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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불되지 않는 사회
  • 김관욱
  • 16,200원 (10%900)
  • 2024-12-20
  • : 1,039

 이 책은 한국의 노동에 관한 책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제선진국 기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직장 내 문화도 문제다. 많은 사람이 충분한 지원과 협력은 받지 못하면서도 실적위주의 개편으로 업무와 책무성은 높아지는 실태를 경험하고 있다. 직장 내 민주성도 부족하여 상사와 여러 손님 및 동료에게 갑질을 경험하고 있으며, 위험성도 매우 높아 여전히 하루에 6-7명이 출근하여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디지털화는 이런 위험성과 악영향을 완화하지 않고 더욱 부추긴다. 책에서 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책은 여러 모음글을 소주제로 묶은 것이다. 그래서 다소 파편화되어 있지만 지적하는 부분은 일관된다.

 2020년에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김덕준씨가 사망했다. 그는 젋었는데 근무 1년여만에 몸무게가 15kg이나 줄었다. 그는 매우 활동적이고 배려가 있어 힘든 작업환경에서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쿠팡은 그가 사망하자 주당 노동시간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는 야간 근무를 했는데 야간 근무시간은 30%시간이 가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간 노동은 국제암연구소가 2급발암물질로 규정할 정도다. 

 영국의 경제학자 제이슨 히켈은 자본주의는 태생이 식민주의적이라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들은 초기 자본주의가 특별한 기술 개발이나 상행위 등으로 자본을 축적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본의 기원은 기본적으로 탈취에 의한 축적이고 그 과정에서 반발이 있기에 폭력이 동원된다. 자본가는 기존의 공유재를 빼앗아 사유재로 만들고, 평민의 사유재산인 노동력을 마치 공유재 마냥 헐값에 사용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노동하고, 끊임 없이 소비해야 기능한다. 그렇기에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노동의 가치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야 한다. 충분하다면 노동자는 적당히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의 사유재로 쓰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꾸준히 기호를 제공하여 욕망에 의한 소비에 빠지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생산력의 발생은 인위적 희소성과 그 유지이며 희소성과 굶주림의 위협이 자본의 성장동력이 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국내 과로사 사망자는 2503명이다. 산재보험 가입이 안된 1인 자영업자와 택배기사는 제외된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근본적 피로다. 땀흘린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탈진상태가 아니다. 능력의 상실이 아닌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다른 하나는 분열적 피로다. 성과사회에서 스스로를 극단적 피로와 탈진상태로 내몰면서도 오히려 일시적 성과에 도취되는 자기 긍정성의 과잉이다. 전자가 발전적이고 회복가능하다면 후자는 자기파괴적이며 회복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사람이 아파도 일을 하는 프레젠티즘이 논란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어는 노동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로 구분한다. 경제적 가치는 노동에 부여되는 돈이고, 사회적 가치는 그 노동이 사회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부담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소위 부불노동은 경제적 가치는 없어 심지어 GDP에도 산입되지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을 만큼 사회적 가치는 높다. 청소노동자의 청소노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는 낮다. 반면 변호사는 금융종사자, 악덕 기업의 CEO는 경제적 가치는 지나치게 과도하나 오히려 사회적 가치는 낮추기 까지 한다. 이처럼 불행히도 양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한국의 콜센터 노동자는 AI도입으로 대량실직이 예고 되었으나 의외로 아직까지 실직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놀랍게도 콜센터들은 AI상담사의 음성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상당사의 실제 고객 응대내용을 적절한 동의절차 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를 인사고과 및 수당에 반영하여 사실상 인간 상담사의 선택권도 배제한다. 매우 잔혹하게도 인간상담사로 하여금 절적한 보상없이 그들의 노하우를 싸게 획득하여 그들 스스로의 직장을 없애버릴 도구의 개발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 상담상담사들은 AI상담사의 도입 이후 그것의 기술오류로 인해 고객의 민원이 증대하고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한다. 상담사 45%가 AI상담사 도입으로 인해 전체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어떠한 보상이나 인력충원은 없다. 

 놀랍게도 독일은 노동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올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2017년 노동백서 4.0을 발표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전문가, 중소기업인, 학생, 견습생, 언론 등 관련 당사자가 모여 논의를 한 것이다. 22개의 도시에서 무려 175차례 토론이 이뤄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의 도입과 발전에만 몰입한다. 뒤쳐지지 않으려고만 할 뿐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후과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없다. 

 한국은 소위 명예로운 때를 위해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살기를 종용하며 그로 인해 늘 시간이 부족한 삶은 살게 된다. 한국 사회는 그래서 시간의 빈곤과 이중빈곤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시간 빈곤은 글자 그대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중 빈곤은 경제자원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 두 가지의 결합이다. 특히 여성노동자, 미숙련 서비스 제공자, 비정규직이 이중 빈곤에 취약하다. 

 한국의 산재사고 치명률(노동자 10만명당 치명적 산재 수)는 1994년 34.1로 최대를 찍은 후 하락 추세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으로 상당히 많다. 노동시간도 엄청나다. 2022년 기준 연간평균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선진국 평균 1752시간보다 많다. 여기에 주당 55시간 이상 노동에 노출된 인구비율이 8.1-9.2%나 된다. 한국은 정신질환자의 수가 최근 5년 간 37%증가했다. 2022년엔 우울증 환자 100만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초중고 학생의 우울증은 같은 기간 50.1%나 증가했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공유경제에서 긱노동, 온디맨드, 크라우드 노동, 고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어쨌든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다. 플랫폼은 복수의 집단이 교류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조다. 데이터에 기반하면서 데이터에 최적한 유사시장이자 데이터 채굴에 힘쓴다. 플랫폼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한다. 

1.광고 플랫폼-구글이나 메타

2.클라우드 플랫품-아마존 클라우드 애저

3.산업 플랫폼-제조업 분야에서 산업 인터넷의 활용

4.제품 플랫폼-스포티 파이

5.린 플랫폼-우버

플랫폼에서 일하는 소위 플랫폼 노동도 5가지로 구분한다. 

1.호출형-대리운전, 음식 배달 등

2.관리형-가사, 청소, 컴퓨터 수리 등

3.중개형-디자인, 번역, 문서 작성 등

4.전시형- 유튜브, 웹툰, 웨소설 등

5.미세작업- 자료수집, 검수와 검증 등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2018년 기준으로 2% 수준이나 지금의 그 배이 상이 될 거이고 미래의 노동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은 경쟁의 가시화, 통제의 비가시화, 노동시간의 불명확화라는 극단적인 노동 유연성을 자랑한다. 이들은 알고리즘 노동으로 노동의 모든 과정을 수치화하며 인센티브로 책정하여 높은 수치를 노동자가 쫓도록 개입한다.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생산과 소비, 노동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소비자는 넘어 직접 상품화되는 생산소비자로서 디지털노동에 연루된다. 인터넷 이용자는 자발적으로 웹상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확인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 정체성 노동을 한다. 기업은 개인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플랫폼 노동을 만들어내고, 각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알고리즘 노동을 만들어내며, 그런 모든 것을 전시하여 정체성 노동을 하게 만든다. 

 기업은 이런 걸 하면서도 노동에 대응하는 방식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1990-2000년까지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의 자살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말하면 곤란해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2000-2010년에는 노동자의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해서 면피를 하기 시작했고 2010-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자살하면 그 자신이 원래 가정이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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