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인간들은 악덕은 용서하면서도 어떤 인간의 우스꽝스럽고 이상한 짓은 용서하지 않는 법이다.(26쪽)
⇨ 그를 이해할 수 없으니 공감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으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공감하면 악덕이라도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이 생길 텐데.
그녀는 고리오 씨에 대해 품었던 친근감보다 더욱 강하게 그를 미워해야겠다는 감정을 필연적으로 느꼈다. 그 여자의 증오는 고리오 씨에 대한 애정에 대해서가 아니라 깨진 희망에 비례했다.(34쪽)
⇨ 이처럼 감정이란 논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른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러하다. A 님이 B 님을 미워하는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C 님이 B 님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B 님을 미워할 만한 이유가 되는가? 인간은 이치에 맞지 않는 데가 있는 존재다.
인간의 마음이 애정의 꼭대기에 오르면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면, 그와 반대로 증오의 가파른 비탈에서는 거의 발을 멈추지 않는 법이다.(34쪽)
⇨ 애정을 숨길 수는 있어도 증오는 숨기기 어려운 법. 증오를 느낄 때 인내가 필요하기에 어렵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으로 인해 멈추지 않는 증오 때문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속좁은 인간들이 지닌 가장 밉살스러운 버릇 중의 하나는 자신이 쩨쩨하니까 남도 쩨쩨할 것이라고 억측하는 것이다.(35쪽)
⇨ 남들도 자신과 똑같이 쩨쩨할 거라고 짐작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렇지 않은데 자기만 쩨쩨하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인간은 어려운 일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