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가 심리묘사의 대가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미성년'에서도 유감없이 그 실력을 보이고 있다.
'미성년'은 제목 그대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한 젊은이의 성장기이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신념'은 있으나 그 방법을 모르고,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하고, 솔직하지만 눈치없고, 자신에게 매몰된, 정말 갓 19살이 된 젊은이의 심리가 그야말로 완벽하게 그려진다. 한마디로 읽다보면 속터지고, 답답하고, 왜 이렇게 멍청한지 화가 나고, 그야말로 속터지지만, 나중에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그런 소설. 어쩌면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나는 청소년기의 성장소설. 한마디로 끝이 없는 방황과 혼돈을 거치면서 한 젊은이가 성장하는 이야기다.
다만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보다는 덜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주인공, 상당히 그 심리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쓸데없이 고집만 세고, 여기저기 충돌하며 사고를 치고, 분명히 주위 사람들이 낌새를 줘도 자신의 생각에 빠져 진실을 눈치채지 못한다ㅠ.ㅠ 하지만, 어쩌면, 나중의 거작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예비하기도 한다. 특히 부도덕한 아버지에 대하여 쓴 것이 더욱 그렇다.
주인공의 심리에 공감하기 어려워 독서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은 보람은 있는 소설이다. 과연 도스토예프스키다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