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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너라면 가게
  • 김보경
  • 11,700원 (10%650)
  • 2025-03-25
  • : 65
마음이 고픈 어린이들이 음식점에 이끌려 들어가 주인이 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고 회복되는 이야기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기억나는 책은 윤숙희 작가님의 <꼬르륵 식당>이다. 난 그 책을 그냥 무심히 읽고 괜찮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학급 아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응? 그렇게 좋나? 하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그 책에서 뭘 느끼고 마음에 채웠던 것일까?

이 책도 비슷한 설정으로 되어있다. 세 아이가 각각 음식점을 찾아오고, 음식을 먹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은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같을 뿐 느낌은 새롭다. 이 책의 아이들이 더 어리고, 내용은 짧은데 여운은 더 긴 것도 같다.

이 책의 음식점 이름은 책 제목인 '너라면 가게' 이다. 라면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라면 싫어하는 아이는 못봤을 정도다. 어른들이 먹이기 싫어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 가게의 라면은 인스턴트가 아닌 각 손님에게 '맞춤형' 라면이다.

첫번째 손님은 치오였다. 치오는 아주 눈에 띄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차에 치일 뻔한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등교 때는 엄마가, 하교 때는 아빠가 같이 건너줘야 한다. 오늘따라 아빠가 늦는다. 그냥 혼자 건너볼까 시도해보지만 역시 안된다. 한숨을 쉬던 치오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너라면 가게에 들어간다. 치오에게 나온 라면은 '새라면' 이었다. 라면을 먹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처럼 훨훨 날게 된다. 가게를 나온 치오는 곧 아빠를 만난다. 그리고....

두번째 손님은 백호다. 백호 입장에서는 횡단보도를 못 건넌다고 해도 치오가 부러울 거다. 아빠가 데리러 오니까. 백호는 데리러 올 사람이 없다. 엄마는 '꿈을 찾으러' 떠났다고 한다. 우는 백호에게 아빠는 "무도인은 이런 일로 울지 않아." 라고 했다. 운영하던 합기도장이 망하자 여기저기 다른 도장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아빠 대신 어린 고모가 백호를 돌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백호에게 나온 라면은 '아빠 라면' 이었다. 그날은 아빠 생일날이었고, 백호는 미역국 맛의 그 라면을 들고 아빠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백호는 이름뿐만이 아닌 진짜 호랑이였다.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꿈을 찾으러 떠났다'라.... 에휴, 뭐 욕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의 결핍은 각오하고 떠났겠지? 상황이 그렇게 된거 어쩔 수 없고, 아이가 호랑이처럼 굳센 마음을 먹고 힘내면 좋겠지. 그걸 응원하는 이야기.

마지막 수지는 앞의 두 아이에 비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일하는 엄마라 학원순례를 좀 하기는 해도 저녁엔 만나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니까... 그래도 수지 또한 너라면 가게에 들어가게 되는데, 학교 놀이터에 두고 온 피아노 가방을 찾으러 나갔다가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한 날이었다. 수지에게 나온 라면은 '고양이 라면' 이었고, 먹고 나와선 수지를 찾으러 나온 엄마를 만난다.

종류도 다르고 정도도 다르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넘어야 할 산 같은 마음의 문제들이 있다. 작은 언덕이라도 각각의 아이들에겐 큰 산이다. 그 산을 넘을 힘을 주는 맛난 맞춤형 라면가게 이야기. 따뜻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느낌의 이야기다.

저학년용 문고로 나온 책이지만 중학년에게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라면 가게를 찾는다면? 어떤 라면을 먹게 될까? 혹은 어떤 라면이 나오면 좋겠나? 이런 상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책이겠다.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 봤는데, 한번에 생각나진 않았다. 결핍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니, 너무 많아서겠지? 아니면 이젠 그걸 포기하고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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