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패러다임으로 '나'를 바라보자
웃는곰밤 2025/04/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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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고쿠분 고이치로.구마가야 신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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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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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가야 신이치로, 고쿠분 신이치로의 《책임의 생성》 - 중동의 패러다임으로 '나'를 바라보자
'중동태' 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능동태, 수동태는 영어 문법을 공부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태'는 어느 영어 문법책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다. (만일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궁금하니까.)
중동태를 네이버에 검색하면 사전적 의미가 이렇게 나온다.
중동태: 능동과 피동의 중간에 위치하는 태. (네이버 국어사전)
예를 들면, '영희의 차가 시동이 잘 걸린다.' 에서 '걸리다'는 형태상은 피동사이나 의미는 능동인 문장이 그 예다. (네이버 국어사전)
고쿠분 신이치로와 구마가야 신이치로의 저작인 《책임의 생성-중동태와 당사자 연구》는 바로 이 '중동태' 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발견하려 한다. 이 책은 중동태와 당사자 연구의 전문가인 두 저자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중동태의 세계-의지와 책임의 고고학》을 저술한 고쿠분 고이치로는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종합문화연구원 교수로 재직하며 철학과 현대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구마가야 신이치로는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하여 소아과 의사로 일하다 현재는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재활의 밤》, 《당사자 연구-등신대 '나'의 발견과 회복》 등이 있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까지 합하면 총 5장이라 볼 수 있다. 우선 1장인 <의지와 책임의 발생>에서 저자는 중동태의 정의와 의지와 책임의 생성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2장인 <중동태와 주체의 생성>에서는 의지의 의미와 의지의 '몰'적, '분자'적 상태에 대해 설명하며 ASD 치료의 타자적 접근에 대해 고찰한다. 3장인 <자기감, 타자, 사회>는 타자의 필요성과 당사자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 장인 <중동태와 책이>은 중동태 세계에서의 주체와 책임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을 고르자면 3장과 4장이다. 1장과 2장이 중동태의 세계를 다시 복습해주었다면 3장과 14장에서 중동태 세계에서 당사자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당사자 연구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정신장애를 연구하는 것이다. 의사 등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증상과 생활의 어려움을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어떻게 당사자가 대처할지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자기 안에서 저절로 생성되어야 할 이 책임이 중동태의 패러다임 속에서 '흐름의 연속체'로서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 주장한다.(p.338)
이 책의 내용상 특징은 정신장애의 '치료'를 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사자 연구는 치료가 아니다. 책에서는 당사자 연구를 통해 중동태의 패러다임에서 책임을 가지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다룬다.
이 책의 형식상 특징은 앞에서 언급했듯 두 저자의 인터뷰 형식이라는 점이다. 바로 앞에서 대화하는 것을 듣는 것처럼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그대로 담아와 번역했다는 점에서 내용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그대로 흐름을 따라 읽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요약, 정리된 느낌의 책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뒤의 옮긴이 후기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중동태, 당사자 연구, 정신 장애 등 다루는 소재만 봐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소수자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줄 책이라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 두 저자의 철학적인 혜안과 깊이있는 대화에 감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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