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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곰밤님의 서재
  • 까만새가 이사 왔대
  • 정영감
  • 15,300원 (10%850)
  • 2024-07-25
  • : 225

옛날부터 내려온 속담이나 관용어들을 볼 때마다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 중에서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라는 속담이 특히 그러하다. 그리고 이 그림책이 이 속담을 가장 잘 담아낸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은 정영감 작가님의 그림책이다. 작가님의 다른 그림책이 있나 싶어 검색해봤는데 다른 책은 검색결과에 뜨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책이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 것 같았다. 하지만 첫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님 특유의 붓질, 먹을 쏟아내는 것 같은 이 강렬한 그림체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질투 많은 멧돼지가 숲에 까만새가 이사 왔다는 소문이 퍼져 온 동물들이 그 소문에 관심을 가지자, 이에 질투심을 느껴 까만새의 험담을 숲속에 지겹도록 퍼뜨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소문'으로 시작해서 '소문'으로 끝나는 그림책이다. 여기 나오는 소문들 모두 발이 없어 천 리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이 공통점이다. 차이점은 하나는 그냥 '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소문'과 '험담'이 같이 섞였달까.

자신에 대한 험담 섞인 소문을 들은 까만새의 모습, 반응을 이 그림책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소문을 들은 제3자인 동물들과 멧돼지의 감정, 반응만 그림책에서 묘사하고 있다. 한편으로 까만새가 진짜 등장했으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졌을 지에 대한 궁금증도 들었다.

양치기의 소년처럼 소문만 열심히 내고 다닌 멧돼지는 자신이 내뱉은 말들이 까만새에게 화살이 되어 가길 원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화살을 맞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에게 또 소문을 퍼뜨리는 멧돼지의 모습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고,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멧돼지의 행동과 언행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선 내 작은 양심이라도 그래도 남아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도 누군가의 '멧돼지'가 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꺼내 읽으려고 한다. 내가 누군가의 '멧돼지'가 되지 않도록 나를 다잡기 위해. 말은 언제든 다른 사람을 그리고 나를 찌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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