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들은 이승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고, 죽어서 그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글로,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달아서 깃털보다 심장이 무거우면 사후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 못하며 (살아서 죄를 많이 지을 수록 심장이 무거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또한 주문을 제대로 잘 외워야 통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이가 그 주문을 잊지 않도록 글자로 새겨서 관에 함께 넣었다. 이것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 라는 것이다.

 

 

혹시 관람하실 분들이라면 설명을 꼭 함께 들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나는 줄 서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리는 바람에 박물관에서 마련한 도슨트 설명 시간을 놓치고 말았지만 다행히 이날 초등학생들과 이들을 인솔하시는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셔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들었다 (^^).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설명을 쉽고 자세하게 잘 해주시던지.

 

 

꾸물한 날씨, 혼자 서울까지 가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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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7-01-0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과정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방학때 함께 갈 생각인데, 도슨트 시간 챙겼다가 맞춰서 가겠습니다. ^^

hnine 2017-01-09 10:02   좋아요 1 | URL
혹시 가실 분들에게 스포일이 될까봐 안올렸지만 다 둘러본 후 퀴즈를 맞춰보는 곳도 있어요. 제가 해봐도 재미있었어요. 오후보다 오전 시간이 더 좋으실 것 같아요. 어제는 아무튼 사람이 무척 많았거든요.

oren 2017-01-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상세한 과정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아주 잘 기록되어 있더군요. 저는 마침 그 책을 읽고 난 뒤에 이집트를 갔었는데, 현지 가이드가 ‘미라 제작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걸 듣고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책 내용을 그대로 베낀 듯이 너무나 똑같이 설명을 해서 말이지요. 미라 때문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집트에서 아주 발달한 분야가 바로 향수 산업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집트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향수 한 병씩은 다들 꼭 사온다지요. 그때 저도 약병만 한 크기로(‘바나나 우유‘ 크기쯤) 한 병 사 왔는데 아직까지도 다 못 쓰고 반쯤 남아 있답니다..

hnine 2017-01-09 12:2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다 적지 않았지만 어제 전시에서도 헤로도토스의 <역사> 내용 인용이 많았답니다. 현지 가이드가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설명을 해주었나봐요. 그걸 알아차리시는 oren님 같은 분이 계셨으니 설명이 더 빛났겠어요.
그러니까 이집트에서 향수 발달 계기를 제공한게 바로 미라였군요. 저도 나중에 혹시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되면 향수를 꼭 사와야겠어요. 되도록 소용량으로요 ^^
저희 집엔 부모님께서 여행 중 사다주신 파피루스 액자가 있어요.

blanca 2017-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여기 너무 가보고 싶은데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겁 먹고 있어요. oren님 댓글 읽으니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hnine 2017-01-10 00:16   좋아요 0 | URL
4월 초 까지니까 시간이 아직 여유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또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오랜만에 사람 많은데 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사진 촬영도 허용이 되어서 아주 신나서 구경하고 듣고 찍고, 그랬답니다. 꼭 가보세요~

해피북 2017-01-0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언뜻 미라가 되는 과정을 글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림하고 함께보니까 이해가 쉽네요 ㅎ 그리고 혼자서 서울에 다녀오셨다는 글에 감동했습니다. 저도 혼자 다녀보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안나서요 ^~^

hnine 2017-01-10 00:24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다니는거 원래 잘 하기도 하지만, 요즘 이렇게 훌쩍 서울가는 날은 대부분 심적으로 매우 갑갑하고 울적한 날의 돌파구로 선택한 나들이랍니다 ㅠㅠ
대전만 해도 서울까지 버스로 2시간이니 그리 지루하지 않게 다닐만 해요. 서울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멀리 간다는 느낌이 안들기도 하고요.
미라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게 정리해서 6단계이지, 70일동안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인 것 같아요. 주검을 저렇게 실험하듯이 처리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죽음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흔적에서 읽을 수 있는 주제도 결국 죽음을 두려워했고 영원한 삶을 기대했던 이집트인의 믿음이었다.

 

 

 

 

 

 

이렇게 꾸물꾸물한 날, 가방에 우산까지 챙겨넣고 나선 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이다.

 

 

 

 

 

 

일요일, 게다가 방학 기간!

입장권 사는 줄도 길었지만 입장권 사고나서도 건물안에 들어가서 대기표 받고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집트 보물이지만 이집트에서 온게 아니라 뉴욕에서 왔다.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전시실 입구에, 포스터에, 입장권에 실려있는 사진이 바로 이 내관 (관속의 관) 이다.

무슨 관이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울까.

 

 

 

 

 

 

 

 

 

 

 

관의 바닥에까지 이렇게 빠짐없이 그림이 그려져있다.

 

 

 

 

 

 

 

 

 

미라 제작 과정.

주검이 미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0일.

옆구리를 절개하여 모든 장기를 꺼내는데 심장은 꺼내지 않고 남겨둔다.

 

 

 

 

 

 

미라를 싼 수의마저도 이렇게 화려하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검에서 꺼낸 장기들을 보관하는 단지이다. "카노푸스 단지"

 

 

 

 

 

 

미라를 감은 붕대. 여기도 빼곡히 글자와 그림.

 

 

 

 

 

관에 넣어주는 것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사자의 서"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죽은자 (사자)가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워야 하는데, 주문을 잘 외워서 사후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하기 위한 기원으로, 그 주문을 적어 관 속에 넣어주는 것이 바로 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이다.

 

 

 

관의 구성.

오른 쪽이 미라, 왼쪽과 가운데 것이 관이다.

 

 

 

 

 

 

 

 

 

이집트인들은 동물도 신처럼 인간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주검을 미라로 만들때 동물도 함께 미라로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동물 미라는 고대 문명 중에서 이집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이집트인들이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거나 신과 같은 존재로서 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고양이 미라를 넣은 관.

 

 

 

 

 

이것은 따오기 미라 (Ibis Mummy).

따오기는 지혜의 신 "토트"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관에 그려져 있는 여러 가지 그림 중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무척 많은 사진을 찍어왔으나 몇개만 골라서 올렸다.

 

기원전 유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보존되어 내려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기술도 놀랍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한 인간들의 믿음은 더욱 놀랍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이 찾아온 순간 끝나는 것.

삶은 영원하지 않지만 죽음은 영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덤에서 잘 살아라"는 위의 싯구가 아이러니하면서도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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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1-0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Soul의 존재를 믿었다는 건가요?

hnine 2017-01-09 00:15   좋아요 1 | URL
네, 실제로 영혼을 사람의 머리 위에 ˝새˝의 형태로 그려놓기도 하는데 이것을 ˝바 (ba)˝라고 한대요.

qualia 2017-01-09 01:1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고대 이집트인들이 믿은 영혼/Soul이 정확히 어떤 개념의 영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고대 이집트인들을 비롯한 수다한 고대인들의 영혼 존재 믿음에는 어떤 근원적 진리가 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영혼 존재에 관한 고대인들의 믿음은 결국 옳았다는 것으로 판명나지 않을까,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밝혀질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죠. 어제 인터넷 뉴스에도 나온 것 같은데요. 인간은 아직도 전체 우주의 5% 정도밖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나머지 95% 정도는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등등으로 추정할 뿐 아직 감도 잡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요컨대 현재 지구인들의 저런 과학 수준 가지고 (흔히 과학 맹신주의자들이 그러하듯이) 영혼 존재론을 허무맹랑한 미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라는 것이죠. 물론 이런 논리로는 영혼 존재론이 진리라는 것도 입증할 수 없습니다만, 영혼 존재론에는 우리의 마음/의식 자체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얘기가 다소 동어반복적인 오류, 혹은 하나 마나 한 소리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아무튼 고대 이집트인들의 영혼론은 정확히 어떤 유형의 영혼론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hnine 2017-01-09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과학을 전공하긴 했습니다만 과학을 공부해보면 오히려 과학 지식으로 설명이 안되는, 빙산의 아래같은 방대한 미지의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과학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분야만 다루기로 한다고, 일반생물학 개론서 첫장에 명시하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과학 지식으로 우주, 영혼 같은 것을 모두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은 시도 자체야 해볼 가치가 있겠지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고 과학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집트 유물을 보면서 처음엔 아, 어떻게 이렇게 수천년 보존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할까 감탄하다가 나중엔 그런 기술이 가능케한 이집트인의 정신 세계, 그들의 믿음이 경외스러워졌어요.


oren 2017-01-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들을 보니 2008년에 이집트로 여행을 갔을 때 ‘카이로 박물관‘에서 실컷 보았던 숱한 ‘미이라‘가 다시금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거기서 직접 봤던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대할 때의 격한 흥분과 감동도 다시금 생각나고요.

hnine 2017-01-09 06:51   좋아요 1 | URL
미라도 종류와 형태가 무척 다양하더군요. 부자이냐 아니냐에 따라 관의 재료, 종류, 크기, 방법, 같이 묻는 껴묻거리도 달라지고요. 사진이 너무 많아 다 못올렸는데 이집트에 직접 다녀오신 oren님 기억 속엔 훨씬 더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을 것 같아요 ^^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저 아주 어릴때 소년중앙 부록으로 나온 것을 처음 보고서 와! 와! 놀랬던 기억이 나요. 그게 벌써 몇십 년 전인데 아직도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도 다 모르고 있지만 이집트 신화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전시 보면서 깨닫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 토트, 오시리스, 이비스, 등이 이집트 신화 속의 신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stella.K 2017-01-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갔다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저는 서울인데도 못 가고 있습니다.ㅠ

hnine 2017-01-10 00:30   좋아요 0 | URL
오히려 먼데 사는 사람이 볼 확률이 높을 때가 많답니다. 작정하고 나서기 때문인데 서울에 살면 언제든지 금방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마음 급할 것 없으니까요. 더구나 아직은 그리 춥지 않아서 다닐 만 했어요. 긴 줄 서있는 동안에도 별로 춥지 않았고요.
이번 전시 기간동안 혹시 못가시면 뭐 직접 이집트나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에 가셔서 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
 

 

 

 

 

 

 

 

 

어느 날 저녁 체로키족의 늙은 전사가 모닥불 옆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채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손자가 다가와 조언을 구했다. 어떤 친구가 자기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이다. 늙은 전사는 손자에게 말했다.

"손자야 너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주마. 나도 한때는 엄청난 분노와 증오를 느꼈단다. 우리의 땅에서 그처럼 많은 것을 가져가고 우리에게는 조금밖에 돌려주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 하지만 증오는 너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야 그건 너의 적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해.

나의 내부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그건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두 마리 늑대의 싸움이야. 한 늑대는 악이야. 이놈은 화를 잘 내고 시샘, 질투, 적개심이 가득하지. 거만하고 탐욕스러운 데다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해. 이놈은 누구하고나 싸워.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달려들지. 이놈은 합리적인 생각을 못해. 온통 증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지 다른 늑대는 선이야. 이놈은 즐거움, 평화, 사랑, 희망이 가득하지. 관대한 데다 자비를 잘 베풀고, 남에게 다가갈 때도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겸손하게 접근하지. 이놈은 주위에 있는 자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아주 필요할 때가 아니면 싸우지를 않아. 손자야, 이 두 마리 늑대의 싸움은 때때로 여러 달 동안 계속된단다."

손자는 아무 말 없이 모닥불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해준 말을 곰곰 생각하다가 마침내 물었다.

"할아버지, 어떤 늑대가 이겼어요?"

늙은 체로키 전사는 대답했다.

"누구겠니, 손자야? 네가 밥을 많이 준 늑대지."

 

<48쪽, 체로키족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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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3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늑대에 삼켜지지 않으며 조금 더 선을 위해 밥을 주는 내가 되길 ..같이 바래봅니다 . ^^
한 해 감사했고 쌓은 우정이 줄곤 내 안의 늑대처럼 함께하기를 ...
오늘의 선한 늑대 hnine 님께 ㅡ 안부와 인사를 !^^
복 많이 북많이~^^♡

hnine 2016-12-31 21:54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 감사합니다.
복 많이 북 많이, 이건 알라딘 공식 새해 인사로 지정해도 좋겠어요.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몬스터 2016-12-3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아직도 갈길이 멀은 듯요. 아직도 주위에 화나는 일 투성이예요. 가끔은 확! 승질내고 싸우기도 하고. 예전에는 (미워하는) 상대와 언쟁을 하고 나면 , 자책하고 후회하고 그랬는데 , 언제부턴가˝나는 내가 보호해야해. 아무도 없잖아˝하는 심정으로 철저하게 내 영역을 보호한답니다. 이방인으로서의 열등감인것 같습니다.

저는 제 마음의 이성적인 녀석에서 ( being fair) 내년에는 더 많은 밥을 주고 싶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님

hnine 2016-12-31 22:01   좋아요 1 | URL
몬스터님, 제가 앞에 몇 문장 생략하기도 했지만 저 인디언 할아버지도 예전엔 싸우는게 직업(!)인 전사였대요. 그런 시간을 다 거치고서, 거쳤으니까 지금의 저런 지혜가 나오는것이겠지요.
나는 내가 보호해야한다는 말씀, 맞아요. 동의합니다.

연말을 어찌 지내시는지. 몬스터님은 부모님 생각이 각별하시던데 이런 땐 더 생각나시겠어요. 전 부모님과 그리 살갑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외지에 혼자 있으니 집 생각이 많이 나던데요.
몬스터님 마음 속의 특별한 늑대를 위해, 건배! ^^

마녀고양이 2017-01-0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되셔요.
저도 목표한 늑대에게 밥 많이 주는 새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

hnine 2017-01-01 20:5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다시 서재에서 뵙게 되어 반가와요. 서재에 뜸하셔도 열심히 뭔가 하고 계실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했어요. 아가씨가 되어 있을 코알라 소식도 궁금하고요.
저기 말한 착한 늑대를 내 맘에 자리잡게 하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각오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밥을 주는걸 멈추진 말아야겠다 생각할 뿐이지요.
새해 첫날, 남편 생일이기도 해서 너무 많이 먹고 배 두드리고 있습니다 ^^

2017-01-06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1
랠프 엘리슨 지음, 조영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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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웰즈의 과학소설 <투명인간>을 떠올린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것과 별개의 작품으로서 1952년 미국 태생 작가 랠프 엘리슨의 소설이다.

랠프 엘리슨이 흑인 작가라는 점, 설명이 필요없을 책 표지의 저 그림,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책 제목. 이것들로 미루어 벌써 이 책이 대강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면 그것이 곧 이 작가가 7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자기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작품을 쓴 동기가 될 것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 검고

우울해야 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 인용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일부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생각 할때처럼 억울함이 북받혀오를때가 또 있을까.

책속의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건 그가 흑인 혈통이라는 것을 평범이라는 범주 속에 넣었을 때의 얘기다.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예였으나 이미 오래전에 자유의 몸이 되어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임종때 평생 그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유언을 듣는다.

"얘야, 내가 죽은 뒤에도 너는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우리네 삶이란 전쟁이야.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배신자였어. (...) 예, 예 하면서 상대방을 사로잡고, 웃으면서 그놈들의 발밑을 파는 거지. 놈들에게 죽고 파멸당할 때까지도 복종하는 척 하라는 말이야." (29쪽)

여기서 상대방, 그놈들이 가리키는 것은 물론 백인들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있던 모든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주인공은 부디 이 유언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오히려 어떤 위기 상황에 닥칠때마다 이 유언들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식 연설을 잘했다는 포상으로 마을의 유지들 모임에 초대된 주인공. 주인공을 포함하여 거기 모인 흑인 소년들은 백인들의 눈요기와 즐길 거리 제공 목적으로 계획된 배틀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아 하게 되고 웃음과 조롱을 받는다. 그래도 이 순간을 견디면 인정받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과연 그 희망은 쓸데 없는 것이 아니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하사받는다. 

희망과 기대로 시작한 대학 생활. 흑인인 총장의 추천으로 이 대학의 후원자인 백인 노턴씨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게 되는 주인공. 언제나처럼 열심히 자기 본분을 다해 일하지만 우연히 어떤 불행한 상황에 휘말려 학교에서 쫓겨 나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 뉴욕으로 가지만 총장이 써준 추천서가 무색하게 일자리 찾기는 어렵기만 하고, 그나마 어렵게 구한 마지막 일터에서 조차 오래 발붙이지 못한다. 학교에서 쫓아 내면서 총장이 선심 써서 뉴욕으로 일자리를 추천해준 것으로 알고 갔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추천서 내용은 이 사람을 고용하지 말것이며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주인공은 점점 자기의 현실을 깨달아가고 할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린다.

할렘의 어느 현장에서 우연히 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본 동지회라는 단체의 눈에 띄어 여기 일에 가담하게 된다. 동지회란 피부색을 떠나 사회 정의를 실현하자는 단체인데 백인 흑인 따지지 말자는 주의라서 정작 흑인들에게는 배반자로 불리기도 하는 단체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인공은 그의 가치를 인정받는 대신 단체의 목적에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쫓기고 도망가는 가운데 지하 맨홀 같은데로 떨어진 그는 자기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았다기 보다 누군가의 꼭둑각시로 살아왔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더 우선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프롤로그 장면가 일치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갈거라는 독백.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내용중에 흑인이 뭔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을때 비난받기보다 오히려 백인 사회로부터 동정과 위로를 받는 경우가 나온다. 비난 받고 방해 받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저질렀을 때가 아니라 흑인이면서 뭔가 제대로 일을 해내었을 때.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흑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인공의 잘못일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이 책에 붙은 저 문구들. 그래 뭐, 읽는 동기야 어쨌든 상관없겠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굳이 흑인이 아니더라도, 소설의 삶을 실제로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 별 세개인 이유: 글의 주제와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나 두드러져 주장과 웅변처럼 읽히는 부분이 꽤 있다. 문학성으로 더 승화되고 스며들게 표현되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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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3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연말을 맞아 새해인사 드리러 왔어요.
올해도 좋은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6-12-31 17:32   좋아요 1 | URL
서재를 따뜻하게 해주시는데 서니데이님의 공이 커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더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느긋하고 평안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다림질 하는 동안 TV 를 보았는데 마이웨이 한영애 편을 하고 있었다.

자칭 한영애 팬이지 않는가 내가.

스물 몇살 때는 한영애 콘서트에도 갔었다. 나보다 열살 많으신 직장 선배님을 모시고 갔는데 그당시 스트레스 속에 살던 그 선배님에게 에너지좀 넣어드리려고.

 

어제 TV를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아니라 매우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이 또 확인되더라.

 

자, 내가 가지고 있는 한영애 CD, 모두 나와 줄 서렴~

 

 

 

 

 

 

 

 

 

 

 

 

 

 

 

 

 

 

 

 

 

 

 

 

 

 

 

 

 

 

 

 

 

 

 

 

 

 

 

 

 

 

 

 

 

 

 

 

 

 

 

 

 

 

 

 

 

 

 

 

 

 

 

 

 

 

 

 

 

 

 

 

 

나무와 새와 바람과 대화하고 있는 그녀는

그냥

자유였다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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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2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생각나네요..여보세요..그기 누구 없소!~

hnine 2016-12-23 21:17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은 그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는군요 ^^
어릴땐 뭐 저런 노래가 다 있나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보세요 하고 누군가를 찾는 심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귀로 듣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게 된거지요.

서니데이 2016-12-2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내일은 오늘보다도 날씨가 춥다고 해요.
독감이 유행중이라고 하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금요일 밤 되세요.
그리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hnine 2016-12-24 08:12   좋아요 1 | URL
추위를 잘 안타고 집 밖으로 별로 나가질 않는 저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요. 독감 예방 주사도 안맞았거든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6-12-2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나인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hnine 2016-12-24 10: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그런지 제 남편도 저와 매우 다른 성격이며, 제 아들은 저와 MBTI 유형이 완전 반대라서 놀란 적이 있답니다 ^^
꿈꾸는 섬님, 오늘 내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stella.K 2016-12-2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영애. 처음 들었을 땐 뭐 이래...?
했다가 점점 빠져들었죠.

이제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요.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시길 빕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서재에서 뵙구요.
즐거운 성탄도 되시구요.^^

hnine 2016-12-24 19:52   좋아요 0 | URL
stella님도 뭐 이래...? 그러셨군요 ㅋㅋ
약간 음산하기도 하고요. 제가 한영애 CD듣고 있을 때 저희 집 강아지는 제 방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눈치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ㅋㅋ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은가봐요.
전 뭐 벌여놓은 일이 없으니 특별히 마무리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희망차게 새해 맞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답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서재에서 보자는 말씀이 오늘 따라 참 따뜻하게 들려요.
꼭 그럽시다 우리!!

김상미 2016-12-2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나도 몰랐어.
니말대로 많이 다른 스타일이네.
내 포스팅 네 글에 답 썼는데
나 다음달 휴스턴가
어쩌다보니 외국 생활이 길어졌네.

비로그인 2016-12-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노래가 더 정감가고 운치있어 보일때가 있습니다.
시간되면 한영애씨 노래를 모아서 들어봐야겠어요.

hnine 2016-12-28 19:08   좋아요 0 | URL
한영애씨는 분명 오래된 가수인데도 그 노래들이 그리 오래된 노래 같지가 않아요. 오년 전보다, 십년 전보다, 지금 더 울림이 더 크게 퍼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