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구스타프 융은 신화를 집단적인 꿈이라고 보았다. 한 집단의 공통적인 염원이 신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붓다의 신화는 붓다를 바라보는 불자들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신화화된 붓다의 생애는 민중이 바라는 붓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사실적인 붓다의 생애를 찾아내면서도 신화화된 붓다의 생애를 통해서는 그 신화가 상징하는 바를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동명 스님은 시인과 문학평론가로 20여 년간 활동했으며, 2010년 출가해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았고, 2015년 중앙승가대를 졸업해 구족계를 받았다. 북한산 중흥사 총무, 중앙승가대 수행관장, 광명시 금강정사 총무를 거쳐 현재 서울 잠실 불광사 주지를 맡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지난한 고뇌의 시간, 기나긴 도전과 모험의 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이란 주제로 붓다의 삶을 스물아홉 개 이야기로 펼쳐나간다.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붓다의 일생과 그 발자취를 통해 우리들은 인간 붓다를 만나게 된다.
우리들에게 전해지는 붓다의 생애에도 많은 신화가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먼저 탄생 장면부터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다. 오랫동안 임신이 안되던 마야부인의 태몽에 따르면 여섯 개의 황금색 상아를 가진 하얀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야부인의 옆구리에 들어옴으로써 비로소 임신이 된다. 부부간의 성관계에 의한 잉태가 아닌 것이다. 이는 동정녀 마리아의 예수 잉태와 유사하다.
할리우드 영화도 영웅 이야기를 쉼없이 만들어낸다. 악을 물리치는 이 영웅에 우리들은 환호한다. 이런 영웅은 악당이 있기에 탄생한다. 하지만 만들어낸 영웅이 발전하는 만큼 악당 또한 발전하기에 영화는 비슷한 영웅을 계속 필요로 한다. 붓다의 신화는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악당 덕분에 탄생했으리라. 이에 우리들은 내면의 악당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저자는 이를 일곱 가지로 정리한다.
원력願力을 굳건하게 세워라모험하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안주安住하지 말라항상 성실하라항상 자비심을 잃지 말라내려놓음을 실천하라알아차림을 실천하라
어떻게 살 것인가? 붓다의 신화는 청년 싯닷타가 출가의 소명을 잊어버릴까 봐 하늘의 신들이 자주 개입했다고 말한다. 즉 신들은 병자와 노인과 죽은 사람과 출가한 승려를 잇달아 보여준다. 즉 카필라 성城을 떠나 '사문유관四門遊觀'을 통해 싯닷타의 출가 의지를 확고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또 아들 '라훌라'의 탄생이 출가를 재촉했다.
왕자의 신분을 버린 싯닷타 앞엔 광활한 벌판이 펼쳐졌다. 막상 갈 곳도 분명치 않은 여행은 막막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도 결국 집으로 귀가한다. 그러나 출가자에겐 돌아갈 집이 없다. 본격적으로 길 떠나기 전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른 싯닷타는 입고 있는 호화로운 옷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때 천신 가띠까라 범천이 출가자에게 필요한 품목을 보시했다. 가사, 허리띠, 발우, 바늘과 실, 물 여과기, 양치용 막대기를 만드는 칼 등이었다.
붓다의 생애엔 수많은 천신이 등장한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천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야 이런 이야기를 모두 신화로 받아들인다. 길 걷다 갠지스강을 만난 붓다는 뱃사공에게 도강渡江을 부탁하자 사공은 공덕을 거부하고 처와 자식의 부양을 위해 배삯을 요구한다. 때마침 5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날라가는 광경을 목격한 붓다는 게송을 읊었다. 사공은 결국 붓다가 날아가는 걸 보고 혼절해버렸다. 큰 복전福田을 눈 앞에서 놓쳤으니 말이다.
기러기 떼가 항하를 건널 때누구도 뱃삯을 요구하지 않는다네.나도 이제 신통력을 발휘하여저 기러기같이 허공을 날으리.
신통력神通力이란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을 한참 뛰어남은 특별한 능력이다. 붓다가 단기간에 대규모 교단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신통력에 힘입은 바 크다. 붓다는 많은 이교도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쌍신변의 신통'을 보였다. 상반신에 불이 나타나는가 하면 하반신에서 물이 흐르고, 하반신에서 불이 나타나는가 하면 상상반신에서 물이 흐르게 햇다. 몸의 모든 부위에서 물과 불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불교 경전 <금강경金剛經>에선 무주상無住相 보시를 강조한다. 보시를 했을지라도 햇다는 상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티를 내지 않는 행동을 말하는 셈인데, 어디 이게 쉽겠는가. 전시효과만 노리는 못되 먹은 정치인은 구호물품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기념촬영으로 흔적을 남기는 게 목적인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 꺼지지 않는 등불)
목숨을 건 보시도 있다. 소위 '빈자 일등貧者一燈'에 대한 이야기이다. 붓다가 라자가하에 있을 때 아자따삿뚜 왕이 붓다와 제자들을 초청해 대중공양을 마친 후 궁궐문에서 죽림정사에 이르기까지 등을 설치토록 했고, 백성들도 동참하도록 했다.
가난한 노파 난다는 이 소식을 듣고 등 공양을 하고자 겨우 2전錢을 구걸해 가름집에 갔다. 이에 주인장은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백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과 같은 세상에 살면서 지금껏 공양을 한 적이 없었는데 백성도 동참할 수 있도록 허용하니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겠다는 답변이었다.
노파는 밤이 깊어도 공양한 등불 앞에 서서 합장 자세를 견지했다. 날이 밝아 모든 등을 소등했지만 난다의 등은 세번이나 시도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목숨을 지탱해 줄 양식을 포기하고 공양을 한 노파에게 붓다(깨달은 사람, 해탈을 뜻함)를 이룰 것이라는 수기受記를 내린다.
붓다의 위대함
아무리 힘세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해도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위 하지 않는 이는 악마이지, 영웅이 아니다. 붓다야말로 세상의 뭇 영웅 중에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분이며, 마음이 지극히 평온한 분이며, 지극히 지혜로운 분이다. 어떤 신이나 영웅도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붓다의 위대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 '나오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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