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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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참된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여행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꽤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공정무역이 꽤나 익숙하게 사용될 즈음에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또 듣게 되었다. 역시 어색하다. 뭔가 좀 더 그럴듯한 이름이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고민을 해봤다. 글쎄, 새로운 존재(혹은 개념)에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하다. 고민 끝에 ‘윤리여행’은 어떨까 싶었는데, 글자로 써보니 이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윤리와 여행 사이에 ‘적’을 붙여봤다가,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다시 지우고....... 그냥 이름 짓기는 포기해야 할까보다.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공정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을 일이 많았다. 처음 들을 때부터 따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그게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여행(특히 해외여행)은 나와는 정말 인연이 별로 없는 뭔가 사치스러운 느낌의 단어였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무인푼으로 두꺼운 얼굴과 배짱하나만 갖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몇 차례의 ‘무전여행’을 제외한다면 나는 제대로 여행을 다녀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학생이었던 때와는 달리 사회에 나오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특히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그들이 돈이 많아서 종종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기에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할 수 있었다. 바로 패키지 상품이란 놈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이고, 삶과 자연과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나에게 여행은 걷고, 사색하고, 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 야간에 비행기나 차로 움직이고, 정신없이 유명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는데, 제대로 돌아볼 시간이나 여유따위는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여유가 허락되는 시간은 쇼핑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여행을 다녀오면 오히려 가지 않은 것보다 못할 것 같았다.


 공정여행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소비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단순히 눈도장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한 관광지만을 도는 여행이 아닌, 내가 생각했던 참된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현재의 돈만 쫓는 여행의 행태로 인해 나타난 폐해들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제안들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티벳, 네팔, 태국, 인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곳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여행책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계시는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또한 좋았다. 만약 내가 해외여행에 좀 더 관심이 많았다면 훨씬 더 재밌있었을지도 모른다.


 다 읽고 나서 아쉬운 점들이 좀 있었지만 대부분 소소한 부분들이고 크게 실망할만한 점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다양한 주제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좀 산만하고 흐름이 끊기는 면이 있다. 사례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들은 많지만, 큰 틀에서 얘기하는 내용은 간단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같은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아마 이 책의 컨셉을 ‘공정여행 가이드북’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구성이 되어버린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작은 이야기들이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단순한 소개에 머물러 버려서 흐름을 끊고, 더 깊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글쎄, 좀 더 단순하고 소박한 컨셉이었다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더 잘맞지 않았을까 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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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위버 -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
잭 보웬 지음, 박이문.하정임 옮김 / 다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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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때 국민윤리를 가르쳤던 한 선생님 덕분에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딱히 그 선생님을 존경하거나 좋아한 건 아니었고, 그냥 과목과 어울리지 않는 자유분방한 태도라던가 입만 열면 뭔가 있어보이는 말들을 늘어놓는다던가 하는 점들이 특이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가끔 철학과에 얼마나 괴짜들이 많이 모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철학이란 학문에 대해서도 수박 겉핥기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대학을 철학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주변의 만류로 다른 학문을 선택하게 되었다. 뭐 철학을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나도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대학에선 교양과목으로 철학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큰 강의실에 백여명이 넘는 학생들. 그리고 교양이기 때문에 정말 수박 겉핥기 밖에 안되는 성의없는 강의. 고등학교의 입시위주 교육을 벗어나서 드디어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진짜 학문을 맘껏 즐길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 옛날 이야기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취급을 받았다.

 암기 위주의 교양철학으로 실망했던 나는 다른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내가 관심 갖고 있던 대부분의 과목들의 시작점은 모두 철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철학을 공부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마음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었다.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처음 만난 건, 아내의 책들과 내 책들이 한 방에 모이게 된 날이었다. 오랫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자취생활을 해온 덕에 내 책들은 많지 않았다. 잊어버린 책들도 많았고, 관리가 잘 안되니까 책을 잘 사지 않게 되었다. 그에 비해 아내의 책은 종류도 다양했고 많았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펼쳐보았다.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가 흥미를 자극했다. 문득 저 먼지쌓인 교실에 앉아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거리에서 생활한 대학생활까지 흑백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꼭 읽어야겠다. 이제라도 다시 철학에 관심을 가져봐야지 라고 했던 그 날의 다짐은 다시 물거품처럼 흩어졌다. 바쁜 일상은 나에게 학문으로의 도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드림위버]를 처음 만났던 날도 그랬다.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에는 계속 못 읽었던 [소피의 세계]까지 함께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설책을 읽는 방법과 철학책을 읽는 방법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두 책을 놓고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냥 읽으면 될 것을 뭘 그리 쓸데없는 고민까지 하나 싶었지만, 학문을 대하는 내 태도가 좀 유별나서, 철학책을 읽는 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절대로 이 책들을 읽지 못할 것 같았다. 

 

 [드림위버]를 먼저 읽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책을 대하듯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않아 그냥 읽고 지나가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 쌓여갔다. 꽤나 두꺼운 분량이라서 중간 정도 읽었을 때는 그렇게 남아있는 의문들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가며 의문들을 풀어가며 읽어야 했다. <독자들을 위한 토론주제>는 그냥 건너뛰고 이안의 이야기만 따라가는데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역시 그냥 소설책 읽듯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드림위버]는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읽는 내내 청소년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나도 자라면서 이런저런 의문들이 많았을텐데,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 것 외에는 감히 시도해보거나 따져보지 못하고 자랐다. 만약 내가 이안 정도의 나이였을 때, 이안과 같은 모험을 해보았다면 지금 좀 더 생각의 폭이 넓고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다 읽은 늦은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가 자라면 이 책을 함께 읽고 서로 느낀 점이나 생각들을 나누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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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있다 - 대한민국 개발 잔혹사, 철거민의 삶
강곤 외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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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주에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구속된 용산범대위 상황실장 김태연동지가 용산범대위로 보낸 편지였다. 이례적인 강도높은 탄압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얼굴이 순간 스쳐지났다. 편지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삶창>의 신간 『여기 사람이 있다』에 대한 부분이었다.
 

   
  제가 있는 방에는 모두 7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은 철거용역업체 직원입니다. 서른이 안 된 젊은 친구인데 “여기 사람이 있다”를 열심히 읽더군요. 읽고나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 아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했지요. 무얼 느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내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나갈 모양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딴 일 해라”는 한마디는 했습니다. 그 친구 오늘 낮에 운동시간에 같이 걸으면서 그러더군요. “이제 농사나 지어야 겠다” 고.  
   


 이 용역업체 직원이 무슨 마음으로 "이제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아주 여러가지 복잡한 고민이 있었을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 친구가 구속된 상태가 아닌 자유의 몸이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을 알았어도 읽을 생각조차 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었고,(더구나 대책위 상황실장과 한 방에 있었으니) 여러가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기에, 더 확고하게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놀라웠던 사실은 이 사람들이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경제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나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사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쫓겨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 철거민이란 단어를 흔히 떠올리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혹은 나보다 더 못사는(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해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읽고 나니 내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이 특별한 처지에 있어서 철거민이란 이름을 갖게 된게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들이었다. 다만 운이 나빠서 그렇게 된 것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참 말도 안된다는 것이 여기서 드러나게 된다. 한번 철거민이 되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면, 다음에 또 철거예정지로 옮겨 가게 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없으니 계속 외곽으로 돌게 되고 그러다보면 또다시 철거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 보상받고 떠났던 이웃들을 다음에 다른 철거예정지에 또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치가 땅의 가치보다 더 못한 시대.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는 시대. '여기 사람이 있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도 소용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저 용역직원 같은 친구들에게 자꾸만 이 책을 권하고 읽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원래 이 책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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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09-06-30 13:04   좋아요 0 | URL
자주 안들어오는 편이라 댓글을 이제서야 확인했네요. 함께하겠습니다!
 
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 유괴와 성폭력 예방 어린이안전 365 1
박은경 지음, 김진화 그림, 한국생활안전연합 감수 / 책읽는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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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험악한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접하는 것이다. 어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잔인한 일들이 수도없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떨리는 사건들을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매일같이 내 아이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 또 걱정을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의 숙명인 것일까? 아이가 조금씩 자라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자,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주의해야할 점들을 가르쳤다. 낯선 사람이 사탕이나 인형 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로 시작해서 낯선 사람이 아니라도 매일 마주치는 시장 아줌마나 아파트 경비아저씨라도 절대로 뭔가를 받거나 따라가면 안된다 등으로 끝나는 잔소리는 한번 시작하면 몇 번씩이나 다짐의 다짐을 받고 또 받아도 안심이 안되어 늘 불안한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렇게 주의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너무나도 자주 일어난다.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실종 아동찾기 포스터들. 뉴스의 어느 한 자락에 나오는 납치 사건 이야기. <오로라공주>. <밀양> 등의 영화들까지 생각이 흐르면 불안한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걱정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최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책읽는 곰> 출판사의 <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라는 책을 통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잘 알게 되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직접 이 책을 읽어도 좋을텐데, 아직 어리니까 읽어줘야 하는데, 곧바로 읽어주기에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있어서 미리 여러번 읽고 어떻게 알기쉽게 알려줘야 할지를 좀 고민했다. 

 책에는 우리가 자칫 생각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잘 짚어주고 있었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이 아이의 이름을 직접 얘기하더라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부분이나, 아이의 눈 앞에서 부모와 통화하는 것처럼 전화를 하더라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부분 등이다. 사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잘 짚어주는 부분들이 무척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읽는 내내 한 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동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들에서도 생활속에서 생각못하고 지나칠수도 있는 부분들을 잘 짚어주고 있었다. 읽는 내내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무척 노력을 많이 했다. 

이 책은 <책읽는 곰> 출판사에서 <어린이 안전 365>라는 시리즈로 만든 첫 책이다. 이후 어떤 내용의 후속작품들이 나올지가 기대된다. 알찬 내용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 세심하고 꼼꼼한 배려 등이 돋보이는 이 책을 기준으로 본다면 뒤에 나올 다른 책들도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책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순간 집중력이 강하고 시야가 좁다. 놀다보면 쉽게 넘어지고, 무언가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다. 놀이터나, 집 근처 골목이나, 공원 등에서 보면 아찔한 장면들이 가끔 연출된다. 특히 골목을 질주하는 차들과 골목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참 위태롭다. 실제로 골목에서 놀다가 차가 발을 밟고 지나가서 입원해있는 아이를 만난 적도 있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안전사고 등에 대해서도 후속 작에서 다뤄진다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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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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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도서평론가라고 부르는 이권우의 독서에 대한 책이다. 그린비출판사에서 꾸준히 내고 있는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흔히 '달인 시리즈'라고 부름)의 다섯번째 책이다. 표지는 마이산 '탑사'에서 본 '돌탑'들처럼 높이 쌓아올려진 '책탑'들이 여기저기서 높이 솟아 있고 그중 왼쪽 책탑 위에 어느 여성이 걸터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이다. 제목만 보아도 흥미로운 것 같은데, 표지그림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저자만의 독특한 입담으로 주저리 주저리 풀어서 얘기해주고 있다. 2부에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사실 1부는 좀 쓸데없이 길다고 볼 수 도 있다. 내용이 좀 독창적이긴 하지만 결론은 너무 뻔하다. 결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계속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과연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찾아 읽고 열정적인 독서가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찾아 읽을 사람이라면 대부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는 사람일터, 1부는 적당히 맛보기로 해서 흥미를 돋구어주고, 2부의 내용을 좀 더 알차고 재밌게 가져갔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정말로 책읽기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이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어 읽고나서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고해도 2부의 내용을 위주로 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앞부분을 읽고 책을 꾸준히 읽어야 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계속 읽기에 1부의 내용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좀 잔소리처럼 느껴지는데, 이건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피부가 까맣고 깡마른 아이. '깜디'라고 놀림을 당하거나, '네가 지나가면 온 동네 개들이 다 쫓아온다!'고 놀림당하기 일쑤였던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예전 학교에서는 골목을 주름잡았던 소문난 개구장이였으나.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는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혼자 학급문고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산에서, 계곡에서, 들판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나 혼자 노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었고, 나중에는 학급문고를 빌려와서 집에서도 책을 읽게 되었다.

교실에서 혼자 학급문고를 읽는 일은 점점 이 아이의 습관처럼 되어갔고,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 뒤에도 이 습관은 계속 되었다. 나중에 중학교에 올라간 아이는 국어선생님에게 글솜씨가 있다고 칭찬을 받고, 백일장에서 작은 상도 받게 된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아이는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마다 하나쯤은 책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책을 읽었다면 또 한 명의 이권우가 되었을지도 모를 저 아이는 고등학교 3년의 절반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시달리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와 사회에 반항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간신히 점수를 맞춰 들어간 대학에서는 데모하고 술마시느라 책을 읽지 못했다. 애초에 그 아이가 책을 접한 계기는 다른 흥미거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 원하기만 한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시기에 그 아이는 책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저 술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 아이가 다시 책을 읽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국가와 개인, 사회와 개인의 관계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자유란 무엇이며, 평등이란 무엇인가 답을 찾지 못해 좌절하던 중. 결국 답은 구호와 선언에 있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책을 들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다.

앞서 이 책에 대해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책은 존재 차체가 기쁨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줄줄 풀어놓는 이권우의 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역시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슨 교훈을 얻기 위해 읽을 책은 아니다.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책읽기의 달인이 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비법을 전수해주지도 못한다.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일화들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올해 사상최대의 불황을 맞고 있다는 출판계, 이 책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은 그럭저럭 팔리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에 관심을 갖고 그래서 출판계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나갔나?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책'은 그냥 형태로서의 책은 아니고 '좋은책'이다. 무엇이 '좋은책'인지는 묻지마라!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할 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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