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밤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후백제와 고려의 깃발이
검은 연기 속에서 찢어지고
피에 젖어 흙바닥에 떨어졌다. (-40-)
몰아치는 세월 속의
찬란했던 왕조는
칼 끝과 방패가 뿜어내는
고난의 역사 속으로
모래바람과 함께
처절한 핏빛 속으로 사라져 갔다. (-53-)
나는 그늘에서 태어났노라
햇살이 닿지 않는 곳
이름 없는 자리에서 시작된 삶
그러나 피어나야 했노라.
꽃은 그늘 속에서도 꽃이기에,
서자로 불리었으나
내 마음은 백 번 다짐하였도다
아버지의 등에 기댄 채
어머니의 눈물을 가슴에 새긴 채. (-73-)
명배우 임병기는 1969년 TBC 공채 9기 탤런트였으며, 1978년 팔배개를 시작으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왔었다. 1996년 용의 눈물, 욕망의 바다, 야망의 전설, 왕과 비, 태조 왕건, 명성왕후,태양인 이재마, 야인시대,무인시대까지,사극에서, 충신과 간신,책략가까지 두루 거쳐왔다. 그의 연기 이력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도 존재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배우 임병기가 아닌 작가이자 시인 임병기는 『천년의 그리움』을 통해서, 자신의 언어로, 배우 생활을 정리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책에 에세이가 아닌 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를 좋아하고, 배우 인생에서,내면의 깊은 열정이 시 한편 한편에 내재되어 있다.
그는 13년 내내 배우 생활이 끊어지지 않았다 한다. 실제로 1990년 대 임병기가 나오지 않는 대하 사극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연출가가 좋아하는 배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흔하지 않았다. 태조 왕건에서, 낙마로 큰 시련을 겪었던 그는 말에 타고, 내리는 낙마 사고가 두 번 있었다 한다.특히 문경에서 전쟁신은 사극 드라마의 백미이기도 하다.
그의 연기 인생이 어느 덧 6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천년의 그리움』은 삶과 연기의 경계에서 피어난 시집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보다 더 깊은 고뇌를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며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 이순재 만큼 원로에 해당되고 있는그가 보여준 열정은 춥디 추운 야간 촬영을 무난히 소화하였고, 스텝들의 고단함을 잊지 않는 따스함도 느껴졌다. 후배이자 사극 전문 배우 최수종에 대해서,존경 가득한 칭찬이 느껴졌다. 태조 왕건에서, 견휜으로 나왓던 서인석은 목에 불화살이 꽂히는 장면을 내색 없이 끝까지 마무리하였으며, 태조 왕건이 끝난 뒤 치료와 회복에 전념했다 한다. 우리가 보지 못한 드라마 속 아픔과 드라마 비하인드가 이 책에 가득하다. 허구와 현실 속에서,우리가 사극에서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