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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선택: 생명은 선택하는 존재다.

안동호에서 쇠제비갈매기의 사냥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들의 사냥 장소는 호수 전체다. 언제 어디서 사냥할지는 쇠제비갈매기의 선택이다. 그렇다고 모든 방향을 다 노리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호수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사냥은 망원렌즈로 당겨봐야 클로즈업 영상을 촬영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넓은 영상 위주로 촬영하는 게 낫다. - P178
그다음엔 가까이 다가오는 쇠제비갈매기가 사냥하는 순간을 노려 클로즈업 장면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쇠제비갈매기는 불규칙하게 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초당 프레임 수(29.97 또는 59.94 fps)로 촬영하면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 제한된다. 이럴 땐 고속카메라를 활용해 500fps이상으로 찍어야 비행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P178
이러한 기본 장면을 촬영했다면 이제 특별한 샷을 촬영해 사냥의 역동성을 구현해야 한다. 카메라를 수면 가까이에 위치시켜 촬영하면 사냥하는 순간의 느낌이 달라진다. 게다가 자주 사냥하는 포인트에 고정 카메라를 거치해두면 바로 가까이서 물고기를 낚아채는 모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장면이 확보되었다면 카메라를 물속이나 혹은 반수면에 설치해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을 한층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앵글과 위치로 야생동물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촬영에 앞서 이 모든 것을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또는 PD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PD는 한마디로 ‘선택하는 인간homoselectus‘이다. 그건 프로그램을 책임진 사람의 숙명이다.- P179
이것을 선택할 것인가? 저것을 선택할 것인가? 정해진 바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단, 반드시 준비된 선택이어야 한다. 결과는 선택하는 자의 몫이다. 자연 다큐 제작 과정도 우리의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한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을 한 후 방향을 결정하면 된다. 잘되든 못되든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선택권자의 몫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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