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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
  • 콜린 매컬로
  • 13,950원 (10%770)
  • 2018-08-03
  • : 73

카이사르를 암살한 자칭 “해방자들”을 궤멸시킨 후, 카이사르의 후계자 자지를 두고 벌어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싸움은 간신히 두 번째 “삼두정치”라는 형태로 봉합되었다. 제국의 서방은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은 안토니우스가 나누어 지배하는 식이었다. 사실 이 선택부터가 안토니우스의 정치적 감각의 부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분명 동방이 서방보다 재정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는 서방에 포함되어 있는 “로마시”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마지막 일곱 번째 시리즈인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동방과 서방으로 나뉜 두 사람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는 안토니우스가, 다음으로는 옥타비아누스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리즈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는 안토니우스로 추정되는 로마식 복장의 남성과 (클레오파트라로 보이는) 파라오 복장의 여성이 서로 안고 있는 가운데, 그들을 거대한 뱀이 둘러싼 일러스트가 큼직하게 박혀 있다. 아마도 뱀은 로마에서 출산을 담당하던 여성들만의 여신이었던 보나 데아의 제단에 산다는 뱀이 아니었을까. 이번 권에서 그 뱀은 옥타비아누스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아내 리비아가 옥타비아누스를 만나기 얼마 전, 제단에 제물을 바치던 리비아 앞에 나타난다.





흔히 그저 근육만 잔뜩 있지만 지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힘캐로만 알려져 있는 안토니우스에 관한 입체적인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결단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고(안 그랬다면 진작 파르티아 원정에 나섰을 게다), 결국 클레오파트라에게 휘둘리다 자멸한다는 역사 기록에 맞춰 여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그늘 안으로 몰려온 다양한 사람들을 부리며 세력을 유지해 가는 모습은 나름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여자에게 약한 부분에서는 남의 부인을 강제 이혼시키고 자기 부인으로 삼은, 또 그러기 위해서 거짓 사유로 자기 부인과 이혼까지 했던 옥타비아누스도 뒤지지 않긴 한다. 몇 편 전부터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세상에! 이후 로마 황제 3인의 이름이 다 모였다)가 종종 등장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좀 야박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이 책에서는 “제2의 카도이되 지성이 없는 카토”라는 표현으로 평가한다), 이번 편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후에 옥타비아누스가 뺏은 리비아의 남편이었고, 옥타비아누스를 옹호하기 위해선 네로를 무능하고 인격에 문제가 있는 인물로 묘사해야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달랐던 결정적인 부분은, 대국을 읽어가는 능력이다. 그는 언제나 안토니우스보다 더 멀리까지, 그리고 더 오랜 후까지 보고 있었다. 이 부분은 옥타비아누스가 20년은 더 젊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기도 했으나, 그처럼 젊은 나이에(겨우 20대 초반이었다) 그 정도의 정국을 구상할 수 있었다는 건 확실히 천재적인 면모이긴 하다.





이번 권에서는 두 사람의 정면대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옥타비아누스의 상황이 퍽 위태로웠고(동쪽에는 안토니우스가, 남쪽에는 폼페이우스의 아들 섹스투스가 시칠리아를 근거지로 삼아 바다를 장악해 곡물수입을 막고 있었고, 히스파니아와 갈리아에서는 소규모 반란까지..)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옥타비아누스의 결단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결정적으로 안토니우스와의 평화를 위해 누나인 옥타비아를 그에게 아내로 주기까지..(과거 카이사르가 자신의 딸 율리아를 폼페이우스와 결혼시켰던 것처럼)


국가적 단위의 사건들과 개인적인 판단과 결정들이 쉴 새 없이 서로 얽히며 복잡한 무늬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확실히 이 시리즈의 장점인 것 같다. 캐릭터 하나가 버려지지 않고 있다가, 몇 편이 지난 후 작가가 왜 그 인물을 그러게 묘사했는지그 꿰어맞춰지는 걸 보는 게 퍽 재미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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