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어젯 밤에 신랑은 열한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퇴근하는 길은 멀고도 멀었단다..
벌써 부터 고향 가는 차량들의 행진으로 밀리고 밀렸단다..
그래도 시댁에 갈 준비를 함께 마트에 가서 하자고 하니 두말없이 나서준다..고마웠다..
얇은 지갑이지만 카트 가득 넘치도록 이것 저것 집어 넣고 나니 카드 긁는소리가 드르륵...ㅋㅋ
아침 여덟시에 둘이서 나주로 출발했다..아이들은 집에 두고 가기가 처음이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집에 있겠다고 하니 몸도 불편한 둘째녀석을 델구 가는것 보다 나을듯 싶었다.
여섯시간을 걸려서 나주 시댁에 도착하니 어른들은 아이들 안 델구 왔다고 서운해 하시지만
그래도 우리라도 와 준게 그저 고맙고 고맙다는 어른들을 보며 야위어 버린 어른들의 얼굴을 보니
여름내내 늘어난 주름살에 맘이 쓰인다..
언제 맘 편안하게 모실수 있으려나..
차려두신 점심겸 아침겸 모두 통틀어 맛난게 밥을 먹고
감나무 아래서 몇개의 감을 따들고 야금 야금 깍아먹고 송편을 형님댁 아이들과 만들었다..
그리고 저녁을 거하다 할 정도로 먹어치우고..
시어머님과 나물몇가지와 이것 저것 음식을 만들어 두고..
시어머니와 "가문의 위기" 영화를 보았다.
10월 6일..
추석이란다..여섯시에 모두 일어났다..
어머님께서 새벽에 일직 일어나셔서 준비해두신 밥과 국..그리고 그외 몇가지로 간소하게 추석 상를 차렸다.
도련님과 남편이랑 시아버님께서 상을 차리시고 나와 어머님은 부엌에서 거들어드렸다.
그렇게 추석 아침을 맞이하고서 남자들끼리 산소엘 다녀 오는 동안 어머님께선 우리 가지고 가라고
이것도저것도 다 며느리 오면 주시겠다고 봉지 봉지 싸놓으신것들을 꺼내놓으신다..
아..어른들은 왜 그럴까..그래서 우리차가 금새 가득이다..
어머님은 항상 그러신다..
뭐 하나라도 더 챙겨줄실게 없나.. 우리 내려오기도 전부터 챙기시고 또 챙겨 두셨다가
우리 차에 넣기 바쁘시다..그만좀 넣으시래도 자꾸 자꾸....쑤셔 넣으시는 모습..
그리고 이번 추석 선물이라고 시어머님께서 주신 신발 참 이쁘다.
시골에서의 아침은 후다닥 가버린다..
몇분의 손님이 오가시고 손님상도 몇번 차렸다..
얼른 친정가라고 서두시는 시어머님의 성화에 우린 친정으로 뽀르르르 달려갔다..
친정에는 이미 언니들이 몇분 오셨고 우리 보다 나중에 또 몇팀이 더 와서 친정은 잔치집이 되어 버렸다..
엄마도 아빠도 모두 건강해 보이셔서 너무 기분이 좋다.
물론 딸들과 사위들을 보시니 기분이 좋으셔서 더 좋아보일게다.
친정에 오니 추석명절 같은 기분이 든다..
늦게 까지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진 상을 앞에 두고 웃음꽃을 피우며
밤새 언니들과 떠들고 선물이 오가고 펼쳐 보며 좋아라했다..
그런데 난 아무 선물도 안 가지도 가서 받기만 열심히 했다..이래서 빈부격차가 확 드러난다..ㅋㅋ
10월 7일
새벽 네시반까지 안자고 나는 언니들과 놀다가 자고 있는 신랑을 깨워 출발했다..
남자들은 모두 열두시를 전후해서 운전해야 한다고 일찍들 자고 우린 떠들고떠들며 놀았지만
그래도 아쉬워 하시는 엄마를 꼭 안아드리고 우리는 출발을 했다..
와...한숨 안잤더니 졸려라....졸려라..다..
그래도 신랑 졸까봐 옆에서 말동무 해 주다가 해가 뜨니 난 잠이 들었고..
한참을 오다 보니 조금 밀린다..
그런데 밀린것 같지 않는데 아홉시간을 걸려서 원주에 도착했다...
와..우리집이다..오후 한시 반이다..
차에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아이들과 신랑이 나르고 난 안에서 정리하고 ...
어찌 어찌 대충 해 두고 씻고 한숨 자고 일어났다.
의정부 언니네가 원주 우리집에 들렀다 가기로 했는 데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언니네는
우리보다 더 밀린다며 그냥 의정부로 가고, 우린 신랑이 해준 댤걀찜으로 저녁을 먹었다..
아..이번 추석 야무지게 보내고 왔다..
명절에는 맘먹고 내려가기가 참 벅찬 우리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내려 갔다 오면 몸은 천근 만근 늘어지게 피곤해도 기분이 참 좋다.
어른들 환하신 얼굴이 좋고 우리집 냉장고며 베란다 창고가 넘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못보았던 형제간들을 보니 또 좋고 ..
이렇게 무사히 잘 다녀와서 더욱 감사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모두들 건강하고 기쁜 얼굴로 만날수 있음에 감사하고..
먼길 오가며 운전대를 내게 한번도 내 주지 않고 혼자서 운전한 울 신랑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자기야~~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