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메두사, 메두사,
메두사. 반복해서 나의 이름이 불리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나의 삶, 나의 진실, 평온하던 나날, 영글었던 생각이 전부 무너졌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냐고? 이 삐죽삐죽한 바위섬과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된 거만한 여자, 그리고
뱀들의 이야기가 남았다. 잔혹하게도, 변화는 내게 예외 없이
괴물 같았다. 또 한 가지 진실은 내가 외롭고 화가 났다는 것. 그리고
분노와 의로움은 결국 똑 같은 뒷맛을 남긴다.
(62)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받고 축복받는 존재임을
아는 삶,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격려되는 삶,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커다란 거울 속에서 내가 완벽하다고 느끼는 삶…… 그런 삶이 나의 삶일 수도 있을까? 어쩌면 페르세우스가 그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나는 신들에게, 유독 한 신에게 간청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 큰 벌을 줬어요. 아테나, 제발 내게 이 한 줄기 달빛만은 허락해주세요.
나는 기다렸다. 그러나 아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78)
달콤한 위험을 맛본 적이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최상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별미다. 그 무엇도, 정말이지 그 무엇도 그만큼
자극적이고 특별하며 유혹적인 맛이 없기에 최상이고, 한번 맛보고 나면 그 후로 먹는 모든 것이 밋밋하게
느껴지기에 최악이다.
(201)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핏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고 믿는다.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신들에 의해? 아니면 인간의 탄생과 별빛의 신비로운 조합에 의해? 그들은 인간의
삶이 완벽하게 계획되었으며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라고 믿는다. 인간은 이미 마련된 길을 걸음 뿐이고
그 길에서 벗어나면 무너지고 죽는다고. 반면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인간이 샘물처럼 깨끗한 상태로 태어나고 자신의 태풍을 일으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