봐놓고도 내가 기억을 못했을 수도 있다. 에곤 실레의 <이중의 자화상>과 <삼중의 자화상>이 실려 있는데, 한 장의 그림의 이중의 혹은 삼중의 다른 자신의 모습을 담는 식이다. 심리적 변화가 굉장했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듯, 분열된 자아를 보듯 또다른 자아를 나타낸 것 같다. 절제와 불안감이 한 장의 그림에 동시에 표현한 식이다. 에곤 실레의 그림과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소설을 연결한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인물을 통해 삶의 이중성을 표현한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그림에서 잘 나타난다. 강렬한 색채가 빛을 발하고 표정은 굳어있다. 예수의 가시 면류관처럼 자신의 목을 에워싼 곳에 피가 배어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엘로에서 박사에게 보낸 자화상>이라는 그림 외에 <나와 디에고 리베라>라는 그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디에고의 모습은 거대하고, 그 옆에 선 자신은 아주 작게 그렸다. 이것 또한 화가의 마음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디에고를 사랑했지만 여성편력이 심한 디에고에게 상처받은 내면의 표현이었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감정들을 연민으로 보았던 것이다.

 

저자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과 함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엮었다. 아이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우연히 젊은 남자 브론스키를 만나 집을 나와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지만 이미 사랑이 식은 브론스키를 바라보아야 하는 안나 카레니나의 마음을 프리다 칼로를 연민의 마음으로 보았다.  

 

 

들라크루아는 좀처럼 자화상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래 그림 <햄릿으로서의 자화상>도 비교적 초기작에 가까운데, 그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의 인물을 차용한 것은 자신의 성장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성장 경험을 햄릿의 우수와 번민처럼 여겼다는 뜻이다. 들라크루와의 자화상과 연결될 소설에는 당연히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다. 마치 자신의 감정인양 햄릿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게 여겼으리라. 아버지를 죽인 삼촌과 결혼한 어머니, 그로 인한 햄릿의 번민과 고통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지 않나. 

 

<황소>의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중섭의 삶과 그림에 대한 열망을 책으로 읽어서인지 다른 화가들에 비해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과 글을 쓴 편지들. 함께 수록된 <시인 구상의 가족>이란 그림에 드러나는 이중섭의 모습은 애달프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림 그릴 종이가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렸던 궁핍한 삶. 언젠가는 남덕이라 부르는 일본인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함께 살 거라는 희망을 안고 살았던 이중섭의 삶이 그 시대의 아픔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런 이중섭의 상실감을 최인훈의 <광장> 속 인물 이명준과 함께 나타냈다.

 

 

 

 

화가들의 자화상과 소설 속 인물들은 이처럼 교묘하게 닮았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자화상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소설. 화가들의 자화상 속 표정은 다양하다. 그들 삶의 다양성처럼 다양한 표정뒤에 숨어 있다. 화가의 그림을 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의 삶의 궤적일 것이다.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경제적으로 궁핍했는지, 가진 재산이 많이 여유가 있었는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책 한 권 속에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화가의 자화상에서 우리는 우리가 미처 겪지 못했던 감정의 파도를 느끼기도 한다.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세밀화로 그린 <연필로 그린 자화상>에서 피로하고 남루한 화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가 못다했던 삶이 그가 살고자 했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과 너무 다른 실제 그의 모습인것처럼.

 

다만 한 가지, 자화상 하면 빠지지 않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수록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고흐의 이야기가 너무도 유명해서 일까.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난 화가 누스바움과 콜비츠, 아르테미시아, 키르히너, 프로이트의 그림은 다시 살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인문학으로 안내했다는 작가의 다른 책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미술관과 인문학> 시리즈는 <감정의 자화상> 그림과 연결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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