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의 둘이서 시리즈 2권이다.
시리즈 1권을 흥미롭게 읽어서 선택했다.
시인 서윤후와 한문학자 최다정은 둘 다 나에게 낯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 둘의 책을 검색하고 찾아보았다.
낯선 둘의 ‘방’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이 호기심이 채워진 것은 책을 다 읽은 다음이다.
둘의 방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다.
읽으면서 내가 살았던 각각의 방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둘의 친밀도는 전작 둘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최다정의 책 두 권을 편집한 편집자가 서윤후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가 함께 글을 쓰는 사이가 되었다.
프롤로그는 최다정이, 에필로그는 서윤후가 썼다.
잠깐 혼란을 겪은 장은 첫 장인 ‘우리들의 방’이었다.
하나의 제목으로 두 사람의 글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같은 제목 두 편의 글과 다른 분위기를 알아채었다.
아마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과거의 방들을 가장 많이 떠올렸을 것이다.
잡동사니나 소품 등에 글을 보면서 책상 한 구석에 쌓여 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잘 버리지 못해, 언젠가 사용할 것이란 생각에 쌓아둔 것들이다.
한때 열정적으로 모았던 비디오 테이프나 CD, 책들은 또 어떤가.
어린 시절 가난했던 집의 풍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기억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이제는 사라진 그 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매번 말한다.
옥탑의 방 이야기는 내가 살던 곳은 아니었지만 친구가 한동안 살았었다.
잠시 머물다 가는 나에게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친구는 아니었다.
한문학자와 시인의 글은 같은 소재라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최다정은 한자를, 서윤후는 시인의 경험을 하나씩 내놓는다.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글로 적는 것은 가장 쉽지만 힘든 일이다.
이 이상한 문장을 적은 이유는 나의 경험과 다른 작가의 고백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글 이면에 또 다른 사실이나 감정은 가려져 있다.
내가 이런 글을 읽을 때 가끔 생각하는 것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과 둘 사이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둘은 서로의 방을 직접 방문한 적도 없다.
물리적 공간의 방은 서로 방문한 적이 없지만 블로그 등은 서로 다녀왔다.
이 사실이 서로의 방을 이야기할 때 상상으로 덧붙여질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사이 글’은 서로의 상상에 기댄 글이다.
이 상상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의 방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궁금했다.
다정이 불면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때 과거의 내가 생각났다.
잠들지 못하다 푸른 새벽을 창밖으로 봤던 그 시절.
두 사람의 온갖 방 이야기를 읽으면서 괜히 나의 과거와 방들만 머릿속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