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이야기할게. 얼마 전에 읽은 필립 로스의 <샤일록 작전>의 제목이 <베니스의 상인>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하면서 <베니스의 상인>을 읽어봐야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번에 읽었단다. 그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읽다니.. 아빠가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읽는데, 아직 이 세상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참 많구나.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유명한 작품과 마찬가지로 희곡이란다. 이 책을 처음 읽었으나, 결과를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더구나.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그 줄거리는 어디선가 들어봐서 그런 것 같구나.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어떻게 지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은 앤토니오라는 베니스의
상인이란다. 자신 소유의 배들도 있었어. 엄청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무이자로 빌려주었단다.
어려워서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니 이자를 받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지… 그렇다
보니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은 앤토니오를 무척 싫어했단다.
앤토니오의 친구 바싸니오는 앤토니오가
빌려준 돈을 다 쓰고 더 빌려달라고 했는데, 앤토니오도 현재는 돈이 없어서 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야. 앤토니오와 바싸니오는 어쩔 수 없이 샤일록에서 돈을 빌리고 앤토니오가 차용증서를 썼단다. 앤토니오를 싫어하는 샤일록은 차용증서에 잔인한 내용을 포함시켰어. 세
달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앤토니오의 살을 한 근 떼어내라고 했던 거야. 앤토니오는 자신의 상선이 입항하게
되면 돈 갚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면서 샤일록의 요청해로 차용증서를 썼단다.
샤일록에게는 딸 제시커가 있었은데,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집에만 갇혀 지내야 했어. 하지만 젊은 혈기에
어찌 집에 갇혀 지낼 수 있겠니. 로렌조라는 사람과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날 제시커는 아버지의 보물을 훔쳐서 로렌조와 도망을 갔단다.
….
포오셔라는 벨몬트의 상속녀로
엄청난 부자가 있단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남편감을 골라야 하는데,
그 방법이 좀 특이했단다. 상자 세 개가 있고, 각
상자에는 금, 은, 납과 하나의 문장이 적혀 있었는데, 구혼자들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포오셔의 아버지 벨몬트의 뜻에 맞는 상자를 골라야 포오셔의 약혼남이
될 수 있었어. 포오셔는 돈뿐만 아니라 미모도 갖추고 있어서 많은 구혼자들이 찾아와 상자를 고르게 되었으나, 모두 실패했어.
포오셔는 사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남자가 있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앤토니오의 친구 바싸니오였단다.
바싸니오도 포오셔에게 청혼하러 왔는데, 포오셔는 그가 잘못된 상자를 고를까 걱정했단다. 포오셔라는 여자는 참 순진한 여자인가 보구나… 슬쩍 눈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튼 다행히 바싸니오는
제대로 된 상자를 선택하여 포오셔는 바싸니오를 남편감으로 선택하게 되었단다. 바싸니오… 이제 앤토니오의 돈을 갚아야지…
2.
많은 물건을 싣고 오던 앤토니오의
배가 풍랑을 만나 파괴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어. 그로 인해 앤토니오는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되었지. 샤일록의 차용증서에 따라 앤토니오는 살점을 떼어낼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지.
이 소식은 바싸니오에게도 전해지고, 바싸니오는 포오셔에게 이야기를 했어. 포오셔는 돈을 두 배, 세 배를 주어서라도 앤토니오를 구하라고 했단다. 바싸니오는 앤토니오가 있는 베니스로 돌아갔고, 그 뒤를 따라 포오셔는
하녀와 함께 남장을 하고 남편을 따라 베니스로 향했단다.
베니스에 도착을 하니 대공이
주관하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었어. 바싸니오가 도착했을 때는 차용증서에서 약속했던 세 달이 지나 있던
시점이란다. 바싸니오가 도착해서 돈을 두 배, 세 배 준다고
했지만 샤일록은 돈은 중요치 않다면서 차용증서에 적힌 앤토니의 살점 1파운드를 원한다고 했어.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했어.
남장을 하고 온 포오셔는 판사로
위장하여 재판에 참여했단다. 포오셔는 먼저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했으나, 샤일록은 요지부동 거절했단다. 결국 포오셔는 살점 1파운드를 주라고 판결을 내렸단다. 앤토니오도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어. 하지만 포오셔는 정확한 판결 주문을 내렸어. 차용증서에는
살 1파운드라고만 적혀 있으니까, 피는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어. 그러므로 살 1파운드를 떼어가면서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고 했지. 그리고 1 파운드에서 조금이라고
넘치거나 모자라면 차용증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정확하게 1파운드의 살만 떼어내야 한다고 했어. 사람의 살점을 떼어내야 하는데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떼어낼 수 있겠니? 당연히
없겠지… 그제서야 샤일록은 돈으로 받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앤토니오 측에서 거절했단다.
포오셔 판사는 한 가지 판결을
더 내렸어. 이방인인 포오셔가 베니스 사람을 죽이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어. 샤일록은 결국 거금의 벌금만 내고 재판장을 떠나야 했단다. 아, 정말 명판결이로구나. 솔로몬의 재판보다 더 훌륭한 판결인 것 같구나. 우리나라 판사들이 본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들 스스로 신뢰를 내팽개쳐버린
대한민국 사법부들 말이야.
...
포오셔는 재판을 끝내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가기 전에 바싸니오에게 장난을 한 가지 했어. 남장을 하고 있는 포오셔는 재판을 잘 해결해
주었으니 바싸니오에게 반지를 달라고 요청했단다. 바싸니오의 반지는 포오셔가 준 반지였어. 바싸니오는 아내가 준 것이고 평생 지니겠다고 약속한 반지라서 안 된다고 했지.
그런데 남장한 포오셔 판사가 애원하다시피 계속 요청을 하니 결국 반지를 주고 말았단다.
바싸니오는 앤토니오와 함께 집으로
향했단다. 포오셔는 바싸니오에게 반지를 보여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바싸니오는
당황해 하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는데, 포오셔가 그 반지를 다시 보여주면서 재판장의 정체를 밝히게
된단다. 포오셔가 바싸니오를 혼내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포오셔도 착한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뒤늦게 좋은 소식도 도착했어. 파선되었다고
소문이 돌았던 앤토니오 배들 3대가 모두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어. 이로서 이 희곡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단다.
…
셰익스피어의 비극적인 희곡들과
달리 선이 악을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해피 엔딩이라 더 좋았던 것 같았어. 유명한 고전들은 이유가 다
있는가 보다. 아빠가 아직 읽지 않은 고전들이 많은데, 하나씩
찾아 읽어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진정 알 수 없네.
책의 끝 문장: 그런데 앞으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하면 니리서의
반지를 안전하게 간수할까 하는 염려만큼 큰 염려는 또 없을 것 같습니다.
포오셔
경쟁자가 없을 때는 까마귀의 소리도
종달새 소리만큼 아름다운 법이며,
두견새라 할지라도 거위들이 제각기
꽥꽥거리는 대낮에 운다면 굴뚝새보다
훌륭한 음악가라고 생각되지 않을 거야.
세상만사는 적당한 때와 장소가 조화를 이룰 때 행해져야
비로서 정당한 칭찬을 받으며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달님이 엔디미온과 함께 잠들어
깨려고도 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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