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심오(?)한 제목이라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은 살짝 마음이 찔릴것 같은 제목.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 이기도 한데,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 가운데 하나를 '거짓'으로 말해야 한다면,소설에서는 어려워도, 현실에서는 아주 쉬운일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토록 엄마가 열렬히 삶을 원한다고 단정했을까? 어째서 삶이 누구나 먹고 싶어하는 탐스러운 과일이라도 되는 양 굴었을까? 내가 원했으니까? 매일 아침 엄마가 또렷이 보이길 누구보다 바랐으니까?"/194쪽
"내가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까? 나는 이걸 부치고 싶을까? 모르겠어.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이제 누구의 자식도 되지 마. 채운아,그게 설사 너와 같은 지옥에 있던 상대라 해도,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돼"/182쪽
나는 아주 오랜만에 김애란 작가의 책을 읽었다. 라고 적고 보니, 가벼운(?) 거짓말 하나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오롯이 읽은 그녀의 책은 정말 오랜만이지만, <음악소설집>에 실린 김애란작가의 책을 읽었더랬다. 그 덕분에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여기에도 거짓말이 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도서관에 갈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추천도서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소개되고 있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읽고 싶어진거다. '음악소설집' 에 실린 단편을 읽은 덕분에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등장하는 '영어'가 재미있게 다가왔고, 작가의 언어 가운데 하나 이겠구나 생각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뭐랄까, 평면적인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일상생활에서 너무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그런데 그 인물들에게 '거짓' 말이라는 '삶'이 부여되는 순간 마음 속으로 많은 것들이 나를 일렁이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러한 순간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거다. 그리고 그 마음을 작가는 너무 잘알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래서..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에 어느 정도의 기만이 있을 수 있다는 위로.. 비겁한 변명도 아니고, 작위적인 위로도 아니었다. 살아가는데 어느 만큼의 거짓말은 필요하다는 위로...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에, 면죄부 처럼 위로 받는 기분을 받았다. 재미난 주제를 조금은 평범하게 이끌고 간 듯한 기분이 들때의 아쉬움은 있지만, '거짓말'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 준 점이 좋았다. 거짓말 덕분에 순간순간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책을 읽고 나서 무심코 찾아보게 된 영화 '프라이멀 피어' 에서 '거짓말'에 대한 아주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거짓말은 사적인 삶을 위해서 남겨 두겠다고...'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한 한줄평에 '거짓말' 을 하나 넣어 볼까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나도 모르게 들어갔다. 모르고 하는 거짓말까지 합치면,숨쉬는 것만큼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