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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님의 서재
  • 동네 공원
  • 마르그리트 뒤라스
  • 11,700원 (10%650)
  • 2025-04-11
  • : 6,035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자신을 바라본다면, 하루의 시작이 너무나도 괴로울 것 같아 보이는 여자.
결핍이 많은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상대에게 심어주는 태도가 너무 서글프고 외로워 보인다.

미래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현재 자신에게는 큰 욕심인 것처럼 여기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여자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노력이지 않았을까.
주저하고 겁을 내지만, 그럼에도 욕망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날을.


스무살 가정부 여성이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도록 그 믿음과 확신을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듣고는 싶지만,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행상일을 하는 중년의 남성은, 이미 삶의 고통도 충분히 겪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실에 무딜 대로 무뎌진 사람이었다.

따라갈 수도 없고, 쫓아갈 수도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앞질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더 나은 삶을 섣불리 생각해볼만한 여지 조차 남기지 않게 된 이 남자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무언가를 욕구하는 그 마음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경청해주고 공감해주는 경험이 이들에게 주어진 적이 또 있었을까.

자신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희망’의 불씨를 꺼트릴 정도로 비관적이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허무맹랑해서도 안 될 것 같으며, 상대가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한 나의 ‘행복’이 그 상대에게 ‘좌절감’을 주어서도 안 될 것 같은 연약한 감정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대화들에서 나는 조금씩 조바심을 느꼈다.
다독여주는 대화속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져서 서로 상처만 주고 대화가 끝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나 보다.


눈에 보이는 서로의 결핍과 외로움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아프지 않길 바라는 배려의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대화를 나눠야 될 만큼, 지독한 마음의 열병을 앓고 우울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공감되는 문장들을 발견 할 것이다.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세상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삶이라 단정 짓지 않고, 메마른채로 내버려두지 않으며, 그래도 여지를 줄 만한 상황을 기대해 보는 그 희망은 나 역시도 놓고 싶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적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의 외로움이 너무나도 고독했던 <동네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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