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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있네


이는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으로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소세키가 학교 선생님을 한 적이 있는데 영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 시대로는 드물게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터라 발음이 너무나 유창해서 학생들이 모두 감탄했다고 한다. 열심이었고 유능한 선생님으로 기성 교육법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가르치는 법은 엄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흠모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나는 선생이 맞지 않아’하고, 도쿄 대학의 교수 자리를 걷어차고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말년에는 몸이 망가져 병상에서 보냈다. 위가 몹시 안 좋았다고 한다. 


어느 날,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제자 스즈키 미에키치가 병문안을 갔을 때, 소세키는 거실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더러운 기모노를 입은 이웃의, 열두셋 먹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여전히 위가 아픈 듯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가르치는 법은 정중하고 친절했다. 아이가 돌아간 후에 미에키치는 ‘저 아이는 어디 사는 아입니까.’ 하고 묻자, 소세키는 ‘어디에 사는 아인지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왔더군. 나는 바쁜 사람이니 오늘 한 번만이라면 가르쳐 주겠다, 대체 누가 내게 배우러 가라고 했지 하고 묻자,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니 영어도 알 거라 생각하고 찾아왔다고 대답하더군.’ 하고 말했다. 


위통을 참으며 이웃의 지저분한 옷을 입은 아이에게 ‘조금 만이야, 할아버지는 바쁘거든.’ 하고 말하면서 툇마루에서 초급 영어를 가르치는 소세키의 모습,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절로 미소가 돈다. 


이 이야기는 [영어 선생 나쓰메 소세키]라는 책에 소개된 이야기라고 하며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온다. 하루키의 이런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도파민이 올라온다. 도파민이라도 듣자.


https://youtu.be/qlrpeYdm9Ec?si=eZs0_eCrv8BEsb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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