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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떤 영화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싫다는 감정을 합리화하기에는 영화는 너무나 만들기 어려운 법이거든요. 제아무리 형편없는 실패작이라고 해도요. 영화가 별로면 나는 그냥 좌석에 앉아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머지않아 끝날 테니까요. 영화를 보다 나가는 건 죄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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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은 건너뛰자는 겁니까?” 빌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렌 레인은 확실히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그는 아름다운 여자들은 지천으로 널렸으며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배운 뒤였다. 아름다움은 여자를 지고한 위치에 올려 배경과 무관하게 숭배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한편, 빌은 아름다운 여자가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야 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상대로 절대 헛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빌이 몸을 뒤로 기대며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다른 어떤 노동도 무언의 진실을 포착하고자 하는 내 탐구심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서예요. 참으로 순순하고 드러난 적 없어서 관객들이 왜 진즉 알아차리지 못했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런 진실 말이지요. 이번에 묶인 영화들은, 그러니까 나이트셰이드와 파이어폴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이 연옥 속에 갇힌 남자들과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지요. 남자와 여자가 평등해질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겁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실현될 날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아직은 닦이지 않은 길이고요. 우리가 감히 소년과 소녀의 차이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서로의 섬약한 인간성을 존중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난다면 대체 그건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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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얼이 말했다. “우리는 영화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는 약속의 땅으로 가는 마차 행렬에 함께 오른 개척자들이지. 하지만 ‘야, 다른 일자리 구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모든 건 그냥 하나의 잔상이 될 거야.” 얼은 두 팔로 사무실을 아우르며 영화 만드는 경험 전체를 가리켰다. “내가 자기를 유혹해서 파운틴 애비뉴의 흐름 속에 끌어들인 이래 지금까지 자기가 겪었던 속도와 압박감을 생각해 봐, 이네스. 그걸 세 배로 곱해. 그리고 다시 제곱. 그런 다음 야간 촬영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의 출산 기념파티에 못 갔는데 자기가 휴가를 내지 못한 이유를 그 친구가 이해해 주지 않는 나날을 더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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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는 워너에서 만들었는데 워너 영화들이 다들 그렇듯 촬영 일정이 몇 주밖에 안 됐어요. 영화를 공장처럼 찍어 냈던 시절이니까. 감독 마이클 커티즈는 헝가리인이라 억양이 강했지요. 촬영장은 펄펄 끓습니다. 당시에는 조명으로 아크 등을 사용했고 필름 감도 때문에 빛이 많이 필요했던데다 릭의 카페에서 도박하고 술 마시고 나치에게서 달아나려고 하는 모두가 정장을 입고 있었거든. 알다시피 원작은 희곡입니다. <모두가 릭의 카페에 찾아온다>. 각본가는 네 사람, 그중에는 쌍둥이 엡스타인 형제와 하워드 코크도 있었지요. 쪽 대본이 날아다니고, 버려지고, 새 대사를 시험해 보기 일쑤예요. 스튜디오 전속 배우들은 자기 장면에서 실력을 보여 주려고 난리고, 잉그리드 버그먼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클로드 레인스는 그중 단연 돋보이고 완벽하지요. 그리고 경력의 정점에 선 보가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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