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 돌고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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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부끄럽지만 솔직히 얘기하자면 분홍돌고래,는 상상속의 동물인 줄 알았었다. 몇년전에 기념품점에 갔다가 늘 좋아하던 돌고래 뱃지가 푸른색이 아닌 분홍색이어서 혼자 속으로 정형화된 분홍의 이미지가 떠올라 안좋네,라고 생각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분홍돌고래가 실존하고 있으며 돌고래가 바다만이 아니라 강에도 산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다. 그리고 이걸 계기로 내가 얼마나 이 지구의 생명체에 대해 무관심한지도 깨달으며 더 깊은 관심과 행동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동물생태학자인 사이 몽고메리가 아마존강에서 살아가는 분홍돌고래인 보투를 찾아 탐색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기록,이라고 하니 뭔가 학술적인 것 같지만 아마존에서의 체험에 대한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가볍게 다가오지 않을까. 아니, 또 이것을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것 같다. 생태학자가 아마존의 분홍돌고래 보투를 만나고 좀 더 가까이에서 오래 보기 위해 그물을 쳤다가 그물에 걸려 익사의 위험에 빠진 아기보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 아기보투를 품에 안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체험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서 아마존의 환경을 위협하는 산업개발, 무차별한 계획들로 무너져가는 아마존의 모습과 사라져가는 생명체 - 아마존에서 생존을 이어나가지만 소수에 불과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부족민을 포함한 - 에 대한 언급, 보투에 얽혀있는 신화와 설화들이 과학자의 이야기와 뒤섞여들어가며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과정,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아마존을 들여다보게 하고 보투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고 지구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짧은 글로 뭉뚱그려 이야기하기에는 이 책에 담겨있는 수많은 글에 대해 정리를 할 수 없어서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마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 - 쥐나 바퀴벌레, 뱀과의 조우뿐만 아니라 나무늘보나 인간의 손에 잡힌 멸종위기의 거북이를 먹이가 되게 둘 것인가 하나의 개체인 생명체로 여기며 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의 내용에 이르기까지 언급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하지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저자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책이 아니기때문에 그저 아마존강에는 분홍돌고래가 살아가고 있으며 분홍돌고래를 만나기 위한 생태학자의 아마존 탐험 여정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라고 설명할밖에. 

그에 더하여 이 책이 조금 더 좋았던 것은 모든 생명체에 대해 편견이 없는 저자의 태도와 생태환경을 현상태로 보존하는 것만이 최우선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개발반대와 사냥금지를 외친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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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호르헤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점점 더 커졌다. 그는 전기뱀장어로 병을 고치려고 한 사람, 말을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사람, 돌고래가 유혹하려고 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짐에게 호르헤의 집에 가보고 싶다고말했다. 그리고 부페오의 마법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뜻밖에도 개리가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개리는 오직 화석만 믿으며 진실은 말 그대로 돌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호르헤는 진실이 돌고래들의물기 어린 숨결과 식물들의 소망 속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보다 더 대조적인 경우를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재능 있는 교사인 개리는 돈 호르헤를 ‘교육‘시키고 싶어 할까?
돈 호르헤는 개리의 불신을 감지하고 모욕을 느낄까? 둘 다 상대방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 개리는 쿠루피라를 믿지 않고, 돈호르헤는 공룡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시간과 변화를 얘기한다. 하늘의 별들이 엥캉치의 물에 반영되듯, 두사람의 생각은 서로 반영된다. 247







"과학자들은 이야기 속의 세계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해요. 우리가 이야기를 할 때는 그걸 가설이라고 부르죠." 그가 말했다. 이야기꾼과 달리, 과학자들은자신의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의무가있다.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개리가 강조했다. 그러나 정말 닮은 데가 있다는 것을 그는 인정했다.
"어렸을 때는 서구의 용과 공룡이 닮았다는 게 참 묘했어요.
용이든 공룡이든 오늘날에는 존재하지않아요. 둘다 편린들로만 알려져 있죠. 우리는 빈 곳을 메우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화석에 살을 붙이는데, 일반인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이는 거죠." 260

돌고래는 왜 위험한 인간과 함께 놀려는 걸까? 인간이 아니어도 같이 놀 상대는 많다. 청소솔을 장난감으로 사용하거나 거품을 일으키며 노는 뒤스부르크동물원의 돌고래들처럼 야생 돌고래들도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강돌고래가 강거북을 공처럼 공중으로 던져 올리는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자도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인간과 함께 놀려고 할까? 아마도 껍데기 속에 숨는 거북이나 장난감과 달리 인간은 진정으로 함께, 그리고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놀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놀이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며 각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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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임산부들이 친구의 초상집에서 밤을 새며 무슨 생각을할지 궁금했다. 내 고향 친구들이라면 일종의 죄의식을 느낄 것이다. 그들이라면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커다랗게 농익은 과일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차마 내밀고 앉아 있지 못하겠지. 건강한아이를 갓 출산한 친구는 경미한 신체장애가 있는 딸아이를 둔친구 앞에서 몸둘바를 몰랐다. 새로 임신한 또 다른 친구는 불임인 친구와 얘기할 때면 임신에 대한 말은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행운에 죄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달랐다. 아마존에서 죽음은 이상 현상이 아니다. 죽음은 날마다 함께하는 길동무다. 두려움 없이 슬픔을 잊고 함께하는 게 아니라 평정심과 기품을 지니고 날마다 함께 걷는 동반자 말이다.
집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 잃은 가족과 함께 밤을지새울 것이다. 더러는 잠들겠지만, 나머지는 담배를 피우며 카드를 치거나 마사토를 마시며 긴 얘기를 나눌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선물하듯 초상집에 나타났다. 상을 치르는 가족이 혼자가아님을 증명해주기 위해 이들 곁에 머물렀다. 이것은 일종의 선물이었다. 그들은 죽음에 맞서 싸우기보다 외로움에 맞서 싸운다.
도처에 널린 죽음과 맞닥뜨리고 있는 사람들답게 모두가 먹을거리를 가져왔다. 먹을거리는 곧 생명이다. 어떤 사람은 수탉한 마리를 가져왔다. 떠나기 직전에 우리는 마리오가 한 손으로수탉의 다리를 움켜쥔 채 다른 손에 양철 냄비를 들고 부엌으로가는 모습을 보았다. 곧이어 수탉의 비명이 들려왔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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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많은 것이 변화했다. 홍수와 화재의 빈도가 늘고 기후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식물의 과학도 바뀌었다. 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방법, 식물을 식별하는 방법, 그리고 농학자가 더욱 튼튼한 농작물과 질병에 강한 느릅나무를 개발하기 위해 실행하는 방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내가 과학자로서 배운 2가지 소중한 교훈은 어린 시절 뉴욕주 북부 시골에서 수집한 식물에서 얻었다. 첫째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교훈으로, 나는 대개 혼자서 자연을 관찰해 지역 야생화는 물론 새알에 관해서도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었으며, 그 시절 내디딘 걸음마가 현장 생물학 전문가가 되는 길로 이어졌다. 둘째는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라‘라는 교훈으로,
처음에 뒤뜰에서 자연을 배우고 나중에 지구 생태계로 시야를 넓힌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유능한 현장 생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나무에 지었던 요새는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몇몇 대륙에 설치된 열대 우듬지 통로로 진화했다. 호숫가 오두막에 우뚝 서 있는 키 큰 느릅나무 한그루에 쏟았던 애정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삼림 보전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유년 시절 자연에서 식물을 발견하고, 만지고, 냄새 맡고, 식별하는 등 오감을 발달시키며 만끽했던 즐거움은 내가 대학교에 다니고,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하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소수의 여성에게 조언하는 과정에 영감을 주었다. 어릴 적 나의 마음에 담겨 있던 그 모든 열정은 헝겊 조각을 이어 붙인 조각보처럼 한데 뒤엉켜 궁극적으로 나를 세계 최초의 나무탐험가로 성장시켰다. 자연을 탐험하면서 평온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현장 생물학자를 직업으로 삼지 않았을것이다. 대부분 나무였다. 대부분 고독이었다. 대부분 야생화였고,
나뭇잎이었고, 자연의 작동 원리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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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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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야생 붉은여우예요"(399)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레이븐은 야생 붉은여우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유일한' 친구가 여우라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비딕을 읽었지만 - 그래픽노블까지 읽었지만 완역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 보며, 저자의 글을 다시 인용해보자면 소설 모비딕에서의 화자 이슈메일(이름의 번역이 조금 다르지만)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하는데 이 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히 야생 여우와 생태학자가 우연히 만남과 교류(?)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닫힌 문을 열고 집안에까지 들어와 냉장고까지 뒤지고 나가는 곰의 모습을 봤는데 그냥 야생곰이 아니라 그 집의 주인인 환경보호자와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곰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야생 여우와의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만남은 그렇게 우연이었겠지만 어린왕자가 만난 여우처럼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주는 의미있는 친구는 아니지만 저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레인저로 활동하며 사냥도 하는 모습이 낯설어보이기도 하고 야생동물의 사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유없는 학살과 게임처럼 놀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보면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야생의 숲에서 지내는 야생 동물의 모습과 그에 연장선상에 있는 인간의 삶의 공존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를 고민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읽기 시작한 '어쩌다 숲'이라는 책의 내용은 조금 더 인간의 세상을 중심으로 도시화된 공간에서의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후자에 가깝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산 속 깊은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연한 야생동물과의 만남, 혹은 야생동물과 가까워지기 위한 장난의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깊은 숲속,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새까만 새끼 여우 한 마리가 해먹 모양 가지에 등을 긁고 다리를 꼬고 웃음을 터뜨려 숲의 모든 새끼들을 웃게 한다. 과학자가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겠지. 그는 공책에 중요한 숫자를 몇 개 적는다. 그는 마음의 장난에 휘말리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이 습득한 모든 기술 중에서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니까."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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