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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님의 서재
  • 작은 파티 드레스
  • 크리스티앙 보뱅
  • 11,700원 (10%650)
  • 2024-09-25
  • : 6,448
현재의 나보다는,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읽어내려갔다.

노트에 와 닿는 단어들을 적어본다.
믿음과 아늑함이라는 단어를 적고 있었다.
그때의 나를 알 수 있었다.
무엇이 필요했는가를. 무엇이 그리 힘들게 하였는가를.

책을 읽으면 나의 욕심도 느낄 수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그저 흔들리는 내 머릿속을 ‘잠깐’이라도 보살펴 준다면 난 그걸로 됐을 뿐이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나를 잠시 해방시켜 주기만 해도 성공적인 하루가 되었을 테니까.

책이 한 권 늘어나고 또 한 권이 늘어난다.
이제는 나에게 뭔가 주길 바란다.
나의 마음속 기도에 응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내 뜻에 기어코 응해준다.

(P. 9) 독서라는 경이로운 애도


궂은비가 단비로 바뀌기까지 무진 애를 썼던 사람들과 아직도 내가 사는 세계 저편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좇는 바람에 피곤해진 사람들이, 감정의 폭발 없이도 그 감정의 층위를 불편하지 않게 섞어주는 막연하지 않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잠시 마음을 식혀보는 건 어떨까.

기쁨은 고통이 따르고 삶에는 죽음이 따른다는 말을 들을 때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감수해야 할 게 많은 그런 기쁨과 삶은 얻고 싶지 않았고,
거꾸로 고통 뒤에 기쁨이 오고, 죽음 뒤에는 삶이 온다는 마음을 가져보려 노력도 해봤지만, 그 또한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따금씩 떠올려지는 힘들었던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 마음의 괴로움이 너무 커 얼른 밀어 넣어 버리곤 했는데, ‘힘들었던 때’를 ‘재생의 시간’으로 달리 생각하며 떠올려보니, 불편함이 조금은 덜어지는 걸 느낀다.

나 자신을 마주해보고 돌보며 지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외면을 하고 감추려고만 했으니, 치유의 시간도 갖지 못하고 씻겨 내려가지 않아, 되려 그 괴로움이 몸의 문신처럼 새겨지기만 했다.
나뿐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에선 안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이 스스로 다독이고 얼른 다시 일어서기만을 기다렸던지.

(P. 37) 어떻게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인식하는가? 우리 안에 난데없는 정적이 깃들고,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 출혈이 이어질 때이다.

독서를 하면 나에게 남는 것은 사랑이다.
정말 사랑이다. 그게 전부다.
남는 게 사랑이라서 정말 너무 감사하다.
희미하게 들리는 게 아니라서.

나 역시도 결핍으로 시작한 독서라서 크리스티앙 보뱅의 글을 읽으며, 제각기 독서를 하는 이유는 다를지라도 그 마음을 나누며 공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 보고,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것에 괜한 마음의 든든함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너무 슬프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P. 113) 당신은 죽음보다 해로운 지혜를 내게서 지워버렸다. 당신은 내게 진정한 건강인 열병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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