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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진맥진님의 서재
  • 초등 1학년 신체 활동의 모든 것
  • 한희정
  • 18,000원 (10%1,000)
  • 2025-06-09
  • : 600
연구하는 실천가 한희정 선생님이 이번에는 신체활동에 대한 책을 쓰셨다. 바로 전 책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국어수업>이었는데 이번 책은 통합교과 중 신체활동 수업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딱히 어떤 교과가 특기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 교과에 능통하다. 본인이 팔방미인인 이유도 있겠지만 비고츠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교과의 교수법에 대한 연구와 실천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저자와는 다르게 나는 자신 있는 과목이 따로 있고 자신 없는 과목도 있으며 그 격차가 극명하다. 가장 자신없고 부담되는 과목이 바로 체육이다. 교직 초반에는 그냥 열심히 했고 아이들은 운동장에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했기 때문에 특별히 나의 부족함을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내가 그걸 맞춰주기 힘에 부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점점 기능이 어려워지고 승부욕이 과열되기 십상인 고학년 체육 수업에 점점 부담을 갖게 되었다.

올해 오랜만에 2학년을 지원했다. 나에게 저학년 수업은 고학년보다 더 어렵지만 체육수업 면에서는 훨씬 좋았다. 정식 구기경기가 아닌 비교적 단순한 게임에도 아이들은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매시간 준비운동으로 하는 줄넘기 활동, 교과서에 나오는 본 활동, 본 활동이 재미없을 때를 대비한 변형 활동 1가지, 언제든 비상시에 할 수 있는 놀이 1가지, 이정도만 준비하면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이 넘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나의 신체활동 수업이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식의 수업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주 수업 뭐지? 아 이 활동? 이게 재미가 있나? 이거 좀 심화나 변형 놀이는 없을까? 구독해놓은 훌륭한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둘러보다 괜찮아 보이는 활동을 찾으면 반색을 하며 추가한다, 이런 식.... 하지만 저학년의 사랑스러움은 웬만하면 다 재밌어한다는 것이어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온 것을 보았다. 저자의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1학년’을 특정해서 나온 책이다. 저자의 1학년 책들은 2학년에도 많이 참고가 된다.

특히 이 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춘’ 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현행 교육과정의 단원과 차례 그대로 서술되어 있다. 1학년 교사라면 지도서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단순히 활동 방법과 팁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1학년의 발달 단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가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이유와 의미를 이해하며 수업을 준비할 수 있어 훨씬 단단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교과서 활동이 좀 어렵거나 하면 적당히 변형하는 팁도 알려준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국어수업>에서도 그랬듯이 쉬운 활동부터 단계별로 나아가며 다양한 발달 단계를 아우르는 수업을 추구하는 것도 저자의 특징이다.

올해 초등 체육의 대가 중 한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자주 보다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영상과 병행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만으로는 아쉬운 면이 있지만 책과 병행하면 상호 보완이 딱 적절하다. 역할이 막중하여 바쁘신 저자가(공모교장이면서 1학년 수업지원까지 하고 계신 듯) 동영상 편집까진 안하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담당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영상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큐알코드가 첨부된 활동도 군데군데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 쭉 있으면 활용도가 훨씬 높을 것 같다.

현행 1학년에 특화된 책이라는 점이 1학년 교사들에게는 엄청난 장점이다. 연수도 계획하고 계신다는 것 같은데, 연수까지 듣고 나면 교사들도 기다리는 놀이 수업 시간이 될 것 같다. 2학년인 나도 해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았다. 내가 얻은 점은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단순히 노는 듯이 보여도 그 수업 안에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필요한 움직임과 신체기능들이 들어있다는 깨달음이다. 그걸 딱히 몰라도 놀다보면 들어가 있다는 것이 고마운 점이지만, 그래도 염두에 두면서 전체를 조망하고 수업을 설계하면 훨씬 좋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눈을 키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체활동이 점점 위축되는 시대다. 이 부분은 교사들을 탓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 할 말이 많지만 참겠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추구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동의한다. 교사들만 동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특히 보호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체 놀이가 수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활동이 된다면 수업과 상승작용을 하며 학생들의 신체기능이 훨씬 고르게 안전하게 성장할 것이다. 저자와 함께 나도 그런 방향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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