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쨍의 야드라~가 나를 부르네^^
기진맥진 2025/02/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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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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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가 나왔다. 첫번째가 나온 후 거의 10년만이다. 그사이 쨍쨍은 또 수많은 곳을 여행했을 테니 책은 몇권이라도 나오고도 남았겠다. 그러니 이 책은 수많은 여행기록 중 엄선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할머니 무릎에서 이야기 한개만 더 들려달라고 조르는 느낌으로, '아~ 책이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실리지 못하고 짤린 이야기들도 듣고 싶다는 느낌^^
나와 같은 직종(초등교사)이던 쨍쨍이 50세에 퇴직하고 본격적인 여행가가 되었을 때, 적당한 때에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남의 세월은 왜이리 빨라. 벌써 15년이 지났고, 나는 퇴직 당시 쨍쨍의 나이를 넘어 아직도 현장에 있다. 작년부터 퇴직 시기를 훅 앞당겨 계획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올해 아이들이 마지막? 늘 그랬지만 올해는 더더욱 빡세게 봄방학을 보내고 있다. 매일 출근해 교실 이사하고 청소하고, 학기초 필요한 안내와 서식들을 준비하고, 교육과정 살펴보고 자료 만들고 등등으로 꽉채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이 책을 구입했다. 오늘은 오후에 병원진료도 있어 하루 쉴까 고민하던 참에, 잘됐다 하고 이 책을 들고 병원 근처 까페에 왔다. 그리고 새학기 준비와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읽었다. 쨍쨍 페북에 한 교사 독자분의 소감을 공유하셨던데, 한마디로 "해로운 책"이었다.ㅋㅋㅋㅋ 느낌 알겠지? 지금 이런 책 읽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는 거야.ㅎㅎㅎ 하지만 궁금해서 읽었다. 저분도 물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전혀 해롭지 않았다. 나의 마지막 해를 불태운 다음에 나도 자유로워지리라. 꿈을 예약하고 현실에 매진하는 건 그나마 현실의 고통에 마취약을 놔주는 효과가 있으니까....^^;;; 단 쨍쨍의 여행은 좋은 숙소에서 잘먹고 노는 럭셔리 여행이 아니라서 사실 내가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덥썩 저지르는 본인의 성격 탓도 한몫을 하지만서도....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본문에 다 있다. 사서 고생한 이야기들.^^
무계획이 특징인 쨍쨍의 여행기는 그래서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적절치 않다. 어느 코스가 시간을 절약하며 어디서 뭘 하는게 가성비가 높고 편한지 그런 것들을 이 책을 보고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쨍쨍의 필력은 원래부터 좋았는데 더 좋아지신 느낌이다.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 한자리에서 다 읽었다. 물론 아껴서 천천히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치고 우울할 때마다 꺼내 한꼭지씩 읽는 것도 좋겠다. 여행할 때 한권을 휴대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집중력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느낄 것들은 많은 책이라 딱 맞춤일 것 같다.
인생이 여행인, 여행이 인생인 쨍쨍이므로 이 책은 어쩌면 쨍쨍의 인생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만남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쨍쨍이므로 만남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만남은 사랑이기도 했고 우정이기도 했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감정이었는가 하면, 신의이기도 했고 친절, 유쾌함, 여유 등등 온갖 삶의 태도이기도 했다. 보통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먹으러 가는 경우도 있고. 다 합하면 경험하거나 느끼러 간다고 할까? 타지의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그들과 친구 맺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쨍쨍 여행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쨍쨍의 여행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쨍쨍만의 것이다.
쨍쨍은 sns도 활발히 하시는 것 같은데, 몇 종류를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친구다. 언제부터인가 쇼츠도 올리시더라고. 그런거 잘 못하는 내 눈에는 퀄리티도 상당해. 그리고 배아픈 점은 갈수록 젊어지신다는 거. 저렇게 꼿꼿한 근육질의 몸매에 매끈한 피부가 60대 중반이신거 실화? 아직 난 60대도 아닌데 같이 있으면 내가 연장자로 보이겠...;;; 이것 또한 그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있을 것 같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도전하는 태도. 자주 걷고 수영이나 요가를 꾸준히 하시는 것도 관계가 있겠다. 하여간에 이렇게 젊게 인생을 즐기며 그 장면들을 공유하시는 영상에 부러움과 찬사의 댓글이 주로 달리지만 '주책이다' 등의 댓글도 달리는 것 같더라고. 하긴 당연한 거다. 세상엔 별별 꼰대가 다 많으니까. 그 옛날 쨍쨍이 현직에 있을 때 그의 공개수업에 "청와대에 보내야 합니다" 라는 후기를 쓴 쌤도 있고 "수업이 개판" 이라고 쓴 쌤도 있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ㅎㅎ 의외로 여린 쨍쨍은 가끔 상처도 받는 것 같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인생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멋진 책도 펴냈다.
쨍쨍의 쇼츠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야드라~"로 시작한다는 점인데, 나는 서울말이 섞이지 않은 그의 순수 사투리가 참 듣기 좋다. 그게 책의 제목이 된 것에도 찬성이다.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쨍쨍같은 사람이 있듯이, 나처럼 굳이 타지에 모르는 사람을 만나러는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목적이든 떠나는 볼 생각이다. 그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곳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안가본 곳은 태어난 한국, 심지어 서울 내에서도 천지 삐까리니까. (쨍쨍 사투리 흉내내 봄) 나는 다시 내일부터 출근해서 일한다. 유예된(예약된) 즐거움은 일에 활력을 줄 수 있으리. 그런 면에서 당장 떠날 수 있는 자, 당장은 어려운 자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영 어려운 사람도 괜찮다. 이 책을 읽은 것도 일종의 떠남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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