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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노름꾼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10,620원 (10%590)
  • 2010-01-20
  • : 1,685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이란 책을 이야기해줄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아빠가 몇 편 읽었는데 모두 그 묵직함이 주는 여운은 오래가는 것 같더구나. 책을 쓴 도스토옙스키도 존경스럽긴 하지만, 그 책들마저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 물론 아빠가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잘 몰라서,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나중에 그의 책들은 천천히 정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란다.

이번에 읽은 <노름꾼> 역시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자신 스스로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27일만에 쓴 소설로 유명한 소설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27일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구나. 27일만에 썼다고 그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그의 다른 대작들보다 페이지 수는 적지만, 오히려 페이지가 적어서 접근성이 더 좋지 않을까 싶구나. 소설의 주제도 도박이라고 하니,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더 끌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말이야. 아빠도 재미 삼아 또는 친구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도박을 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것에 빠져들지 않을 이성은 갖고 있었단다. 도스토옙스키는 어쩌다 엄청난 빚까지 지게 되었을까. 오늘날에도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날렸다는 뉴스를 가끔 보는데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빠져들게 될까 싶구나.

자,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 이야기를 해볼게. 아빠가 읽은 이전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대부분 심호흡을 하고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책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단다. 아참, 책표지의 그림의 색채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뭉크의 그림이더구나. 책에 그림 제목은 안 나와 있어서 찾아보니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룰렛 테이블에서> 라는 1892년 작품이더구나.

 

1.

주인공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는 25살이란다. 그는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고 그 가족들과 함께 독일의 롤레텐부르크란 곳에 여행을 와 있었단다. 룰레텐부르크란 곳을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안 나온단다. 룰레텐부르크는 지은이 도스토옙스키가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란다. 대표적인 도박 게임이자 이 소설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룰렛을 가지고 만든 도시 이름이야.

자고란스키 장군 가문은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몰락한 귀족으로 빚도 많이 지고 있었어. 그가 재기할 방법은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의 유산뿐이었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지만, 자고란스키는 그 친척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내심 기다리고 있었단다. 자고란스키는 블량슈라는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블량슈라는 여자도 자고란스키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것 같았어. 자고란스키 대령은 뽈리나라는 양녀가 있는데, 알렉세이는 뽈리나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이를 뽈리나도 알고 있었지만 아빠 생각에 뽈리나는 알렉세이가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렇다고 그를 아예 쳐다보지는 않는 것은 아니고,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그와 만나면 티격태격하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자신이 얼마나 뽈리나를 사랑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뽈리나의 명령이라면 사랑을 죽일 수 있다고 했어.

룰레텐부르크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 마르키즈 드 그 그리외 후작이 있었어. 자로간스키 장군은 재산 대부분이 프랑스인에게 저당 잡혀 있었어. 뽈리나는 그런 관계 때문인지 몰라서, 프랑스인 드 그리외 후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뽈리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구나. 더욱이 영국인 에이슬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 알렉세이, 드 그리외 후작, 에이슬리… 그리고 뽈리나.. 뽈리나는 어떤 남자를 고를까, 마치 도박장에서 어떤 숫자를 고를까 고민하는 듯 했어. 그렇게 해서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렉세이는 영국인 에이슬리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의 애인 블량슈 양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블량슈는 재작년에도 룰레텐부르크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많은 돈을 잃고 이슈가 되어 경찰에 의해 추방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대. 그 이후에는 로금꾼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했는데 자고란스키 장군에게 접근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았어. 이 이야기를 들은 알렉세이는 진작에 그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냐면서 에이슬리에게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단다.

 

2.

자고란스키 장군이 죽기를 기다리는 그 친척 할머니 안또니다 바실리예브나가 제법 건강한 모습으로 롤레텐부르크에 나타났단다. 엄청난 여행 짐과 하인들을 대동해서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어. 할머니는 룰렛을 할 줄 몰랐는데, 알렉세이를 데리고 룰렛을 하러 도박장에 왔단다. 알렉세이의 도움으로 할머니는 처음 룰렛을 해서 엄청난 돈을 따게 되었고 그 일로 자랑을 하고 딴 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단다. 원래 도박이란 것이 그렇지. 처음 배울 때는 따게 되어 있지. 자고란스키 장군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룰렛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어. 알렉세이에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면 아마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그 다른 사람은 할머니의 돈마저 몰래 빼먹을 것이 뻔하다 생각했어.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해 알렉세이는 또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었는데 두 번째 룰렛에서는 큰 돈을 잃게 되었단다.

여기서 끊어야 하는데, 고집 센 할머니는 자신은 언제든지 큰 돈을 딸 수 있다고 하고 계속 룰렛을 하게 되었단다. 룰렛은 할머니는 약 올리듯 잠깐 따게 했다가 다시 큰 돈을 잃는 것을 반복했단다. 가지고 온 돈을 다 잃고 환전까지 했지만 그 돈도 순식간이었어. 이젠 그만하고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가도 모스크바가 아닌 도박장으로 다시 향했단다. 알렉세이도 더는 동행하지 않기로 했어. 할머니는 그곳에서 알게 된 폴란드 인에게 부탁을 해서 폴란드 인이 할머니의 룰렛을 도와주게 되었어.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금을 잃게 된 할머니… 그제서야 모스크바로 돌아갔단다.

어느날 뽈리나가 알렉세이를 찾아왔어. 빚을 갚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방법이 없다면서 알렉세이에 하소연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어. 알렉세이는 룰렛을 하러 갔는데, 딴 돈을 다시 올인하는 광기의 도박을 했는데, 그날따라 룰렛은 그의 편이었는지 알렉세이는 거금을 따게 되었고 그 돈을 뽈리나에게 주었지만, 뽈리나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돈을 알렉세이에게 집어 던지고 자리를 떠났단다.

회의를 느낀 알렉세이는 룰레텐부르크를 떠나 파리로 갔는데, 알렉세이가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블량슈가 그에게 접근하여 동행했단다. 알렉세이와 블량슈는 파리에서 함께 지냈는데 알렉세이가 번 돈은 3주만에 다 써버렸고, 블량슈는 사라진 돈처럼 알렉세이를 떠났단다. 알렉세이는 다시 파리를 떠났단다…

 

3.

시간을 지나고 1년 8개월 뒤 함부르크로 장소로 바뀐단다. 그곳에서 에이슬리를 우연히 만나는데 그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주었어. 알렉세이는 파리를 떠나 다시 룰레텐부르크에 와서 다시 도박을 했는데 빚을 갚지 못하여 감옥까지 갔단다. 그런데 누군가 그를 돈으로 빼주어 출소할 수 있었다고 했어. 에이슬리도 그 동안 자고란스키 장군 집안의 이야기도 해주었어.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자고란스키 가족들도 유산을 받게 되었는데, 자고란스키도 얼마 못 가 죽게 되었고, 그의 유산은 그에게 다시 접근한 블량슈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도 할머니의 유산을 받았는데 지금은 스위스에서 지낸다고 했어. 그리고 뽈리나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는 다른 아닌 알렉세이를 이야기를 들었어. 알렉세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뽈리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단다.

이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마지막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 해어질 대로 해어진 사랑이 아닌가 싶구나. 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도박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구나. 도박이 없었다면 평온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을 것 같은데… 뽈리나는 숫자 고르듯 애인을 고르지 않으려고 했을 텐데… 알렉세이도 사랑에 마음조리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런 시련의 경험이 앞으로 삶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지만, 한번 도박에 빠졌던 사람은 또 빠지게 된다는데, 알렉세이는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

도박과 사랑… 어떤 것이 중허겄냐. 당연히 사랑 아니겠니…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아빠가 몇 번씩 알려주고 싶은 쉬운 정답이었단다. 오늘은 그럼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드디어 나는 2주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책의 끝 문장: 내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런데 나는 빨간색이 연이어 일곱 번씩이나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일부러 빨간색을 물고 늘어졌다. 내가 그렇게 한 데에는 자존심도 절반쯤 작용했다고 보는데, 정말이지 나는 앞뒤 가리지 않는 모험으로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아, 이상야릇한 느낌이다- 내가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전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는데도 별안간 모험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영혼은 수많은 느낌들을 거쳐 왔으면서도 그것들에 의해 충만되는 것이 아니라 자극만을 받은 채 완전히 진이 빠질 때까지 더 많은 느낌들, 더욱더 강렬한 느낌들을 요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거짓이 아니라 정말인데, 만일 게임의 규칙상 한꺼번에 5만 플로렌까지 거는 것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나는 분명히 5만 플로렌을 걸었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난리들이었다. 빨간색이 벌써 열네 번이나 나왔다고들 했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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