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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의 한적한 하루
  • 몰락의 대가
  • 티모시 브룩
  • 23,850원 (10%1,320)
  • 2024-11-21
  • : 1,062

 '몰락의 대가'라는 책제목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영어명 'The price of collapse'를 보고서야 제국의 황혼기에 물가에 대한 책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회색빛 표지는 너무도 어두웠기에 표지에 별다른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표지에 대한 관심이 솟아났다. 


  티모시 브룩의 '몰락의 대가'는 명말 청초의 물가의 변동을 소빙하기(Little Ice Age) 시기의 기후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명의 쇠락이 단순히 만력제의 무능과 관료의 부패고 인해서 이루어졌다는 기존 해석을 탈피해서 기후가 명 몰락의 근본원인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티모시 브룩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료로 천치더가 노년에 과거를 돌아보면서 서술한 '제황기사'라는 책을 소개했다. 그리고 '몰락의 대가'는 제황기사'라는 책의 주에 불과하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티모시 브룩이 중국의 여러 기록에서 찾아낸 명말 청초의 자연재해와 기근은 너무도 참혹했다. 


 "이 시기에는 시장에도 구매할 수 있는 쌀이 없었다. 곡물을 가진 상인이 있어도, 사람들으 가격을 묻지 않고 지나쳤다. 부유한 자들은 콩이나 밀을 찾아 헤맸고, 가는한 사람들은 왕겨나 썩은 음식물을 찾아 헤맸다. 몇 두의 왕겨나 나무껍질을 얻을 수 있는 것만도 기쁜 일이었다." 33쪽

  " 1641년: 6월까지 여전히 비가 오지 않았다. 곡물 1두의 가격이 동전 1,200문이었다. 시장에서 곡물을 홉 단위로 판매했다. 사람들은 도망갈 곳이 없었다. 젊은 남녀가 만났을 때는 성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자식을, 자식은 어머니를 먹었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먹었다. 매일 사람들이 굶주림, 전염병, 처형으로 죽지 않는 날이 없었다. 아, 인간성이 이정도로 파괴될 수 있다니, 6월 29일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240쪽(네이치우현지)


  기근은 인간성의 몰락을 가져왔다. 부모가 자녀를 잡아먹고, 남녀가 성교하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서 만났다. '삼국사기'에 기근이 닥치자 백성들이 기민상식(飢民相食) 했다는 기록이 먼 고대의 사실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천치더는 "우리가 단지 기근에서 살아남았다고 스스로를 축하하고 그후에 모든 관심을 물질적 획득과 쾌락에만 집중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49쪽 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천재지변을 인간의 잘못에 대한 하늘의 훈계로 여기는 천인상응설의 관점에서 천치더는 당시를 이해했다. 기근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서로를 잡아먹는 인간성이 바닥을 친 상황을 목도하고, 이제 다시 인간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그의 소박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고 해서 자연재해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물질적 풍요을 누리며 어머니 지구를 훼손시켰다. 지구의 온도를 높이며 새로운 기후 재난을 예약하고 있다. '몰락의 대가'라는 책은 단순히 명말 청초의 자연재난과 물가에 관한 책은 아니다. 예정된 기후 위기 속에서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재난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명말 청초 수업을하면서 '기후 위기'에 관한 토론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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