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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 한정기
  • 11,700원 (10%650)
  • 2024-11-08
  • : 343
오랜만에 역사동화를 읽었다. 읽고보니 비교적 최근(작년 말)에 나온 책이었네. 이 책에서 그려낸 '백파선' 이라는 여성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작가님은 본인의 마을 출신인 그 이름을 어떤 기회에 알게되고, 작품으로 되살리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개연성있는 역사적 상상력으로 잘 살려내셨다고 본다. 그 인물 개인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일본에 끌려간 기술자들(특히 도공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끌려간 이들은 돌아올 길이 없어 그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고, 거기서도 그들의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결국 그것은 남의 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에게 딱히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봐도 그게 최선이었을 것 같다. 더구나 그들은 고국인 조선에서 낮은 신분으로 천대받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새도 없이 수탈만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끌려온 곳에서 기술자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었다면,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새로 정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장인으로 자존감을 갖고 사는 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다만 그리운 고향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것은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가장 좋은 일은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는 일, 그리고 각자의 재능을 고르게 존중하는 일이었을 텐데.

자연환경이 (특히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토양이) 조선과 너무 달라 당황했던 도공들이 연구 끝에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 어딜가나 아군 속에 적군이 있다고, 같은 조선출신 도공들 중에서도 다른 마음을 품고 동료를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부분도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도 살아남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들. 그걸 보면서 별 감흥이 없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이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다른 눈으로 보일 것 같다. 최적의 흙, 유약, 안료, 가마, 불의 온도 등 최적의 상태를 위해 전문성을 발휘했던 과거 사람들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그런 부분이 잘 부각되게 쓰여져 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수많은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고급 인력, 즉 기술자들까지 약탈해 간 것을 생각하면 분하지만, 이 책은 그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듯이 담았다. 그중 특히 한 인물, 백파선이라는 여성의 일대기에 그 모든 과정이 다 담겼다. 실존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인물을 작가는 이렇게 되살려 후대에 소개해 놓았다. 당시의 역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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