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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stone님의 서재
  •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
  • 박준영
  • 17,820원 (10%990)
  • 2025-06-10
  • : 1,500

<한국 반도체의 미래 3년>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세 가지 문제의식으로 출발한다. 첫째,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무엇으로부터 도래하는가? 둘째, 현재 반도체 산업의 균열 원인과 현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셋째,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와 글로벌화, 외주화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 체계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박준영은 삼성전자에서 10년간 반도체연구소 연구원과 인사과장으로 일했고, 퇴직 후 10년간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강의, 컨설팅, 자문 교수등의 활동을 하며, 20년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산업 생태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4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파트1(프레임이 바뀌었다)에서 HBM 사테를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 수성이 흔들리는 삼성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를 분석했고, 파트2(삼성과 TSMC)에서 삼성과 TSMC 중심으로 특히 외부 환경의 변화를 살핀다. 
이어서 파트3(살아남아야 한다)에선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집중, 미래 3년의 생존을 위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파트4(영웅들에게서 다시 배운다)에서 현장의 영웅들을 재조명한다. 자동화 위기에 몰린 설비 엔지니어들의 헌신적인 연구개발 성과와 함께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인간과 사회를 위해야 함을 강조한다. 

프레임이 바뀌었다
삼성이 30년 전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누르고 메모리 반도체를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PC 시장이라는 새로운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을 재빨리 간파하고 메모리 기능을 가성비 있게 바꿨던 성공적인 전략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삼성이 현재의 AI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삼성은 이런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인류 사회에 공헌한다는 삼성그룹의 경영이념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에 모든 조직이 제품과 서비스의 최고 지향을 위해 달려야 한다. 기술도 모르는 콘트롤 타워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의 눈에 나기 위해서 허황된 목표를 제시하고 과업을 달성한 듯 허위 보고를 하는 부서장이 등장 했을 때, 제품과 서비스는 문제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미 해당 산업과 회사의 규모는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젠 기술과 제품만이 아니라, 리더십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에 관한 구태의연한 관점은 노동의 질보다는 노동의 양을 중시한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이 기술과 경영 리더십과 의사결정의 실패에서 기인했음에도 다시금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책임 회피 방식을 반복한다면, 능력 있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고, 과로에 의한 번아웃과 신체적 손상이 뒤따를 것이며, 태업이 반복될 수 있다.

삼성은 외주화, 기술력 내재화, 설비 국산화 등을 추진하면서 설비 기술력을 축적하기보다 자동화 시스템화를 유도하거나 아웃소싱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따라서, 핵심 기술력과 측정 가능한 지표를 확립하지 않은 채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처럼 운영함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문제를 해소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사진,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수율)

삼성과 TSMC
종합반도체회사는 설계와 생산을 통해 반도체 완제품을 팔지만 반도체 생산회사는 반도체 생산 방식을 판매하기에 완제품 판매 방식보다는 훨씬 더 수평적이고 협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재벌의 의사결정 방식은 외부 고객보다는 상대적으로 내부 고객을 위한 보고 위주였다. 이에 갑의 위치에 우뚝 선 대기업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위계 질서를 뿌리 내리게 만들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기를 구축했던 강기동 박사의 회고에 따르면 자신이 만든 반도체가 모리스 창이 생각했던 것보다 월등히 뛰었났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대만 정부가 모리스 창에게 전권을 주고, 반도체 기업들의 초기 정부 지분을 순차적으로 민간 자본으로 전환했는데, 이는 두 가지 지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난다. 
첫째, 우리나라 산업 정책은 산업군마다 대표기업을 두고, 그 기업이 산업 생태계를 자발적으로 조성하도록 위임했다. 전자는 삼성, 화학은 LG, 제철은 포스코, 중공업과 자동차 그리고 건설은 현대, 정유는 SK 등으로 대기업과 그에 준하는 기업들이 수입 대체품을 만들다가,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IMF 전후에 김대중 정부가 밀어붙인 빅딜은 결국 대표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를테면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반도체 산업은 삼성이 대표였기 때문에 소재, 부품, 장비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장기간 상호 협력관계였었던 서구와 일본의 수평적 방식과는 다른 전략이었다.
둘째, 나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인프라의 혜택도 한국과 대만 두 국가는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가 조성된 반면 대만은 반도체 기업들이 과학산업단지에 입주하기 위해 과기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해당 부지는 국가 소유로써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산업단지의 조성도 민간 주도와 정부 주도의 차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TSMC, 인텔, 삼성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면, TSMC는 기술 내재화와 설비 표준화에 집중하고 인텔은 기술 외주화에 집중했으며, 삼성은 외주화와 설비 자동화에 집중했음을 설명할 수 있다. 세 회사는 동일한 설비를 소유하고 공정을 진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율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연구개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수많은 이들이 설계 인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거나 또는 TSMC와 같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한줄 요약)

살아남아야 한다
바야흐로 AI와 반도체의 시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산업 전반은 물론 인간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거란 두려움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 거란 기대감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과점 형태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고공행진을 진행중이다.
2024년말 삼성전자 반도체 전영현 부회장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혓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를 쉽게 믿지 않는다. 삼성이 새롭게 개발한 HBM에 대해 엔비디아 승인이 1년 넘게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삼성은 신뢰의 이미지보다 거짓이란 인상이 더 강한 셈이다.
2024년 반도체 실적만 보더라도 하이닉스가 23.5조 원의 매출인 반면에 삼성은 15.1조 원에 그쳤다. 아직도 반도체용 HBM에 대해 엔비디아의 미승인 상태에서 적자 상태의 파운드리 사업은 겨우 시장점유율이 8.1%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나타내었다. 결국 이재용 회장은 2025년 2월말 경영에 복귀하여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 타임이 향후 3년임을 전제히며 경영, 기술, 산업 생태계에 관해 견해를 제시했다.
첫째로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2027년은 삼성 중심의 파운드리 사업이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일지 아니면 좌초할지가 결정나며, 셋째로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가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의 추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견해였다.    
모든 것에서 1등 하겠다는 전략으로 아무것도 장악하지 못한다.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148쪽)

그간 찬밥 신세였던 장비와 후공정 패키지 쪽이 새로운 부가 가치 창출의 영역이며 그 몸값은 해외에서 더욱 높아만 간다. 그간 삼성이 설계와 전공정만 중시하는 문화였다. 모든 기술이 존중받지 않는다면 후공정의 주도권을 영원히 다른 기업과 국가에 빼앗기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반도체 관련 지원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수율에 핵심적인 가능은 아주 작은 볼트, 너트의 품질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진, 반도체 FAB의 진동, 습도. 순도)  

영웅들에게서 다시 배운다
주 6일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상고 출신 여성 제조 오퍼레이터(작업자)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 덕분에 반도체 산업의 성공이 가능했다.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시작하게 된 1983년, 그곳에는 매일 방진복을 입었던 여성 오퍼레이터들이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연구개발을 하고 설비를 유지 보수하는 일을 하는데, 이공계는 ‘남성’이라는 편견과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많다면서 ‘남성’을 우대하던 채용 방식은 오랫동안 유지됐다. ‘여성’이 세심한 일에 어울리고, 엔지니어를 지원하는 일에 어울린다는 편견은 여성들에게 역량 대비 제한된 일을 요구했다. 머리로 할 일은 남성이, 그를 거드는 일이 여성의 일이라고 제한했다.
이병철 회장의 결단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가 크게 성공을 거둔 시점을 3번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1993년 반도체 DRAM에서의 세계 1위. 두 번째, 2001년 IMF 위기를 기회로 바꾼 시기. 세 번째, 2008년 치킨게임을 도약으로 바꾼 시점 등이다.

김재욱 사장과 함께 라인에 피땀 눈물이 맺힌 이들은 K8 프로젝트 기념 수건을 여전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수건이 한 달 연속 근무, 12시간 맞교대 근무 등의 고된 노동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보상에 불과했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제조와 셋업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몸의 흔적이었다. 
‘발수건으로 쓰더라도 그때 받았던 수건을 끝까지 버릴 수 없다’는 K8 라인 출신들의 넋두리처럼, 이제는 구형 라인이 되어버린 기흥 8라인에서는 레거시Legacy 공정으로 불리며 설계회사에서 수주를 받은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다. 김 사장이 삼성 계열사로 전출한 이후 그 후예는 15라인이라는 화성사업장의 성공을 이끌었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반도체 산업을 한 단계 격상시킨 김재욱 사장과 같은 인물이야말로 영웅인 것이다.
한국 반도체의 나아갈 길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을 읽노라면 한국 반도체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의 측면에선 장악에서 협력으로, 기술 측면에선 한국 산업 생태계에 관여하는 모든 기술에 대해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한국 반도체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강구될 수 있기에 말이다.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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