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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이 오다가다
  • 셜록 홈스의 개선
  • 모리미 토미히코
  • 17,550원 (10%970)
  • 2025-06-25
  • : 3,430

정말 오랜만에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을 읽었다.

제47회 일본셜록홈스대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기발한 방식으로 셜록 홈스의 무대로 교토로 옮겼다.

처음 책을 펼쳐 들고 마주한 지명들은 나의 상식을 깨트렸다.

빅토리아 시대 교토라니. 베이커 가가 아닌 데라마치 거리 221B번지라니.

그런데 등장인물들은 모두 원작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이질적인 배경들은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하면서 더 심해진다.

모리어티 교수는 원작에서 홈스 최대의 적이지 않은가.

조금씩 적응하다 보면 이세계 홈스와 왓슨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명탐정 홈스. 교토에서도 그의 실력은 대단했다.

하나의 사건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는 긴 슬럼프를 겪는다.

<붉은 머리 연맹> 사건인데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결론이 난다.

항상 성공적인 추리를 보여주었던 그이지만 이 사건 실패가 그를 뒤흔든다.

명탐정 홈스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왓슨이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그의 탁월한 추리 능력과 실적에 열광했다.

‘왓슨이 있기에 홈스가 있다.’란 구호는 왓슨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홈스가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왓슨의 글도 멈춘다.

메리와 결혼한 후 문을 연 진료소도 대출 등의 문제로 어려워진다.

이와 동시에 메리가 홈스를 부르는 호칭도 ‘그 사람’으로 격하한다.


긴 슬럼프 동안 왓슨과 홈스는 서로 연락을 잘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간 그곳에서 홈스는 무력한 모습으로 게으름을 피운다.

잠시 다툰 후 홈스는 바이올린을 켜는데 연주 실력이 별로다.

이때 윗방에 사는 노인이 나타나 소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그가 바로 물리학자인 모리어티 교수인데 홈스와 말다툼을 한다.

그 또한 홈스처럼 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홈스와 왓슨이 밤에 모리어티 교수를 미행하는데 여기서 또 다른 중요인물이 나타난다.

경시청의 머스트레이드 경감인데 그 역시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세계 속에서 사건과 범죄의 중요인물들이 모두 슬럼프를 겪는 중이다.


홈스가 슬럼프에 빠져 있는 동안 떠오르는 탐정이 있다.

그녀가 바로 아이린 애들러다. 원작에서 홈스가 패배했던 여성이다.

배우 출신인 그녀는 탁월한 실력으로 홈스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기자는 홈스와 애들러의 경쟁을 부추기고, 누가 더 사건 해결을 더 많이 하는지 경쟁한다.

하지만 홈스는 사건 의뢰를 받아 놓고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다.

뭐자? 하는 의문이 또 떠오르고, 메리의 새로운 사실이 하나 드러난다.

그것은 메리가 왓슨처럼 탐정 애들러의 조수이자 기록자란 것이다.

왓슨은 영매술사를 만나 홈스의 긴 슬럼프의 원인이 과거 미해결 사건이란 암시를 받는다.

이 사건을 해결해서 명탐정 셜록 홈스의 개선을 이루고자 하나.


홈스가 실패한 사건은 홈스의 학창 시절이자 탐정 초기의 이야기다.

레이철 머스그레이브의 실종 사건인데 사견 해결에 실패했다.

이후 이 기묘한 세계관은 또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추구한다.

슬럼프에 빠진 홈스와 그를 깨우려는 왓슨의 노력은 충돌하고, 현실이 뒤흔들린다.

뒤로 가면서 이 세계는 흔들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명확한 추리의 세계는 무너지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의 연속이다.

읽으면서 계속해서 원작의 기억을 떠올리고, 뒤틀린 장면들을 찾는다.

몰입도를 높이지 않으면 이 기묘한 세계관 속에서 헤매게 된다.

셜록 홈스를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들을 만났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홈스의 슬럼프 속에 담긴 작가의 슬럼프는 또 다른 작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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