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신기(?)한 일을 스스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우연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우연으로 드러나는 것일지도..

'요하네스버그 아트갤러지 특별전'을 다녀왔다. 화가의 그림중 부분에 집중하는 시선으로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든건 전시장에 들어서 보게 된 여인의 '흰 머리'가 유독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염색을 고집하지 않는 1인이라, 반가웠던 것일수도 있겠고.그동안 화가들의 그림에서 흰 머리를 내가 그닥 눈여겨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기뻐서 였는지도 모르겠다.물론 이때만 해도 나는 흰 머리가 나에게 불러(?)올 또 다른 우연은 생각하지 못했다. 전시장을 나와 서촌에서 파이를 먹고, 책방오늘을 들렀다. 여전히 사람들로 꽉 찬 공간...타부키선생책이 보여 반가웠고, 토니모리슨의 책을 고를까 고민하다가,<책의 자리>를 골랐다. 스치듯 볼때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거니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흰 머리에 안경을 쓴 여인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내 모습이 저와 같은 모습으로 흘러 가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놀랐다. 그림 속에서 인데도 흰 머리를 하고 있는 이들을 볼 때마다 반가워지는 걸.. 보면 염색하지 않는 내가 무언의 압력을 계속 견디려고 애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림으로 시작해서 그림책으로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내내 '흰 머리'가 나를 따라 올 줄이야....


"누군가 비밀스레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는 것 같았다"
헛헛함을 느낄수 없었던 제목과 달리..이야기는 쓸쓸했다. 그런데..그럼에도 그 쓸쓸함을 이겨낼 무언가를 들려주는 것 같아 마냥 무너져 내리는 기분은 아니었다. 물론 현실로 돌아와, 책 속 화자의 경험이 실제 일어났다면,쓸쓸함을 극복하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할게다. 그 외로움을 책이..대신해 줄거라,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싶을 따름이다. 독자는 이미 책 속 흰 머리를 무심한듯 묵고 책을 읽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으니까.. 책의 마지막과 책방도장이 묘하게 닮은 것도 반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