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작품들이 주로 떠오르는가? 고전적인 sf라면 '스타워즈'를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sf작품을 많이 봐서 웬만한 건 식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바로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기존의 sf와는 결이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포털>과 <역노화>는 『퓨어』 등을 쓴 줄리애나 배곳 작가의 작품집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에 포함된 열 다섯 편의 단편들 중 하나이다. 해당 수록작들은 넷플릭스 등에서 영상화가 진행예정이다.
이번에 블라인드 가제본 이벤트로 <포털>과 <역노화>를 접할 수 있었다. <포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방 곳곳에 생긴 포털로 인해 '나'와 에이든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역노화>는 죽음을앞둔 아빠가 역노화 과정을 선택하면서 딸인 '나'가 아빠의 역노화 과정을 함께하는 이야기다.
나머지 단편을 알 수 없지만 이 두 가지 단편만 볼 때 생각나는 키워드는 '그리움'이다.
<포털>의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닿고 싶어 포털에 손을 뻗고, <역노화>의 '나'는 아빠의 역노화 과정을 보며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과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아빠와의 시간을 그리워한다.
두 가지 단편 모두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 <포털>에서는 '포털'이라는 공간적인 장치로, <역노화>에서는 '역노화 과정'이라는 시간적인 장치로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서술한다. 다른 수록 단편들도 이런 뛰어난 시각화가 드러나기에 영상화가 결정되었을 것이다.
웅장한 스케일과 역동적인 사건의 흐름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집에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고 깊게 서술한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집에 만족할 것이다. 역동적인 사건은 없지만 역동적인 내면은 가지고 있는 작품집이다.
내면의 감정과 SF적인 요소를 이 정도로 적절히 섞은 책은 잘 없으리라 생각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러면 내 옆에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닿을 수 있는 검은 우주가. 이 책을 읽으며 그 우주가 당신들의 옆에 오길 바란다.
"아직 거기 있었다. 잉크처럼 검고 별이 총총한 우주가."(32쪽)
#우주에구멍을내는것은슬픔만이아니다 #줄리애나배곳 #유소영 #블라인드북 #가제본 #서평 #서평단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