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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기억함의 용기
  • 성민 외
  • 16,650원 (10%920)
  • 2025-05-27
  • : 290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나이 부모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세계의 절반은 차지하는 존재이고, 청소년이 되어서도 그 비중은 크게 줄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어느 날 교도소에 수감된다면, 남겨진 자녀들에게는 어떤 충격이 가해질까. 이 책은 열 명의 수용자 자녀들의 수기를 모은 책이다.(수용자란 확정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거나, 미결 상태로 구속되어 있는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여기 나오는 케이스는 대부분 전자인 것 같다.)


책은 부모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남은 아이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적지 않은 경우 이미 그 전부터 가정의 유지에 문제가 있기도 했다. 다양한 상처들을 주는 역기능 가정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부모가 결국 범죄자가 되면서 더 큰 충격을 받게 된 아이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우울감과 위축된 자의식이 보인다. 특히나 한 이야기 속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범죄를 겪게 된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 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강력범죄와 달리 사업의 실패 같은 경제사범의 경우 조금은 도덕적/윤리적 가책이 덜어질 수도 있지만(누구나 사업에 실패하고 빚을 질 수는 있으니까), 그것도 어린 자녀에게는 별 구분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당장의 넓은 집이 반지하로 바뀌고, 무엇인가에 도전하는데 필요한 비용(예를 들면 학원비라든지)이 부담이 되는 건 아이들도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아동들에게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할 가정이 무너지면서, 이들이 마음을 두지 못하고 떠도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들 중 하나였다. 그런 아이들을 품어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이 책은 “세움”이라는 이름의 기관이 이 역할의 일부를 감당해 왔음을 보여주는데, 여기 실린 에세이를 쓴 작가들은 세움의 도움을 받고, 지금은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아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에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건, 나 역시 오래 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공장이 부도가 났고, 한 동안 도피생활을 하시다가 결국 잡혀 수감되셨다. 어느 날 집에 오니 아버지의 얼굴이 들어간 현상수배 전단이 수십 장 붙어 있고,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하는 일들을 나 역시 직접 겪었었고, 꽤 오랫동안 어머니가 홀로 집안 생계를 꾸려 가셨던 기억이 있다. 집이 압류되어 몇 달씩 아는 사람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도 그 기간을 잘 버텨올 수 있었던 어머니의 존재가 컸다. 당신은 아직까지도 해 주신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그 시기 새벽부터 나가 일을 하시면서 두 자녀를 키워내신 건 단연 어머니셨다. 덕분에 나 역시 크게 엇나가는 일 없이(주차위반과 속도위반 과태료 두 번이 전부다) 생활해 왔었고.





사실 문학적으로 각 이야기가 잘 쓰였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아마추어 작가인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다들 그 안에 진심을 꼭꼭 눌러 담았다는 느낌이다. 어두운 터널을 잘 통과해 온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책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혹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다면, 이들이 의지했던 “세움”의 문을 한 번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작 알았더라면 나도 뭔가 좀 도움을 더해줄 수 있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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