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
서울이라는 도시를 걸으며 여행하는 멋진 책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여행처럼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어반 스케치와 건축 전공은 아니지만 건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건축양식은 물론 색다른 건축물을 찾아 직접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매번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을 하게 되고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이 책에서처럼 건물들 앞에 가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봐 왔던 게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면서 어반 스케치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부끄부끄)
어반 스케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나 여행을 간 도시, 마을 등을 현장(엄밀히 말하면)에서 그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여건상 사진을 활용하여 그리기도 하며 도시 풍경 건축물 등을 화폭에 펜화, 수채화, 연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한 작품을 의미한다. (어반 스케치 혹은 어반 드로잉)
우리나라에는 참 아름다운 도시들이 많다. 그리고 그 도시를 상징하는 많은 건축물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것들을 사진이 아니면 눈에 담아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고작의 것이다.
그런데 작가님처럼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을 스케치하면 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물론 그림이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사진으로 대체하겠지만 지나고 나면 사진을 찾아보면서까지는 그것을 기억하진 않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잘 그리던 못 그리던 무언가를 내 손으로 남겨놓은 흔적이라면 더 많은 기억이 잔재해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근현대적인 느낌이 참 강했다. 요즘의 건물들이라고 하기엔 참 낯설다는 느낌과 아침 드라마에서 봄직한 배경과 건물들이 책 가득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냥 작가님이 그린 스케치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21년에 걸쳐 작가님이 직접 걸으면서 보인 건물들을 직접 그렸으며 서울역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걷기 코스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상세한 경로와 경로상의 지물 등 각 장의 도입부에 약도로 표시해두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위치의 정보도 얻을 수 있게끔 친절한 설명을 해주어서 좋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의 서울역이 아닌 붉은 벽돌로 쌓은 르네상스식 2층 건물에 비잔틴식 돔을 올린 역사, 그리고 중앙 출입문 처마에 커다란 원형 시계를 걸어놓은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근대식 건물 그 자체이며 드라마에 나온 서울역 그대로였다. 지금은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멋진 미래지향적인 건물이지만 그때는 참 멋진 건물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 시절 내가 지방에 살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님은 서울 하면 서울역이라고 말할 만큼 역사적인 서울역으로 시작으로 동측 도심과 남산을 중심으로 서소문, 정동 일대, 서촌, 명동, 청계천, 세운 상가, 해방촌과 서측 구릉지와 철길을 따라 충정로 아현동, 원효, 경의선 숲길, 연세대 앞 대학촌, 홍대 앞, 발전소 앞까지 열심히 걸으면서 도시 걷기를 마무리하고 그 길들을 걸으면서 다양한 건축물과 그 특징들을 잘 나타내면서 이 책을 쓰셨다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은 서울역 동측 걷기에 대한 중점을 시간을 배경으로 걷기를 하신 것 같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편리성에 의한 도심 재편과 해방 이후부터 한창 개발을 서두르던 1990년 개발 시대, 2000년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서울역의 역사는 그 자리에 언제부터 있었냐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이 되었다.
아마 서울역의 명칭이 서울역이 아니라 남대문역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지금까지도 서울역은 그냥 서울역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남대문역과 서울역은 이상하게 매칭이 안된다. 괜스레 남대문역이라고 하니 시골의 어느 자그마한 역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처럼 커다랗고 웅장한 건물이 아니라 10평 남짓한 간이 정류장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 남대문역이 경성역으로 격상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기차역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해방과 전쟁, 국가 산업화, 민주화운동, 외환위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 주요 현장에 늘 묵묵히 자리하고 있었던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
이렇듯 서울역은 서울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확실하게 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을 둘러보다보면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도시 구조와 조직이 현대의 서울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명동 일대는 일제의 오리엔탈리즘이 서린 근대건출물과 후암동을 비롯 해방촌 일대의 일제의 신하와 문화주택지가 들어선 후의 공간적인 특색으로 살펴보면서 걷고있다.

후암동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찾아보면 남산 아래 구릉지를 따라 곧고 길게 이어진 계단 하나가 눈에 띤다.
그저 계단이 이렇게 되어있다 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해방촌의 명소이자 주요 진입로에 108하늘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며 마음속 108 번뇌를 모두 없앤 어느위인이 일화에서 유래한 이름은 아닌지 억측해보지만 허무하게도 순전히 단수가 108개인, 말 그대로 108 계단. 그런데 이 108 계단이 만주전쟁과 태평양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을 위해 일제는 1943년, 남산에 경성호국신사를 건립하게 되는데, 108하늘계단은 그곳으로 오르는 진입 계단이자 참배길이었다는...
서울역 서측 구릉지와 철길에서는 옛 경의선 흔적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소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변화를 주기위한 시도가 이뤄졌던 시기에 중림동과 미근동, 충정로에서 목격되는 한국 아파트의 역사의 산증인들을 살펴보고 서민미 주거지와 그곳을 뺑 두른채 포위한듯 고층 재개발지구의 발달로 인한 변화.
평범함 동네가 갖고 있는 공동체, 오래된 건축이 품고 있는 도시 등의 시대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들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과 재개발.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그들과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감행하는 재개발들을 통해 위쪽에도 썼듯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원주민들의 삶과 재개발로인해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와중 정말 행운처럼 물질적으로 보상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자신의 삶을 터전을 지키기위한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차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엇이 한 공간의 다른 마음을 갖게 하고 서로가 대응하면서 살아가야하는 것인지 마음이 편치않다.
물론 개발이 되고 변화를 가져오면서 많은 발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마다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는 것...
우리는 지금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서울을 더듬으면서 걸어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련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사의 길을 걸으며 그 시절의 시간으로 돌아가 느끼고 보고 생각을 하다보면 참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과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책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역사적 배경에 따른 건축물에 대한 설명까지.. 직접 걸으면서 보고 배운 것을 접목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서울에 대해 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작가님이 걸으며 바라보고 느꼈던 것을 나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로 인해 다니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상황이 조금 나아진다면 작가님이 걸으셨던 길을 지도를 보며 다녀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있는 곳도 역사적인 건축물과 문화재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걸으면서 그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그냥 지나치기 일쑤.
"무작정 걸어보라. 가볍개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걷기 덕분에 장송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길 것이고, 그러한 애정은 장소의 역사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장소의 역사를 알게 됨으로써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무작정 걷다가 멈춰서서 바라본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느낌,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그 장소들만의 역사가 내가 살아가는 도시에 대한 애착은 물론 역사의 흐름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출판사 뜨인돌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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