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간첩이나 스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영화 속 이야기나 과거 역사책의 한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스마트폰, 위성,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에 누가 목숨을 걸고 정보를 몰래 빼돌릴까? 그리고 정말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존재할까? 이런 질문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생각에 맞서 이 책은 남한과 북한의 첩보원 두 사람의 삶을 통해 첩보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작전을 펼치는지를 보여줍니다.

<남북 스파이 전쟁>은 단순히 스파이의 활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인간적인 고뇌를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김동식과 정구왕 이 두 인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외롭고 치열한 길을 걸어왔는지 가슴에 와닿습니다. 국가와 체제는 그들을 필요로 했지만 결국 책임지지 않았고 두 사람 모두가 그 틈에서 방황했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김동식은 18살 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김일성정치군사대학에 들어가 4년간 간첩 훈련을 받았습니다. 이후 남파되어 지하조직 활동 중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신분이 들통나고 북한에서조차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여 다시 남한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결국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붙잡히게 됩니다.
그 후 전향한 그는 자신이 죽였던 경찰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이념의 희생자”라고 말합니다. 그 장면을 보며 이념이라는 이름 아래 이용당하고 결국 어느 국가에게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한 사람의 고백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반면 정구왕은 대한민국의 대북공작관이었으나 중국 단둥에서 납치되어 북한에 220일간 감금된 뒤 극적으로 탈출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남한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린 건 박수갈채가 아니라 끝없는 의심과 경계였습니다.
국가는 그를 필요로 했지만 그의 신분이 들통났을 때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파이는 국가를 위해 살아가지만 결국 양국 모두에게 버림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 속에서 언급된 역사적 스파이 리하르트 조르게의 이야기 역시 흥미를 끕니다. 그는 소련의 스파이로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소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전달해 러시아가 독일에 군사를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첩보는 단순한 첩보가 아닌 역사의 흐름을 바꾼 첩보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첩보전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이 존재하고, 남한에는 국정원의 비공식 사망 첩보원들인 ‘이름 없는 별’들이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에도 수미테리처럼 민간인을 동원한 스파이 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재미있는 점은 과거처럼 애국심을 강요하며 만들어진 스파이였다면 요즘에는 금전적 보상을 통한 첩보 활동이 이루어 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남북 스파이 전쟁>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실체를 두 인물의 극적인 삶을 통해 들여다보게 합니다. 첩보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들의 첩보전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