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른인 나조차 입에 올리기 망설여진다.
그런데 이 무거운 주제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눈다는 건,
참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선아와 함께 읽은
초등 인문 철학책 『묻고 싶어 죽겠어요』는 그런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줬다.
죽음을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솔직하게 풀어낸 덕분이다.

🌿 죽음을 묻는 아이, 삶을 성찰하는 엄마
책에는 전 세계 아이들이 보내온 죽음에 관한 38가지 질문이 실려 있다.
“죽으면 게임기는 어떻게 돼요?“부터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같은 순수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들이 가득하다.
이 질문들은 아이들만의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어른인 나에게도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우리가 늘 애써 외면했던 “죽음”이라는 존재를 아이의 언어로 마주하는 순간,
그 안에서 오히려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사실 선아는 처음엔 약간 무서워했다.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막연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 속의 질문들이 너무 엉뚱하고 귀여운 것도 많다 보니 금세 마음을 놓고 편안하게 읽기 시작했다.
특히 죽으면 흰옷을 입히는 이유라든지,
게임기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질문엔 눈을 반짝이며
“이건 나도 궁금했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엄청 철학적인 질문까지 한 선아
<엄마 사람들이 죽고 나면 그 오래동안 심심해서 어떻게 살아?>
흠.. 글쎄.. 죽은 다음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죽음을 무섭게만 보지 않는 힘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이 책의 태도는 무엇보다 따뜻하다. 무조건적인 위로나 피상적인 정답이 아니라, 때로는 철학적으로, 때로는 과학적으로, 때로는 문화적 시선으로 다채로운 답변을 전해준다.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님이 “부검실보다 생생한 책”이라고 평할 정도로, 이 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회피하지 않되 무겁게 짓누르지도 않는다. 그림 또한 어둡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2023년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 수상 작가 안드레아 안티노리의 그림 덕분이다.
죽음 공부는 성교육만큼이나 요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도록, 이런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 선아의 한마디가 남긴 여운
책을 덮고 나서 선아가 조용히 말했다.
“죽는 게 무섭긴 한데, 그래도 엄마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
그 말 한마디가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말해주는 듯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일이라는 걸, 선아도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결코 이른 나이는 아니다.
오히려 초등시기야말로 죽음을 처음 접하고, 두려워하고, 질문하는 시기이다.
그때 이렇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삶과 죽음을
연결 지어주는 초등 추천 인문책 한 권이 함께 해준다면,
아이는 더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묻고 싶어 죽겠어요』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죽음 공부는 결국, 삶 공부이니까.

#묻고싶어죽겠어요 #초등인문책 #초등철학책 #초등추천도서 #죽음공부 #삶의의미 #인문도서 #죽음을이야기하다 #죽음교육 #알랭드보통 #미래엔 #아이세움 #미래엔아이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