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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위 내시경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을 때 검사를 마치고 나서 의사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질문할 사항을 미리 종이에 적어 가지고 갔다. 걷기 운동을 할 때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걷는 것도 건강에 좋은지, 커피가 위에 나쁘다고 들었는데 하루에 몇 잔까지 괜찮은지 등을 물었다. 내 물음에 의사는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리고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군요.”라고 덧붙였다. 이 말, 맘에 들었다. “건강염려증이 있으시군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상대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이렇게 말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건강염려증이 있는 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나는 건강염려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아 걷기 운동을 하고 발레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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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를 통해 ‘이혼숙련캠프’를 시청하면서 적잖이 놀랐다. 부부 사이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부부 간 말을 조심해서 한다면 싸우는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곱게 말하는 배우자에게 싸움을 걸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곱게 하려면 언어를 다듬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언어 순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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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가 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것으로, 부자지간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다. 실제로 카프카는 아버지와 불화하여 고통을 겪으며 살았다고 한다. 이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가 혹독한 말과 판단으로 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지닌 막강한 힘에 대해 마치 전혀 모르는 것처럼 구시더군요. 저도 아버지에게 말로 상처를 입힌 적이 물론 많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말하는 순간에 벌써 제 자신도 괴롭다는 것을 알았고, 하던 말을 멈출 수가 없어서 내뱉었을 뿐이었어요.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후회를 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말로 끝없이 남을 공격해 댔고, 말하는 중에나 말해 버린 후에나 그 누구도 마음에 걸려 하지 않았고, 아버지에게는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카프카, 53쪽)
아버지의 말씀은 세상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아버지를 판단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고, 그 부분에서 아버지는 결국 당신의 의도를 완전히 망친 셈입니다.(카프카, 53쪽)
화자인 아들은 아버지의 언어 사용을 통해서 아버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음식을 동물 사료라고 부르며, 집짐승같은 가정부가 요리를 망쳐 버렸다고 하셨어요.(카프카, 54쪽)
이 한 줄의 글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의 인격을 말해 주는 법이니까. 음식이 맛없다고 해서 가정부를 집짐승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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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인간의 본성
사람의 본성은 사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꾸밈이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격앙된 감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선 문제, 낯선 사태에 임하여서도 잘 나타난다. 습관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베이컨, 174)


지난 주 가족이 함께 2박 3일간 바다가 보이는 곳에 머물렀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바다가 있는 사진이 가장 맘에 들었다.
가는 곳마다 바다의 모습이 달랐고 바다의 색깔이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