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10년 전부터 미래 관련 책을 꾸준히 보고 있다. 당연히 인간 수명의 연장도 미래 주요 과제 중 하나인데 인간이 영생에 가까워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유전자든, 세포대사든 생물학적 접근으로 노화 및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아 영생에 가까워지는 것, 두 번째는 신체의 많은 부분, 혹은 심지어 두뇌까지 기계와 결합하여 사실상 사이버네틱스가 되는 것 마지막은 의식 자체를 디지털화 해 디지털 공간에서 영생하는 방법이다.
책은 영생까지 다루진 않지만 현재 세계 여러 기업과 과학자들이 시도를 소개한다. 이는 노화를 최대한 늦추어 늙어서도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삶의 질을 높이며 살아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다. 책은 이를 노화디자인이라 한다.
노화설계에는 3가지 혁신적 접근이 있다. 생물학적 혁신은 크리스퍼-캐스9 기술로 노화 관련 유전자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줄기세포와 합성생물학으로 손상 조직의 재생과 새로운 생체구조 설계가 이에 해당한다. 생화학적 혁신은 표적 약물로 노화 세포만을 정밀 제거, 회복하는 것이다. 나노로봇을 활용해 초미세의사처럼 몸속을 순찰하여 노화 징후를 감지하여 대응한다. 기계공학적 혁신은 엑소스켈레토으로 신체기능을 보조하고, 인공지능과 뇌-컴퓨터 접속으로 인지능력을 보완하고 인간의 정신을 확장하는 것이다.
수명연장연구는 크게 3가지다. 노화 또는 노화 진입 세포의 기능조절로 젊게 몸을 유지하는 것으로 텔로미어 조절, 대사조절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생체조직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호르몬 대체 및 최적화 요법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말단으로 반복적 DNA서열이다. 세포분열과정에서 유전자 복제의 안정화를 꾀하고 염색체를 보호한다. 문제는 세포분열마다 텔로미어가 점점 닳는다는 것이다. 신생아는 텔로미어 길이가 8.5-13.5kbp이나 40세이면 6.7, 60세면 6.1, 80세면 5.5, 사망하면 5정도까지 줄어든다. 그래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거나 줄지 않게 막는 것은 초기 노화연구에서 핵심과제로 여겨졌다. 텔로미어의 조절은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거나 약물로 길이를 조정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최근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노화의 결과물로 생각되는 경향이 많아졌으며 대사조절로 노화연구의 초점이 옮겨졌다.
대사조절은 4가지 방안이 있다. 첫 번째는 칼로리 제한 모방 약물로 레스베라트롤, 메트로포민이 있다. 다음은 몸의 활력을 주는 NAD+부스터로 NMN, NR등의 물질이 있다. 세번째는 mTOR억제제로 라파마이신이 있다. 네번째는 AMPK활성화제로 메트로포민이 있다.
호르몬 대체 및 최적화 요법은 6가지다. 성장호르몬과 테스테스테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DHEA, 멜라토닌, 갑상선 호르몬이다. 호르몬 요법은 근육량, 골밀도, 피부탄력 같은 신체적 노화 현상을 완화하고 인지기능과 정서적 안정, 전반적 웰빙을 제공할 수 있다.
미네소타의 커쿠우드는 노화세포만을 선택저그올 제거하는 제노제를 개발했다. 노화유전자인 p16과발현 세포만을 제거한 것이다. 늙은 동물에 이를 적용하니 동물의 활동성이 증가하고 심지어 외모도 젋어졌다. 노화세포는 세포 자연사에 강한 저항성을 갖는다. 하지만 퀘르세틴과 다사티닙을 함께쓰는 칵테일 요법이 여기에 의미있는 노화억제 효과를 보였다.
복제기술은 단순히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차원을 넘어 생명현상 자체를 조작하는 수준이다. 체세포 복제술과 만능줄기세포가 여기 해당한다. 자연상태에서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추출되며,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고, 대량 배양이 되고 다른 인종 및 혈액형에도 거부반응이 없다. 또한 세포 하나가 성체로 자라나는 전능성이 있고, 모든 조직, 기관으로 분화하는 만능성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 신체의 각 조직, 기관에 있으며 계통분화적이고 안정적이며, 암세포로 발현하지 않는다. 다만 배양이 어렵고, 거부반응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태아가 아니라 놀랍게도 일반 성체의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이는 일반세포에는 거의 없지만 줄기세포에만 많은 인자를 일반 세포에 주입하여 해낸 일이다.
조직공학은 생명과학과 공학의 융합분야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고 대체하는 기술이다. 세포, 생체세포, 생리활성물질은 정교하게 포함하여 원하는 조직을 만들고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라는 3차원 구조제를 설계한다.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한 개인 맞춤형 장기가 주요 방법인데 이는 장기이식의 거부반응과 장기의 부족이라는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다.
뇌의 가소성은 노화에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곧 뇌자체이기 때문이다. 노화를 뇌의 신경세포수를 감소시키는데 이로 인해 기억 담당 해마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에서 감소가 두드러진다.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도 감소하여 뇌의 정보전달이 느려진다. 노화하면 뇌의 혈류가 감소하여 산소와 영양공급이 줄어들고, 만성염증으로 신경세포 손상이 가속화해 인지능력이 줄어든다. 해결책은 약물치료로 신경퇴행성 질환의 속도를 늦추고, 체계적인 인지훈련으로 뇌의 가소성을 높이고, 유산소 운동으로 뇌의 혈류량을 높이고,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 충반한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이 있다.
뇌 가소성은 시냅스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이 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강도를 조정해 정보전달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구조적 가소성은 신경세포간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여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해 뇌의 회로를 재편성하는 것이다. 뇌의 가소성 향상 방안은 신경영양인자 생성촉진 약물 투입, 경두개 직류자극, 경두개 자기 자극, 컴퓨터 기반 인지훈련이나 게임이다.
BCI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여 뇌의 신호를 해독하고 이를 이용해 외부장치를 제어하거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신경신호해독, 신경신호 인코딩, 신경인테페이스 기반으로 이뤄진다. BCI는 뇌기능 저하 극복, 치매치료, 인간능력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엑소스켈레톤은 강화외골격을 말한다. 즉, 인간이 입는 로봇이다. 엑소스켈레톤은 사람의 근력과 지구력을 보완하여 보행을 강화하고 낙상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린다. 다만 고가이기에 개인 구매가 어렵고, 무거워서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지며,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검증이 필요하다. 엑소슈트는 기존의 딱딱한 외골격대신 유연한 직물과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으로 5kg미만으로 가볍다.
크리스퍼 캐스9은 캐스9 단백질이 두 개의 RNA 가이드를 통해 특정 DNA서열을 인식하고 절단하는 것을 활용한 기술이다. RNA 이용 방식으로 설계가 간편하고, 비용이 낮고 효율은 높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질병치료, 농작물 개량, 새로운 생물 소재 개발에 활용된다. GMO 농작물은 외부 유전자를 도입한 것으로 부작용 논란이 있지만 유전자 편집 농산물은 생물체 내부의 유전자 편집이기에 이런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CAR-T 세포치료는 살아 있는 약으로 불리는 혁신적인 암치료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강화하여 암세포를 정말 공격한다. CAR은 키메릭 항원 수용체로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찾아내도록 설계된 유전자 조직 수용체다. 환자의 몸에서 면역 세포를 T 림프구에서 채취한 후,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게 유전적으로 조직한다. CAR-T는 혈액암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고형암은 덩어리라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나노로봇은 생물학적 시스템을 모방하는 바이오미메틱 접근법과 인공설계 접근법이 있다. 나노로봇은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고 직접 치료를 수행한다. 나노로봇은 혈액이나 체액에 의존해 수동적으로 이동하거나 자기장, 화학적 추진, 초음파를 이용해 스스로 이동하기도 한다. 나노로봇은 종양조직에만 약물을 전달하거나, 혈관-뇌장막을 통과하는 게 가능하여 뇌종양, 알츠하이머 치료에 이용이 가능하고, 혈전제거나 동맥 플라크를 제거할 수 도 있다.
최근 양자컴퓨터의 실용화가 현실성 있게 다가오고 있고, 신경인터페이스 기술이 발달하며 의식의 디지털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경망 매핑은 인간 뇌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해독하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도다. 이는 인간을 디지털 언어로 해독하는 일이다. 의식을 디지털 공간에서 유지하고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양자이론에서는 인간 의식을 디지털화하려면 단순히 신경망 복제를 넘어서서 뇌에서 일어나는 양자 상태까지 재현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는 디지털 기기를 인간이 지시와 통제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초지능 시스템에 의존하는 숙주시스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간은 기억하고 정보처리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초지능이 제공하는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활용하여 여기서 가치창출을 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초지능에 대한 현명한 의존이 중요해지며 인간 고유의 감성, 창의성, 직관이 중요해진다. 이미 나타나는 문제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과한 의존은 인간 자체의 독립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약화한다.
한국은 초고령 국가이면서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하려는 국가다. 때문에 저자는 위기이면서도 이런 기술을 활용해 시니어가 많은 상태에서도 국가의 활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2050년이면 한국은 65세이상 인구가 40%에 달하고, 2067년이면 46.5%다. 거의 절반이 노인인 셈이다. 물론 이 때쯤 되면 외향은 더욱 젊어지고, 활력도 크고 수명도 더욱 늘어나 노인의 기준은 더욱 뒤로 갈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령인구인만큼 이들의 활력을 유지하여 국가의 재정을 아끼고, 경제인구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