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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파릇하던 19살부터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와 반나절을 보냈다. 도토리묵냉국에 해물전을 나눠 먹으며 "막걸리" 조합이 떠올랐지만, 우아한 외관의 4층 대형 카페를 찾았다.




막걸리 대신 커피를 마셨다. 저수지 조망의 핫플 답게 창가에 자리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 구석, 제일 인기 없을 통로 자리에 앉았지만 친구와 함께해서인지 그 자리가 최고 명당 같았다.



청재킷에 블랙 원피스 차림에 호리호리한 체형, 자기계발서 탐독하던 친구의 열아홉 살이 눈에 선하다. 친구는 살집이 붙었지만 여전히 가식 없이 소탈하고 욕심 내려놓고 가볍게 산다. 그래서 더욱더 복福이 친구를 따라다닐 것 같다^^


일 년에 반나절 정도는 같이 보내는 사이이지만 우리의 동심원은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다. 친구는, 나와 몇 시간을 보내도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자신의 평소 관심영역과 겹치지 않다 했다. 그래도 우리는 만나면 즐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칼 융 이야기를 친구에게 꺼냈다.


순간, 이렇게 썰렁한 농담을 하던 친구가 아닌데 왜 이러지? 싶었다. 하지만 내 친구가 진정 "칼륨K", 영양소 칼륨으로 생각하며 말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우리 둘 다 폭소를 터뜨렸다.



영양제에 관심이 많은 가족원 덕분에 친구는 영양제라면 빠삭하게 알고 "Carl Jung"을 "K"로 여길 만큼 관심도 컸나 보다. 반나절을 친구랑 놀았지만, 헤어질 무렵까지 친구 놀릴 거리가 생겨서 오늘 무척 득을 본 느낌이었다. 보람차다. 두고두고 '칼륨' 써먹어야지!ㅋㅋㅋ

사실 커피 마시다 칼 융 이야기를 꺼낸 나, 나름의 맥락이 있었다.

"머리를 안 쓰고 사니, 기초대사량 떨어졌다. 그런데 칼 융 책이 너무 어려워서 몇십 쪽만 읽었는데 배가 고파졌다. 신기하다. 머리를 쓰면 열량 소비가 큰가 보다. 칼융 책은 평범하지 않다. 정신노동이다." 이것이었다. ㅋㅋㅋ 그런데 '영양소 K'으로 전환된 것이다. ㅎㅎㅎㅎ 아 유쾌해^ ^

이 카페는 해 질 무렵, 사랑하는 사람과 와서 연분홍과 주홍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보기에 딱이겠다는 질투를 뿌려놓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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