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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곰밤님의 서재
  • 안녕, 우리
  • 심아진
  • 14,400원 (10%800)
  • 2025-02-28
  • : 440


일상생활 속에서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저 사람들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하지?' 등의 생각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 사람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겉으로만 보는 제3자의 생각일 뿐이다. 겉으로는 이상하게 보여도 그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애틋한 마음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비상식적이고 비틀리게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녕' 이라는 애틋한 인사를 건네게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안녕, 우리』(상상, 2025)은 소설『숨을 쉬다』, 『여우』와 동화 『가벼운 인사』, 『행복한 먼지』 등을 낸 심아진 작가가 쓴 책이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총 6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안내>는 말이 너무 많은 애인인 은비로부터 도망쳐 젊은 나이에 비해 상늙은이처럼 행동하는 차휘랑의 집에 하숙을 하게 된 성준의 이야기이다. <커피와 하루>는 속을 숨기기에 급급하며 살아가는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의 하루들을 담은 이야기다. 표제작인 <안녕, 우리>는 유부남이 된 은호가 자신의 가족, 친구들과 경마장에 오며 젊은 해설사인 아청을 만나는 이야기다.
<혹돔을 모십니다>는 많이 모자란 혹돔닮은 횟집 직원 레이의 이야기를 담았고 <절정의 이유>는 죽은 연인의 반려견들을 보내며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지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에 실린 <불안은 없다>는 여러 명의 여자들과 바람을 핀 '나'가 전여친들이 모두 모인 카페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숲의 고요함을 담은 초록빛 표지와 다르게 단편 속 등장인물들은 초록빛보단 중심에 도달하지 못한 채 안개 속에서 헤매는 회색빛을 가지고 있다. 심아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표지 속 초록빛을 기대했다가 작품의 인물들이 건네는 회색빛에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회색빛이 장점인 책이다.

"은호가, 실은 그러니까 내가 느닷없이 앉아 있는 아청의 머리에 입술을 댄다. 친구가 친구에게 하는 것이나 어버이가 자식에게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입맞춤…….누가 말리고 붙들고 할 틈고 없이 순식간에 그렇게 한다. 은호는 이 초 혹은 삼초에 불과한 동안 온전히 나와 하나가 된다."(117쪽)

잦은 시점의 변화와 급작스레 바뀌는 작품 분위기와 인물들의 행동들을 담은 이 책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따뜻한 물에 발을 담글 때 느낄 수 있는 깊은 여운을 받을 수 있다. 작가는 세상의 수많은 일들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딘가 이상하지만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독자들, 우리는 어딘가 이상하고 어설픈 저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안녕' 인사뿐이지 않을까. 어느새 그들에게 다가가 '안녕?' 이라는 말을 건네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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